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C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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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Corea!
  • 홍제표
  • 승인 200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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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신문에는 가끔 이색적인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신문 제호의 영문표기를 왜 'Korea'로 하지않고 'Corea'로 했나". 같은 질문을 받는 곳이 또 있다. 한국 축구 문화의 대명사격인 '붉은 악마'다. 붉은 악마는 월드컵을 통해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Corea란 표기법을 강조해 또 다른 관심을 끌었다. 이를 보며 그들의 성숙한 응원문화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나라 이름-정확히는 표기법-마저 함부로 바꿔버리는 젊은 세대들의 발칙함(?)에 혀를 찼을 사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Corea를 고집하는 이유가 초등학교-국민학교, 동해-일본해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놓여있음을 안다면 '새 표기법'에 무조건 반대만을 할 수 있을까? 말할 필요도 없이 '국민학교'와 '일본해' 등의 표현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강요 또는 조작된 것이다. 때문에 국민학교는 초등학교로 이미 제 이름을 찾았고 동해 표기를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름도 역사의 단죄와 명예회복을 받는 셈이다.  
Corea의 문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제의 날조설'과 '영어식 표기법의 확산설'이란 두 가지 주장이 충돌한다. 먼저 당시 대한제국(Corea)을 알파벳 순서상 일본(Japan)보다 후 순위에 놓이게 하려했던 일제의 치졸한 공작이란 주장이다. 물론 국호 배열 순위가 무엇이 그리 대단하다고 그렇게까지 했을까하는 의문도 있다. 논리의 비약 또는 지나친 피해의식이라 반론할만 하다. 그러나 창씨개명 등 일제의 '전과'로 미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20세기 들어 세계의 주도권을 쥐게된 영미권의 영어식 표기 방식이 대세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굳어졌다는 것이다. 캐나다(Canada)의 예에서처럼 'C'로 표기 못할 것은 아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K'가 득세했다는 주장이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일제 시기 독립운동단체 중 Korea로 표기한 단체가 있는 점으로 미뤄 일제와의 관련성을 강조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주장이 맞든지 간에 명백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우리 국력이 가장 쇠약해진 어느 시점에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나라 이름(표기법)이 바뀐 것이다. 그 이전까지 서양의 모든 관련 문헌과 서적들은 한결같이 코리아를 Corea로 표기했다.
멀리는 13세기에 교황 인노센트 4세의 친서를 휴대하고 몽골을 다녀간 프랑스인 루브룩이 중국의 동쪽에 카울레(Caule)라는 나라가 있다고 보고했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카울리(Cauly)로 기록돼있다. 한신대 국사학과 서굉일 교수는 "로버트 콕스라는 영국인도 1617년 자신의 일기에 Corea라고 쓰는 등 서구사회 전체에서 수백년 동안 단일한 표기방식이 통용됐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당시 기울어가는 나라의 지도층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나 있었을까하는 부질없는 추측이 망국의 한을 더욱 짙게할 뿐이다.
그런데 이같은 논의가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논리적으로야 수천 번 맞는 말이라 해도 이미 굳어져버린 나라 이름을 지금 들먹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역시 타당한 질문이다. 특히 나라이름 바꿔 쓰기는 한낱 '초등학교'로의 개칭과는 비할 바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표기법의 변경을 외치는 당위론자들의 목소리가 퇴색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서 교수는 "국호 표기의 날조 행위는 반국가적인 범죄행위로 간주해 민족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이 타당성을 얻는 한 Korea-Corea간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홍제표기자 (8.9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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