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인들 조심해요
상태바
베이징 한인들 조심해요
  • 도깨비뉴스
  • 승인 2005.10.24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이징 한인들 조심해요
2005-10-16 17:00 | VIEW : 16,378
▶ 현장에서 당시의 사건 정황을 설명하는 K씨지난 8일 중국 베이징에 거주 중인 K씨는(여. 27)씨는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 온 끔찍한 경험을 했다.베이징의 왕징 지역은 중국 최대의 한국인 집단 거주지역으로 가히 중국의 '코리아 타운'이라고 불리우는 지역이다. 왕징신청 4구쪽 KFC가 위치한 상가 부근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이 밀집되어 있고 중국인들의 발걸음도 잦은 곳이다.K씨는 지난 8일 토요일 밤 11시경 평소처럼 KFC에서 아르바이트로 과외교습을 마치고 귀가를 서둘렀다. 집이 가까워서 평소에는 삼륜차를 타고 다니지만 그날은 오랜만에 머리도 식힐겸 걸어서 귀가하기로 한 것.KFC에서 나와 아파트 단지 바깥 담길 인도를 200미터 가량 걷던 도중 누군가 뒤에서 K씨를 갑자기 끌어 안았다. K씨는 자신을 잘 아는 누군가가 장난치는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뒤를 돌아보았는데 검은 승용차가 서 있고 또 다른 한 남자가 뒷문을 열고 서 있었다. K씨는 순간 그 정체불명의 남자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얼굴을 강타당했다. 머리채가 잡혀 머리와 얼굴이 바닥에 찧기까지 했다.K씨는 비명을 지르며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죽을 힘을 다해 몸부림쳤고 외투가 벗겨지면서 괴한들 사이에서 간신히 몸이 빠져나올수 있었다. K씨는 곧바로 자동차가 달리는 차도로 뛰어 들었다.K씨는 울부짖으며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를 질렀으나 가까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토요일 밤이라서 K씨의 비명이 들릴만한 일대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무도 달려와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주변이 있던 중국인 아파트 공사장 경비원들은 숨어있기까지 하였다. 괴한들은 가방과 옷을 챙겨서 달아났고 이씨는 탈진한 상태로 인도를 걸을 생각을 못하고 차도의 중앙선을 따라서 친구집으로 향했다.▶ 한국인 집단 거주지역 中 베이징 왕징K씨의 납치 미수사건은 많은 교민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한국인 집단거주지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교민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K씨는 그 충격으로 사건이 1주일 이상 지난 지금도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생활을 접고 귀국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K씨는 평소 원한 살만한 일을 한적도 없고 다른 도시에서 베이징으로 이주한지 얼마 안되서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K씨는 범인들이 자신이 한국인임을 알고 범행대상으로 노렸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K씨는 "저를 공격한 사람들이 저를 데려다 돈을 요구했을지 소문만 무성한 장기매매를 하자고 했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저는 술을 마시지도 않은 상태고 운동을 많이 해서 보통 여성들보다 다리 힘도 셌기 때문에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K씨는 병원관계자의 도움으로 영사관에 신고를 했는데 영사관 직원은 "주변 파출소에 신고하라"고 했다고 한다. K씨가 "중국어로 사건 경위를 자세히 설명할 자신이 없다" 며 좀 더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자 "그러면 친구나 통역을 구해서 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사관측은 "공안에 잘 처리 해달라는 연락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K씨는 사건 직후 한 한 포털 사이트 카페 '북경 유학생의 모임'의 게시판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에 대해 자세한 글을 올렸고 곧 베이징 유학생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K씨는 "베이징 왕징지역이 안심하다고 믿는 많은 이들의 경각심을 일깨줘주기 위해 이런 글을 올렸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베이징에서 3년째 교민잡지를 운영하는 한 교민은 "중국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이런 치안사고를 당하면 '어차피 못잡을텐데'라는 식으로 신고를 꺼리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 거주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관련법 규정상 해당 공안국의 정해진 양식과 절차에 따라 관할 파출소에 거주자 신고를 하여야 하고 위반시 적게는 몇백 위안에서 많게는 수만 위안까지의 과태료가 부과 된다. 그는 이어 "외국인 거주 신고를 안한 많은 이들이 이런 종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 행정처벌을 두려워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안에 신고를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K씨 사건은 현재 유학생들 중심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베이징 교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다음은 피해자가 카페 '북경 유학생의 모임'에 올린 게시물의 전문이다. 글이 삭제되어서 다시 올립니다. 저도 힘들지만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고 조심하셨으면 하는 바램때문입니다. 저는 북경에서 과외를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는 28세의 여성입니다. 작년 2월에 중국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천진에서 1년 6개월을 살다가 북경에 이사온 지 2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10월 8일 저녁에 왕징 4구 KFC에서 8시 반부터 11시까지 GMAT을 준비하시는 분의 수학 과외를 했습니다. 걸어서 15분 정도의 집까지 평소에는 삼륜차를 타고 다니지만 그날은 머리를 식힐 겸 걸어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KFC를 나와 왼쪽으로 걸어가며 친구와 핸드폰으로 통화를 했습니다. KFC에서 200m 가 안 되는 거리에 있는 望京四區安全建康促进中心 앞 이었습니다. 통화를 끝내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저를 잡아 안았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코 앞에 검은 승용차가 서 있고 다른 한 남자가 뒷문을 열고 서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반쯤 차 안으로 밀려 들어갔습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절박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습니다. 뒤에서 잡고 있던 남자는 제 입을 틀어막고 밀어 넣으려고 했고 저는 차를 발로 밀어내며 버둥거렸습니다. 차 문을 열고 있던 남자는 제 얼굴을 주먹으로 수 차례 가격 했습니다. 발버둥을 치다 땅에 떨어졌고 뒤에 있던 남자는 머리채를 잡고 땅과 차 문에 제 머리를 여러 차례 찍었습니다. 저는 계속 소리를 질었고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고, 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죽을 힘을 다했습니다. 날씨가 추워 두터운 털 가디건을 입고 있었는데, 옷이 벗겨지면서 몸이 빠져 나왔습니다. 저는 땅을 박차고 차도 한가운데 중앙선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돌아보니 그들은 제 가방과 옷까지 싸 들고 차를 몰고 가버렸습니다. 저는 그들이 돌아올까 무서워 중앙선을 따라 친구 집까지 걸어갔습니다. 제 가방에는 집 열쇠와 핸드폰, 지갑, 전자수첩, 공부하던 자료가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혼자 살고 있었고,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도 없었으며, 중국말이 유창하지도 않았습니다. 중앙선을 따라가다 보니 앞쪽 대서양신청 공사장을 늘 서성거리던 보안 두 명이 광고판 뒤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조용한 밤에 제가 지르는 소리를 그들이 분명 들었다고 확신합니다. 사건 현장에서 50M정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들도 무서워서 숨어있었던 것이라고 짐작이 되지만 멀리서 소리라도 질러줬다면 하는 원망도 됐습니다. 내 목소리를 듣지 않았냐고 따지고도 싶었지만 그 순간 저는 어떤 중국인도 믿을 수가 없었고, 어떤 중국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날 저녁까지 충격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었습니다. 10월 10일 월요일 영사관 전화가 계속 통화 중이어서 먼저 병원에 갔습니다. 목과 등 쪽 척추부분이 경직되어 움직이기 불편하긴 했지만 멍과 찰과상 외에는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의 도움으로 한국영사관에 가서 신고를 했습니다. 영사관에서는 주변 파출소에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중국어로 사건 경위를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하자 친구나 통역을 구해서 가라고 했습니다. 영사관 측에서는 공안에 잘 처리 해달라는 연락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원래 차 종류에 관심이 없어서 차 종류도 모릅니다. 그냥 흔히 보는 검은색 승용차였다는 것과 한족으로 여겨지는 30-40대 정도의 두 남자였다는 것 밖에 모릅니다. 범인을 잡을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 그 사람들 얼굴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얼굴만 계속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제 얼굴을 기억할 텐데 저는 그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더 무섭게 합니다. 짧지 않은 중국 생활에서 저에게 잘해준 중국인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 아저씨들, 특히 택시나 헤이처를 타고 있는 아저씨들을 보면 무섭습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노려보게 됩니다. 사건 현장으로 다시 가보고 확인한 사실은 그들이 차를 KFC입구부터 자전거 도로 안쪽으로 역방향으로 차를 몰고 따라 왔다는 것입니다. KFC 앞에서부터 한 사람은 차를 몰고 따라오고 한 사람은 걸어서 제 뒤를 따라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친구와 한국어로 통화를 한 직후 공격을 했으므로 제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저를 공격한 사람들이 저를 데려다 돈을 요구했을지 소문만 무성한 장기매매를 하려고 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그들이 흉기나 마취제나 스프레이 등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여행객이었다면 그래서 아무 곳도 연락할 곳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밤 11시경이었고 술을 마시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운동을 많이 해서 보통 여성들보다 다리 힘도 셌기 때문에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중 한국인 여러분. 밤길 다닐 때 제발 조심하세요. 특히 여성분들은 혼자 다니지 마세요. 한국이라고 해서 밤거리 범죄가 없지 않지만 의사소통 자체가 힘든 외국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대처 방법은 한국에서 보다 훨씬 힘이 듭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만으로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동정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한국인들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입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