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떠오르는 한민족공동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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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떠오르는 한민족공동체론
  •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승인 200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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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한민족을 하나의 연결망으로 결합하여 세계화시대의 거친 파도를 함께 헤쳐가자는 취지의 한민족공동체 통합운동이 지금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이 한민족공동체 운동은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확인하고 추구해온 동포의식과 공동체의식의 산물이며, 민족의 통일과 발전을 모색해온 민족운동의 연장선에서 출현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한국민족사의 전개-발전과정이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볼 때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한민족공동체론 이전의 민족통일운동은 대개 3개의 단계를 거쳐왔다고 할수 있다.

첫번째 국면의 통일운동은’전근대민족’의 완성이라는 과제와 관련되어 있었다. 고구려ㆍ백제ㆍ신라의 패권대결에서 유래하는 삼국의식-삼한의식이라는 고대적 분열을 통합하여 동국-조선이라는 단일의 국가적ㆍ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었다. 대개 통일신라-고려조 이후 중세기를 통하여 전개된 이 첫 단계의 통일운동을 거치면서 한민족은 (아직 성원들간의 동질성인식은 취약하지만) 단일의 역사체라는 자기의식을 형성하였었다.

두 번째 국면은’근대적 민족’의 정립이라는 과제와 관련되어 있었다. 이 단계의 통일운동은 신분과 지역 및 문벌 같은 중세기적 분열요인을 극복하여 평등한 국민주권론에 토대한 단일민족으로의 근대적 민족정체성을 완성을 사명으로 삼았다. 한말의 단군의 자손 대가족통일론과 삼일운동기의 대동단결론은’근대적 민족’의 완성을 추구한 통일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국면의 통일운동은 근대민족-근대국가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계급갈등과 냉전적 대결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평등ㆍ복지를 아울러 도모하는 통일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과제와 관련되어 있었다. 삼일운동후의 유일당 운동과 통일전선운동, 그리고 해방공간에서의 좌우합작운동과 남북협상운동 등은 이 세 번째 국면의 통일운동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한민족공동체론은 이상의 여러 단계 통일운동에 뒤이어 제기되고 있는 네번째 국면의 민족통일운동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네 번째 국면의 통일운동은, 통일문제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고, 민족사회의 생존환경과 존재양태가 변모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민족의 발전전략와 연대방식도 바뀌어야 하는 새로운 현실상황에 부응하여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국가중심패러다임과 단일국가통합론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과, 탈냉전ㆍ세계화ㆍ정보화ㆍ지구촌화ㆍ민족주의부활이 인류의 생존환경으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민족통합운동이자 이론이 바로 한민족공동체론인 셈이다.

이 한민족공동체 아이디어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통일운동과 다른 새로운 발상과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 세계와 국갇국민·민족·민족문화·민족정체성 같은 중요 문제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사고틀을 뛰어넘을 것은 요청하고 있다. 또 우리가 발전시켜왔고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규제해온 여러가지의 법률·제도들에 대해서도 재검토와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한민족공동체운동은 이미 여러 주체들에 의해 활력을 더해가고 있다. 지구촌 각처에 흩어져 살고있는 한민족 성원들은 급속하게 한민족공동체의 네트워크-연결망에 접속하여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공동의 사업을 도모해가고 있다.

앞 시기의 통일운동을 반성해보면, 첫번째, 두번째 국면의 통일운동은 그 성취도가 불충분하였고, 세번째 국면의 통일운동은 불행히도 실패로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는 네번째 국면의 통일운동에서는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한민족 전체의 생존ㆍ발전문제와 개개인들이 영위할 삶의 질은 이 한민족공동체운동의 성패에 의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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