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의 ‘로버트 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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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2의 ‘로버트 김’ 없어야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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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로버트 김이 고국에 돌아왔다. 엄밀히 말해 방문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금의환향이라는 말이 떠올려질 정도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로버트 김 사건은 우리 재외 동포들로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기에 큰 관심을 지니면서 조속한 석방을 위해 함께 애썼던 일이었다. 세월이 약이라고 다 지나간 일이었기에 쉽게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가 겪은 지난 9년 인고의 시간은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고국에서의 제1성으로 그는 자신은 스파이가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큰 애국자도 영웅도 아니며 조국을 생각했던 보통 사람이었기에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우리로 하여금 그간 작게나마 쏟았던 후원과 정성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가 자신이 조국을 위해 일신을 바친 영웅이자 희생자이기에 조국이 자신을 위해 이제는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변 한다면 우리의 입장이 퍽 난처해졌을 것이다.

사실 그가 조국을 사랑한 대가로 치른 희생은 컸지만, 조국은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가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된 순간부터 한국 정부는 그를 외면했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변호사 비용마저 떨어지고, 본인이 감옥에서 법전을 공부해 가며 감형 신청과 형량 재심청구를 진행하고, 부인은 한인교회에서 허드렛일을 해 생계를 이어가는 동안 우리 정부는 나 몰라라 했다.

김씨는‘법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을 듣던 내가 교도소생활을 해야 했던 개인적 비극은 우리 분단 상황이 빚어낸 부산물’이라고 말하며 새삼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그는 ‘만일 우리 나라가 정보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 정보수집 시스템을 갖추기만 했어도 군사기밀을 일러주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행위를 놓고 어쨌든 법을 어겼으며 다른 동포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오게 하는 행위 였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버트 김은 ‘만일 시계바늘을 되돌려 그 시절 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결코 기밀을 넘겨주는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분단이 가져온 그리고 조국이 힘이 없었기에 겪어야 했던, 조국을 사랑한, 그리고 평화를 사랑한 한국계 미국인이 겪은 개인적 고통과 희생은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 로버트 김이 며칠전 한 대학의 강연에서 청년들에게 했다는 마지막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탐욕을 비전으로, 이기심을 개인의 권리로 호도, 미화하는 사회는 방향타를 잃은 사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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