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국적 고려인의 국적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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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국적 고려인의 국적회복
  • 이화영 국회의원
  • 승인 200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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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국회에서는 ‘재러 무국적 고려인의 국적회복 문제와 한·러 협력 방안’이라는 주제로 한국과 러시아 국회의원들의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날 참석한 러시아 집권당인 단합러시아당의 빅터 네페도프(Victor L. Nefedov)의원은 시민권 취득과 관련한 러시아 연방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고려인의 국적회복을 위하여 시민권 취득절차를 간소화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국회의원들은 과거사 청산의 차원에서 고려인 동포를 위하여 개정안의 추진뿐만 아니라 90년대 중반 이후 독일계 러시아인에게 지원했던 것처럼 고려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확립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러시아 동료의원들의 관심을 모아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오늘날 50만에 이르는 러시아 동포들이 겪고 있는 이른바 ‘무국적’문제는 1937년 구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의 결과로 발생한 역사적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의 각 국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이 구소련 몰락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한 내전, 경제적 곤란, 민족차별 등의 문제로 과거 정착지인 연해주 등지로 돌아오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려인 무국적 문제는 제도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 정부의 추산으로는 러시아에 약 1만7천여명, 우크라이나에 2천여명 등 적지 않은 숫자의 동포들이 무국적자로 분류되어 경제활동, 교육, 의료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미 1991년 러시아연방은 ‘탄압 당한 민족들의 명예회복(복권)에 관하여’와 2003년 ‘정치적 탄압에 의한 희생자들의 복권에 대하여’등의 법률을 제정하여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보상을 규정하였으나 행정 절차 규정 등에 관한 현실적 실효가 미흡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이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 등에 소극적인 정책을 취함에 따라 재이주한 고려인들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무국적자의 법률 비용 지원, 고려인 동포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개최 지원 등 현지 재외동포단체들의 활동에 소액의 재정지원을 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무국적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러시아 등 각국의 고유 권한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비칠 우려로 소극적인 입장에 머물고 있어 현 상태가 빠른 시일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양국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무국적 고려인 문제의 현실적 어려움을 상호 이해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11월에 부산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담에서 한·러 정상 간에 고려인의 국적회복 문제가 논의될 수 있도록 양국 국회차원에서 협력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저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러시아 동포의 국적회복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 또는 제안서를 양국 정상에 전달하고 정부간 대화를 통한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1년여의 의정활동 기간 대륙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저는 끊어져 있던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간의 균형 잡힌 협력관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일은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의 하나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고려인의 국적회복 문제와 같이 아시아 각 지에 흩어져 있는 수백만 재외동포들의 지위 향상과 모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은 21세기 동북아 평화 ·번영 시대를 향한 한민족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노력의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뜻있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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