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울풍물지3
상태바
신서울풍물지3
  • 강국진
  • 승인 2003.06.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장면 시키신 분!"
며칠 전 도쿄에서 축구 한·일전이 열렸을 때. A씨는 집에서 축구를 보기 전에 동네 슈퍼에 맥주를 배달해 달라고 주문했다. 전반전이 끝나도록 맥주는 오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마자 A씨는 맥주 배달을 왜 안 하느냐고 슈퍼에 전화를 건다. 슈퍼마켓 주인 왈 "아! 죄송합니다. 전반전 보느라고요. 바로 맥주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선 배달 안 되는 게 없다. 기차 타다가 전화로 자장면 시키면 정차하는 곳에서 자장면 배달부가 기다린다. 북한산 정상에서 자장면을 시켜도 배달 가능. 배달은 일단 편하다. 빠르다. 밤늦게까지 배달해 준다. 거기다 팁도 없다. 심지어 이젠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가까운 곳은 배달을 한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더운 여름날 저녁. 이제 사람들은 먹거리를 싸들고 고수부지로 가지 않는다. 고수부지에 자리를 잡고 자장면이니 탕수육을 배달해 달라고 전화를 걸뿐이다. 그럼 다 된다. 물론 고수부지 입구엔 중국집 선전하는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이 항상 있다. 심지어는 대한민국의 최남단 마라도에서도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장면 시키신 분!"
조선 후기 함경도 북청에서 서울에 올라와 물장수를 했던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 중에 어떤 사람이 대단한 재산을 모아 벼슬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도 '북청물장수'란 말이 있을 정도이다. 면면히 이어지던 배달 전통은 그러나 한동안 끊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배달은 새로운 직업군으로 다시 자라났다. 이제는 왠만한 곳은 전부 배달부를 두고 있다. 자장면, 피자, 세탁물… 거기다 퀵서비스(Quick Service)까지. 이제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가운데 하나가 바로 '퀵서비스맨'이다.
퀵서비스맨들은 인도, 차도, 골목길 어디든 가리는 곳이 없다. 주차를 하기 위해 "액셀레이터를 밟는" 퀵서비스맨들은 "아무리 길이 막혀도 서울 끝에서 끝까지 30분이면 간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하여튼 서울은 바쁘다. 구구절절 이유를 분석하기 전에 하여튼 바쁘다. 심지어는 한국인 모두의 영웅 히딩크가 자신있게 구사하는 몇 안 되는 한국어가 "빨리빨리"일 정도다.
강국진 기자 (4.8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