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대규모 대표단 한국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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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대규모 대표단 한국방문
  • 백동인
  • 승인 200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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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한국대학 배우기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최근 유네스코 분야별 대학랭킹에서 6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현 블라지미르 푸틴 러시아 연방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 및 기타 권력기관의 요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층의 권력 실세를 대량 배출함으로써 유명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의 류드밀라 페르비츠카야 총장이 두 명의 부총장 및 학장 대부분을 포함한 36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11월 6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한국의 서울대(8일), 고려대(9일), 연세대(10일) 그리고 지역을 대표해서 대구 계명대(11일)를 방문한다.

러시아 학계가 초청 형식이 아닌, 자비를 들여 이와 같은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국내 대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이들 대표단의 방문 목적은 우리나라 대학 당국의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사회학부의 니콜라이 스크보르초프 학장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2008년으로 예정된 러시아 대학 시스템의 혁명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러시아 대학은 독일 대학을 모델로 해서 그 동안 고등학교(11년)-학석사 디플롬(5년)-준박사(3~4년)-정박사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틀이 2008년부터는 미국 학제와 마찬가지로 학사(4년)-석사(2년)-박사(3~4년)으로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부분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이와 같은 학제 변경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그 보다도 모든 재학생들에게 학비를 물리는 등록금 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에도 러시아 국립대학교는 꾸준히 대부분의 재학생들에게 학비 면제 혜택을 주어왔으며 이로 인해서 러시아 대학들은 근본적으로 치명적인 재정적 한계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대표단 가운데는 지난 10월, 상원의원 겸 극동지역 전권대사로 임명된 유리 솔로닌 철학부 학장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푸틴 러시아 연방 대통령의 정치담당 고문으로서 이번 방문 결과는 곧 바로 그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되어 대학 교육정책 개발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더 타임즈가 수 일 전에 발표한 세계 200대 대학 안에 서울대가 처음으로 진입했다는 소식이 발표되었으나 이는 재정 확충과 교수 1인 당 학생 숫자 등 돈과 관련된 부분이 순위를 정하는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이곳 러시아 대학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미국인들의 기준으로 짜맞춰진 그들 만의 잔치로 평가절하되며 그 순위에서 비껴가 있을지라도 러시아는 여전히 자신이 세계 최고의 과학 및 학문의 강국이라며 대단한 자부심을 유지하고 있다.

블라지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중국어과에 자신의 장녀를 입학시킨데 이어 올 해에도 자신의 2녀를 같은 학교 생물학과에 진학시켰는데 이는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자신의 대학과 학문을 사랑하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과학과 학문에 있어서 대단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한국대학 사모곡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박정희 정권과 마찬가지로 Top-Down_Modell을 국가 경영 모델로 지향하고 있는 러시아가 박정희가 이룩한 조국 근대화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경제발전 분야에서 유에서 무를 창조하고 싶은 것이다. 러시아 사회학계는 지금 바로 우리가 그렇게 비판하고 있는 한국의 근대화 모델을 배우고 싶어한다.
어쨋거나 러시아 대학에 총체적으로 한국 대학 경영 방식 배우기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백동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사회학부 부교수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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