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귀화는 개인선택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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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귀화는 개인선택에 맡기자
  • 양관수
  • 승인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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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관 수

고려대 객원교수
오사카경법대 객원교수
지난달 25~26일 서울에서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주최로 매년 정례적으로 해온 교포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재일동포사회의 현실과 당면과제’라는 주제로 재일동포의 ‘귀화: 일본국적 취득’문제를 공개적 토론에 부친 것이 특기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지정토론자로 참가하여 19년간 일본에서 살았고 현재 가족이 일본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귀화’문제에 대한 나의 소견을 발표했다.

재일동포 90% 이상이 우리말도 모르고 일본인 이름을 쓰는 이중적 생활을 하느니 차라리 귀화하는 것이 떳떳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다. 조부모 부모를 학살하고 학대 차별 멸시했던 일본이 지금까지도 진정으로 사죄도 하지 않고 있는 데, 조상의 원수였던 일본의 국민으로 변신한다는 문제가 그리 간단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앞으로 일본에 정주하게 되어있는 동포들이 과거를 잊고 일본에 귀화하여, 자기능력을 발휘하여, 일본주류사회에 진출해야 본인을 위해 행복한 길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동포가 일본에 귀화하면 일단 ‘법률적 차별’은 받지 않기 때문에 자기 능력을 발휘해서 보통 일본사람과 같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많아질 것이다.

귀화한 동포들이 일본인들보다 몇 배 열심이 노력해서 일본주류사회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해서 일본인과 똑같이 받아들여지는가라는 차원에 들어가면 기대하고 희망했던 수준과 일본주류사회의 현실에는 거리가 있다.

유명한 가수, 배우, 스포츠맨, 기업가 중에 귀화한 동포들이 몇 명 있다. 그러나 몇년전 자살한 자민당 아라이쇼케이 의원은 촉망받는 정치인이었지만, 귀화 3대로 ‘원래 조선인’이라는 한마디 폭로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 결국 ‘사회적 타살’ 당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차별의식과 그 동전의 반대편에 새겨진 우월의식은 식민지지배 이후로 정책적으로 사회적으로 심어져 왔기 때문에 귀화하여 ‘법률적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 뿌리박힌 ‘사회적 차별’에서 벗어나기에는 3대 이상의 긴 세월을 필요로 할 것이다. 호적에 조부모까지 기록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일류대학을 나오고, 어려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동포인재들이 귀화하면 능력발휘하여 출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각오하고 귀화를 거부하다가 결국 불고기, 빠칭코장사 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면 재일동포가 행복하게 사는 길은 무엇인가.

모국이 아무리 발전했다 하더라도 재일동포 개인들의 삶을 다 책임질 수도 없고 책임지려고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한 적도 없다. 그래서 많은 동포들은 조국을 짝사랑해왔다고 자조적으로 내뱉기도 한다.

조국이 재일동포는 귀화하는 것이 좋다고 내버릴 때도 동포들은 자기조상의 뿌리를 귀중하게 여기고,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우리 역사 문화 풍습을 스스로 배우고, 민족적 인간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과 발전을 위해서도 열심이 기여해왔다.

대부분의 동포들은 우리민족이 통일되고 재일동포들도 하나가 되어 일본인과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일본의 교활한 ‘귀화와 배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귀화를 거부한 채 꿋꿋하게 재일코리안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특별영주권자 51만명이라는 민족집단이 이런 간절한 희망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귀화는 재일동포 개개인이 선택할 삶의 방식의 하나이다. 고난을 각오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자존심과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려는 동포들에게 국가나 어떤 단체도 귀화를 종용하거나 권유해서도 안된다. 귀화는 동포 개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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