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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포신문
  • 승인 200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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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는 하나’ 하나영화제 11월 2일부터 뒤셀도르프에서 열려

오펜바흐/ 지난 10월 17일 오펜바흐에서 “꽃파는 처녀”를 개막작으로 하여 열린 하나영화제의 영화 여덟 편이 11월 2일부터 9일까지 뒤셀도르프 필름뮤지움에서 상영된다. 프랑크푸르트 소재 독한문화원 (원장 김성수) 주최로 열린 하나영화제는 “분단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남북 영화제”라는 표현을 삼가고 “코리아는 하나”라는 뜻으로 “하나영화제(unacorea)”라 하였으며, 따라서 안내장에도 “남쪽 영화”, “북쪽 영화”의 표현을 지양했다고 한다. 하나영화제는 베를린 영화제 등, 어차피 여러 나라의 영화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 영화제를 제외하고는 남과 북의 영화가 한 자리에서 만나 치룬 것으로는 90년대에 뉴욕에서 열린 “남북영화제”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 하나영화제의 명예후원을 선 오펜바흐 시 게하르트 그란트케 시장(사진에서 가장 키 큰 사람)은 거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란트케 시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고 도시 풍정이 어두운 것으로 알려진 오펜바흐 시를 근자 몇 년 사이에 밝은 도시로 만들고 실용주의적 행정방식으로 외국인 회사를 적극 유치하여 시의 경제를 발전시켰다.
11월 17일 개막식에는 명예 후원(Schirmherrschaft)을 한 오펜바흐 시의 그란트케 시장이 국제적 성격을 갖고 있는 오펜바흐 도시에서 하나영화제가 시작하는 점에 대해 반가움을 표했다.

어느 독일인 영화애호가에 따르면, “북한영화는 통독 이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북한 영화가 온다’는 사실을 크게 내걸었더라면 더 많은 관객이 모였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개막작 상영에 독일인 영화 관계자 및 동포들이 120 여 명이 모인 사실은 하나영화제에 큰 이미를 부여했다.

이번 하나영화제에 선정된 영화 중 북쪽 영화 4편은 “꽃파는 처녀”(1972년작), “홍길동”(1986년작), “호동왕자와 락랑공주”, “우리의 향기”(2003년작)이다. “꽃파는 처녀”는 남과 북의 공동의 역사인 일제 시대에 지주에게 들볶이며 고통을 겪는 꽃분이라는 처녀의 가족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어려운 속에서 가족들이 정으로 서로 위하는 모습들은 가슴에 저며온다.

오펜바흐 시네막스 극장 관람시 일정이 바빠 한 시간만 영화를 보고 떠나야 한다고 미리 양해를 구한 그란트케 시장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가난한 시절을 아는 일세대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홍길동”의 경우는 동양 무술 영화를 좋아하는 독일인 영화애호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본 쿵푸 영화의 무술을 능가하며 영화가 매우 잘 만들어졌다고 감탄을 했다. “호동왕자와 락랑공주”는 만화영화이지만, 1세기의 사랑을 통해 민족과 통일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서사적 구도를 갖고 있어 어른들이 함께 볼 만한 영화다. “우리의 향기”에서는 우리 문화를 소중히 여기자는 북한 정책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주최측에 따르면 하나영화제의 작품 선정은 가능한 한 한국인의 인간관계와 마음씀씀이와 정서가 두드러지고 한반도 사람들의 삶의 현실을 볼 수 있는 영화들을 택했다고 한다. 특히 특히 전도연이 1인 2역을 하는 “인어 공주”(My Mother The Mermaid)는 한국에서 국내 흥행에는 실패하고 젊은 층에게는 지루한 영화로 알려지고 있으나, “인어공주”를 관람한 독일인 및 한국인 관객들에게 감동을 남기도 “내면의 평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하나영화제는 라인마인지역 상영일정의 개막식이 “꽃파는 처녀”인 데 비해, “루르 지역” 상영 일정 (뒤셀도르프 필름뮤지움 내 블랙박스, Schulstr. 4, 40213 Duesseldorf)에서는 마지막 작품으로 “왕후 심청”을 상영한다. 특히 뒤셀도르프 필름뮤지움에서는 독한문화원의 ‘하나영화제’ 기획서를 본 후 크게 관심을 갖고 기획서 상의 영화 여덟 편을 모두 수용하고선 매일 한 편 씩 영화보기의 황금 시간대인 밤 상영으로 시간표를 배치했다.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최초의 아시아계 에니메이터이자 “심슨 가족”의 제작자인 넬슨 신 감독이 7년 여 긴 세월을 거쳐 공들여 만든 “왕후 심청”은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효녀 심청’이 아닌 ‘왕후 심청’을 두고 “왜 왕후 심청인가?”하는 의문을 주고, 북한의 4.26 만화 제작소에서 에니메이션을 만들어 “북한이 메인 작업에 참여한 최초의 남북 공동영화”라는 화제를 일으켰고, 또한 올해 8월, 광복 60주년을 기해 평양과 서울에서 동시개봉하기로 결정에 관심을 모았다.

제작자측에 따르면, “왕후 심청”은 과거의 “효녀 심청”의 수동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시련에 꿋꿋한” 심청,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심청을 강조한 것이라 한다. 어떤 불화(佛畵)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하고 강렬한 색채의 만화영화 “왕후 심청”은 현재 코아 필름 서울이 세계 무대를 겨냥하며 “물란”을 능가하는 성공을 꾸미는 야심작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어자막 처리 되어 있지만, 독일인 관객을 위해 독일에서 태어난 2세 김현지 양이 독일어 번역도 했다.

상영 영화의 언어는, “꽃파는 처녀”와 “홍길동” 경우 독일어 동시녹음으로 되어 있으며, 그 외 작품은 모두 우리말에 영어 혹은 독일어 자막 처리된다. 북한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영화를 보며 모든 것을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그것은 관객의 자유다. 그러나 이럴 때 카프카를 생각하자. 영화 보러 가는 것이 철학을 하거나 정치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즐기기 위한 것이다. 혹은 엿보러 가는 것이다. 동의하지 못할 부분에 매달려, 영화 전체에서 누릴 즐거움을 스스로 죽여버리는 것은 바보짓이다.”

아직 북한 영화는 낯설다. 그러나, 혹은 바로 그러하기에, 독한문화원의 ‘하나영화제’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처음 낯설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또한 우리에게 낯익은 것이 다시 낯선 서사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이는 비디오를 통해 알고 있는 “꽃파는 처녀”의 산하가 가로 6미터 세로 4미터의 영사막에 광활하게 펼쳐질 때이기도 하다.

하나영화제(unacorea) 영화의 뒤셀도르프 상영 일정

11월 2일 (수) 21시 30분: 어린 신부
11월 3일 (목) 21시 30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1월 4일 (금) 21시 30분: 호동왕자와 락랑공주
11월 5일 (토) 21시 30분: 수취인 불명
11월 6일 (일) 21시 30분: 우리의 향기
11월 7일 (월) 21시 30분: 꽃파는 처녀
11월 8일 (화) 22시: 홍길동
11월 9일 (수) 21시 30분: 왕후 심청

입장료 5,- / 3,-

글쓴이: 리 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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