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방한하는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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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방한하는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
  • 연합뉴스
  • 승인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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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6 08:00 송고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 "성공적인 지도력은 국민들을 강압이 아닌

자유와 대화로 한데 묶는데 있습니다."

오는 7일 우리나라를 이틀간 일정으로 공식 방문하는 기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는 6일 연합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유난히 사이가 좋지 않은 양대 언어권으로
이뤄진 벨기에에서 장수총리를 지내는 리더십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벨기에 정치
가 기능을 발휘하는 비결은 협상과 타협에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세대에 대비한 균형을 찾기 위해 사회보장및 연금개혁을 추진
하고 있다"고 자국내 개혁과제를 언급한 대목에선 "정말로 위기에 처했다"며 기업인
과 노동자들을 설득하겠다고 개혁추진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베르호프스타트 총리는 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양국 사이 투자를 증진시키고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투자유치가 목적임을 솔직히 답하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하게된 배경, 그리고 한.벨기에 관계증진을 위한 견해는.

▲한국과 벨기에 국민은 공통의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 사
회정의, 법치, 정치적 민주주의 등이다. 양국 모두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가장 번영
하고 있는 경제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벨기에는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인연으로 인해 한국과 더욱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양국 사이 투자를 증진시키고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
해서다. 양국간 협력은 교역, 경제, 인프라, 대학, 연구개발(R&D), 지식공유 등
모든 분야에서 더 발전될 수 있다. 우정은 공동의 이익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증진시키는 것을 필요로 한다.

--벨기에는 최근 사회보장및 연금개혁 문제로 노동조합 총파업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개혁추진에 관한 소신은.

▲벨기에도 고령화 사회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출생률을 낮아지고 평균수명은
높아짐에 따라 연금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경제활동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벨기에 사회보장및 연금제도가 설립된 50년 전하고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
평균수명이 70을 간신히 넘긴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대부분 65세 까지 일했다. 하지
만 최근 근로자 퇴직 연령은 55세로 낮아지는 반면 평균수명은 80을 넘고 있다. 다
가오는 세대에 대비한 균형을 찾기 위해 특히 55-65세의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말로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시민들과 기업들, 근로자와 기업인
들에게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이론을 확고히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EU가 앞으로 나아
갈 방향에 대한 전망과 입장은.

▲나는 항상 사회정의, 법치, 정치적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해왔다. 유럽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들 역시 이 같은 가치를 유럽차원에서 강화
시키기 위한 것이다. 현실적 문제는 EU가 경제및 통화 연합이지 사회및 정치 연합
의 색채는 아직 엷다는 점에 있다. 90년대 이래 각종 조약들에 의해 예견된 정치 연
합을 보강하려는 노력이 아직도 진행중이며 나 역시 긴급히 그렇게 해야할 필요성
을 느끼고 있다. 정치적 연합은 공동 외교정책과 공동 방위및 안보정책의 문제다.

이 문제가 지난 해 합의했음에도 비준하지 못한 EU 헌법의 핵심 쟁점이며, 앞으
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벨기에 사상 최연소 당수 기록(28세)을 비롯해 프랑스 어(왈로니아)와 네덜란
드 어(플랑드르) 양대 언어권 갈등및 정책 조정 등 유난히 힘들어보이는 총리자리를
7년째 장수하고 있다. 리더십의 비결은.

▲1982년에 자유당의 최연소 당수로 선출됐지만 총리가 된 것은 그로부터 17년
후로 46세인 1999년이다. 정치의 사다리를 오르는데 긴 세월이 걸린 것으로 민주주
의 정치에서, 특히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의 배경을 지닌 정당들이 연합해야 하는
벨기에 정가에선 지극히 정상적이다. 벨기에에선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자
신이 속한 정당은 물론이고 다른 정당들도 설득해야 한다.

벨기에 정치가 기능을 발휘하는 비밀은 협상과 타협에 있다. 성공적인 지도력은
국민들을 강압이 아니라 자유와 대화로 한데에 묶는데 있다.

--양대언어권이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벨기에 연방제가 한반도의 단계적 통일방
안의 한 모델로 적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견해는.

▲지구상에 정치적 갈등 해소의 단일 모델은 없다. 역사적으로도 벨기에와 한국
은 너무도 다르다. 벨기에 국민들이 문화적 언어적으로 갈리는 것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기에가 탄생한 1830년보다 오래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약 40년의 외세
지배및 50년 간의 분단 시기를 제외하면 건국이래 오랜 세월 단일 통일 국가였다.

하지만 진정한 국가 건설의 글로벌 모델은 동반자관계, 권력공유, 평등, 자유,
동포애, 협상기구, 권력의 균형 등이다.

반면 국가 건설의 최대의 적은 폭력이고 침략은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다. 평
화와 정의의 세계에선 어떤 모델도 모든 차이점을 해소할 수 있다.

sang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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