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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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 정채환 킬럼
  • 승인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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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에서 살다보면 날씨에 대한 걱정이 없어 좋다. 목숨을 앗아가는 토네이도도 없고 지붕이 날아가는 태풍도 없고 큰비나 눈사태도 없다. 일년 내내 쨍쨍한 햇살이 산이나 들로 나가기엔 안성맞춤이다. 동포들이 즐기는 골프도 비 대문에 연기되는 날이 거의 없다. 천혜의 기후에 서민들의 가슴도 펴진다.  그리고 이제 여름철 휴가가 바야흐로 시작되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바로 코앞에 있다.
이 날은 한국의 현충일과 같은 기념일로 전몰자 추도기념일이다. 시작은 1865년도 남북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의 추도식이 거행 된데서 비롯되었지만 1차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몰자를 추모하는 전국적인 행사가 되었다.

◎ 이민자들에겐 소중한 휴일
5월 마지막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시발점으로 여름휴가가 시작되기에 이 날을 맞는 이민자들의 가슴도 설렌다. 전몰자에 대한 추도는 잠깐이고 여행 계획을 짜는 행복감 때문에 계절의 여왕 5월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
특히 남가주는 갈 곳이 너무나 많다. 남쪽 샌디에고로부터 북쪽 샌프란시스코에 이르는 1번 도로의 정경도 빼어난 절경이다. 곳곳에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볼 수 있는 비치가 있고 볼거리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내륙지방으로 들어가도 좋다. 팜스프링스를 비롯하여 요즘은 애리조나의 세도나에도 많이 가고 있다. 세계적인 볼텍스로 기(氣)가 충만한 곳이라고 유명한 관광코스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유명하진 않지만 고즈넉이 가볼만 한 곳도 너무 많다. 마치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답사하듯 말이다. 「무진기행」엔 "언젠가 여름밤, 멀고 가까운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마치 수많은 비단조개 껍질을 한꺼번에 맞비빌 때 나는 듯한 소리를 듣고 있을 때 나는 그 개구리 울음소리들이 나의 감각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수없이 많은 별들로 바
뀌어져 있는 것을 느끼곤 했었다. 청각의 이미지가 시각의 이미지로 바뀌는 이상한 현상이 나의 감각 속에서 일어나곤 했었던 것이다."와 같은 표현이 있다. 바로 이런 정취를 맛보기 위해 실제로 없는 듯 있는 듯 하는 곳으로 떠날 수가 있는 것이다. 식구들과 단촐하게 가도 좋고, 둘이서 아니면 혼자라도 떠나 대자연의 풍취를 마음껏 흡입하고 돌아오면 큰 활력이 되지 않을까?

◎ 밤엔 별도 따고
그리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읊조려도 좋고 알퐁스 도오데의 「별」을 기억해도 좋다. 목장 치기 소년이 자신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곤 물이 불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주인 집 아가씨가 자신이 하는 별에 대한 얘기를 한참 듣다가 어깨에 잠이 들자 "만일, 한번이라도 한데서 밤을 새워 본 일이 있는 분이라면, 인간이 잠든 깊은 밤중에는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적막 속에 눈을 뜬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그 때 샘물은 훨씬 더 맑은 소리로 노래부르고, 못에는 자그마한 불꽃들이 반짝이는 것입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고이 잠들어 있습
니다"라며 감격해 하는 그런 별을 찾아보고 따 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이라크 전쟁, 사스 질환, 테러경보의 오렌지급 상향조정, 불확실한 경기, 밀리는 페이먼트, 이 모두를 감당하려면 우선 몸과 마음이 튼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또 떠나야 한다. 송창식의 고래사냥 CD도 크게 틀어 놓고.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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