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일본의 중국조선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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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의 중국조선족 연구
  • 이진영
  • 승인 2005.12.16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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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영

인하대 교수
지난 11월 일본 동경의 한 국제회의를 다녀왔다. 재일본 중국조선족 연구회가 주관한 ‘동북아시아지역통합을 지향하는 시민교류네트워크의 구축’이라는 주제로, 그리고 ‘다민족-다문화간의 벽을 넘어서는 아시아인의 의식 형성’이라는 부제가 붙은 학술회의였다.

처음 메일로 연락을 받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것은 항공비, 체재비 및 논문발표비까지 모든 비용을 주최 측에서 부담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중국조선족 연구회에 대해 듣기는 했어도 이 정도로 능력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회장으로 봉사하는 이강철선생이 여러 나라 참가자들의 회의라고 설명하여, 속으로는 반신반의하면서 참가하였다.

그러나, 도착한 날부터 사정은 나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일단, 회의조직을 재일교포, 일본인 그리고 일본에 사는 중국동포의 세 그룹이 공동으로 맡아 일본식의 국제회의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의 전날 저녁 환영 리셉션, 그리고 300명 넘는 사람들이 참석한 신주쿠의 한 대학에서의 하루 종일 회의, 그리고 최종 ‘간친회’라는 파티까지, 모두 일본에 있는 중국동포들이 주관이 되어, 자원봉사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1999년에 설립된 조선족연구회가 6년만에 이런 규모의 회의를 이렇게 내실있게 하다니! 약 5만명에 달한다는 일본 내의 중국동포와 9천명에 달하는 유학생들은 이렇게 새롭게 조직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 동포들은 이미 20년을 거주하여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렸으며, 십년 전인 1995년부터 천지협회라는 그들만의 교류단체도 만들어, 청년모임, 장학금사업, 천지넷(www.tianchinet.com)등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동포에 대해 연구하고 그들의 이주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필자에게도 일본 내 중국동포들의 활동은 전혀 생소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회의에는 중국화교, 일본계브라질인 등도 자신들의 사례를 발표하였고, 중국동포 기업인에 대한 기초연구도 보고 되었다. 특히, 중국조선족의 동아시아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이 있었다.

회의에 참가하여 보니 중국동포들의 저력이 새삼 느껴졌다. 한-중 수교 후 다시 중국 내 연해지역으로, 한국으로 그리고 세계로 부평초처럼 다시 이주했던 사람들, 그래서 자신들의 본거지인 중국동북지역의 집거지가 위기라고 얘기되었던 사람들, 하지만 이제 중국동포들은 중국에서 일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새롭게 역량을 발휘하면서 자신들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중-일을 넘어서는 동아시아 차원에서 사고하고, 그들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걱정도 들었다. 귀화자, 민단, 총련, 무국적, 한국에서 온 뉴커머(new comer)까지 나뉘어져 있는 일본내 동포들에, 이제는 중국동포들마저 분열적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닌지. 아시아인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오히려 한-중-일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주변부에서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일본이 중국동포들을 잘 활용해서 중국에 진출하는데 사실상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은 ‘동포’라고 떠들면서도 실제적으로는 그들을 포용하지도 못하고, 그들의 잠재적 역량을 국가발전에 제대로 반영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 나 자신도 반성이 되었다.

한국에는 중국동포연구회도 없다. ‘동포’라고 하지만 그들을 연구하는 학자도 그리고 석박사과정의 후속세대도 일본보다 적다. 그리고 이렇게 규모있게 회의를 진행할 만큼 학문적 주류로 들어와 있지 못하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을 즈음 북경에서 전 세계 중국동포를 연구할 모임을 만들 회의를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말, 앞서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중국동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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