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문인협회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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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문인협회 창설
  • 고려일보
  • 승인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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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5일 알마틔에서 중앙아시아 문인협회가 공식 창설됐다. 이러한 사회단체가 생기게 된 동기는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금년 7월말 알마틔에서 진행된 해외동포문학 중앙아시아 현지학술회에 있었다. 한국 해외동포문학 편찬사업 추진위원회와 시사랑문화인협의회, “고려일보”사의 주최하에 진행된 이 학술회에는 최동호, 오양호, 이명재 등 저명한 문학평론가들이 참가했다.

문명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인간사회가 형성된 곳에는 반드시 문학이 생기는 법이다. 1920년대에 일제의 무자비한 식민지화 정책을 참다 못해 반일 독립운동을 계속하려고 러시아 원동지대로 망명한 한인들 중에는 기성작가들도 있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조선 카프문학 대표자들 중 한 사람인 조명희작가였다. 1923년 3월 러시아원동 블라지보스또크에서 창간된 “선봉”신문사를 기지로 신인작가들도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형성된 소련 고려인문단은 1937년 가을 중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되어오면서 “레닌기캇신문사, 카자흐스탄 작가동맹을 기지로 새로운 발전단계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물론 이 문학은 수준은 어떻든지 간에 우리 민족문학, 한글문학이었다.

이 문학은 “레닌기캇신문과 함께 구 소련 고려인사회의 역사였고 문화 대변인이었다. 인류역사 발전과정에 사회주의사실주의문학이 남겨놓은 흔적은 사회주의가 송두리째 없어진 오늘날에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전적으로 반대하는 문학이론가들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일사상으로 일관된 조선 “카프문학”도 우리 민족의 과거인 것이다. 역사란 그것이 좋건 나쁘건 좋은 것은 더 살리고 나쁜 것은 교훈으로 삼기 위해 소중히 보존해야 함이 후세에 대한 신성한 의무, 민족적 양심이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되고 사회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생활 각 측면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시기에 물질관념에 지나치게 빠져 가장 고귀한 정신문화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이런 새로운 생활가치를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게 해 준 행사가 상기한 해외동포문학 중앙아시아 현지 학술회였다.

구소련 땅에는 지금 한글로 문학작품을 쓸 줄 알고 남의 작품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 남지 않았다. 세월이 좀 더 흘러가면 그들 마저 없어질 것이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뿌리마저 없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날이 당도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가 이번에 창설된 중아시아문인협회이다.
이 문인협회는 앞으로 한국문인협회의 지부로 되어 활동할 예정이며 일년에 적어도 한번씩 문학작품집을 펴내어 기성작가들의 새 작품을 싣고 신인작가들을 발굴하며 러시아어로만 쓸 줄 아는 작가들의 작품은 번역을 하여 실어줄 예정이다.

이 문인협회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끼르기시야, 러시아 고려인작가들이 망라되며 한국에서 와 현지 여러 부문에서 사업하면서 문학창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들어있다. 여기 알마틔에는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한인회 등 현지 고려인사회를 대표하는 사회단체, 한국인을 대표하는 사회단체들도 많지만 한국인과 현지 고려인이 함께 뭉쳐져 형성된 사회단체는 처음일 것이다.

앞으로 우리 협회는 문학활동뿐 아니라 한국인사회와 현지 고려인 사회가 서로 어울려져 더 친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러가지 문화행사도 주최할 예정이다.
협회의 사업을 체계적이고 상시적으로 조직, 추진하기 위해 지도부도 구성했는데 양원식씨가 회장으로, 최인석씨가 사무국장으로 거수가결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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