[시론] 세계화시대 재외동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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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계화시대 재외동포정책
  • 황승연
  • 승인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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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재외동포 관련 최근 통계현황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중국, 캐나다, 호주, 베트남 순으로 지난 2년간 40여만 명 정도의 재외동포가 증가하였다. 이는 660여만 명의 재외동포 전체의 약6%, 남한 인구의 약 0.8%에 해당하는 큰 숫자이다.

최근 중국과의 교류의 활성화로 중국으로 이주하는 국민이 크게 늘었고 자녀교육이민, 투자이민, 취업이민 뿐 아니라 연금생활자 이민으로 인한 이주민도 크게 증가하였다.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되리라 예상된다. 바야흐로 국경개념이 느슨해지고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이 대단히 용이해진 세계화시대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APEC정상회의 유공자 초청간담회에서 ‘세계화라는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장을 부순다고 산업혁명이 멈추지 않고, 컴퓨터를 부순다고 정보화혁명이 막아지지 않듯이 세계화는 이미 시대의 대세’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이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추진되고 있는가?

세계화를 쉽게 이해하는 다섯 가지 영역이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보자.

첫째, 생산에서의 세계화이다. 상품생산을 어느 나라에서 하느냐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IT산업, 조선, 자동차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이 덕분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 발을 걸쳐놓을 수 있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경쟁력을 잃은 많은 공장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나라들은 별로 없다.

둘째, 교육에서의 세계화이다. 그 많은 우수한 어린 학생들이 미국과 호주 그리고 유럽으로, 더 나아가 중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로 교육을 목적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들은 별로 없다.

셋째, 휴가의 세계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려고 태국, 필리핀, 유럽 등으로 간다. 제주도보다 시설과 서비스가 좋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 따라서 매년 무역외수지가 큰 적자이다.

넷째, 조세에서의 세계화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이민자가 급증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국, 베트남 등은 증여, 상속세가 없다.
미국은 2010년부터 상속세가 완전히 없어진다고 한다. 이 국가들로 기업의 이전, 투자이민, 교육이민이 급증하고, 이 국가들에서 우리나라 교민에 의한 부동산투자 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65%나 되는 증여, 상속세를 내고 머물러 있으라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이동에서의 세계화이다. 우리나라 국적으로는 북한이나 미국에 쉽게 갈 수 없다. 외국에서 자라서 세계시민으로 성장해온 한국국적의 젊은이들이 고국에서 활동하고 싶을 때 가야하는 군대가 그들이 적응할만하고 충분히 합리적인가를 생각할 때 비관적이다.

우리나라가 시대의 대세라고 하는 세계화와 관련하여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는 인재와 자본이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재외동포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적한 세계화로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재외동포정책과 관련하여서도 적용되고 있는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사람과 돈은 더 편하고 안정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인재와 자본이 빠져나가기는 쉬워도 다시 들어오는 것은 수십 배 어렵다. 재외동포정책과 관련하여 외국으로 나간 인재와 자본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이는 세계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에 정확히 반영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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