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기서 살고 보니 -이니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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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기서 살고 보니 -이니나 시인
  • 신성준
  • 승인 2005.10.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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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사랑하며 뜨겁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 나 언제나 당신과 함께
천국의 벤치에 앉아 있다네.
그러다 언젠가 당신과 함께
영혼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네."

... 이 노래를 막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가을은 내 어깨위에 단풍을 일궈놓았다.

인류에게 주어진 자신들만의 나라, 사람에게 주어진 자기만의 공간, 우리는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부조(浮彫)하며 목적에 이르는 삶을 살게 된다.

목적은 무엇인가? -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받고자, 사랑하고자, 하는 충족성 욕구체로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다. 즉 서로 사랑하므로 살아가야 된다는 것이다.그러기에 우리에게 바로 그 사랑으로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운명적으로든, 고의적으로든, 그 자의 적조차 숙명 속에 달음질하고 있는 것이니, 사람이 어찌 사랑하는 일을 빼고는 이 세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것인가! 비는 한번도 만져보지 못한 무지개를 만들어 낸다. 사람에게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욕구체가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충족성 욕구체 란? - 나 자신으로부터 요구되는 것에 의한 타(자연, 인간관계, 물질, 정신세계 등)로부터 채워지는 충족을 말한다. 내가 러시아에 살고 보니 - 이 충족에 의한 욕구에 영원을 사모하는 일이 하나 더 있게 되었다.

십이 년 전의 일이었다. 영하 25도 정도의 아주 추운 겨울날, 모스크바 근교 '뿌쉬끼나'라는 작은 마을의 한 버스정거장에서의 일이었다.

나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막 '뿌쉬끼나'동네 입구에 도착했었는데, 그때 화장실에 가고 싶어 - 검고 칙칙한 나무판자들이 대어져 있는 모퉁이를 돌았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희끄무레한 두터운 스타킹이 찢어질듯 양쪽다리를 잽싸게 잡아당겨 올린 채로 벌러덩 누워있는 한 여인이 화장실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러시아에 온 해가 바로 그해 인지라 생소하다는 편견 때문에 아주 저의기 놀랐다. 그러나 그 때는 ‘누워도 삶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쓰러지는 러시아 여인들의 삶’을 몰랐다. ‘죽어서도 삶만은 가슴속에 묻고 사랑은 타오르게 하는 신비한 러시아의 혼’을 몰랐던 것이다. 어찌나 그 겨울의 삶이 불타오르는 영혼으로 나를 황당하게 흔들어 깨워 놓았던지, 그 여인을 깨우기는커녕 나를 세차게 흔들어 놓았다. 모두가 가능하고 모두가 충족되었던 나의 이전의 삶이, 모두가 가능하지 못했고 모두가 충족되지 못했던 나의 영혼의 밑바닥을 일으켜 세워 놓았던 것이다. 나는 그 이후로부터 차츰 내 안에 누군가가 영혼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리 가리 마야 즈베즈다
(빛나거라 빛나거라 나의 별아)
가리 즈베즈다 쁘리베뜨나야
(빛나거라 다정한 나의 별아)
뜨이 우 몌냐 아드나 자베뜨나야
(너는 나에게 하나뿐인 귀한 사람이야)
드루고이 니 부짓뜨 니 까그다
(다른이는 나에게는 결코 없을거야)
뜨이 우 몌냐 아드나 자베뜨나야
(너는 나에게 하나뿐인 고귀한 사람이야)
드루고이 니 부짓뜨 니 까그다.
(다른이는 나에게 결코 없을거야.)...... .

가지고 있으면서 또 가지기를 수없이 원했고, 있어도 족한 줄을 모르고 불평으로 밤을 새우고 허탄의 불감증에 걸린 정신빈곤은, 목이 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욕심을 들이켜 대는 육욕의 불길(외모장애, 부족증장애, 엘렉트릭장애)들...

나는 이 러시아에 살고부터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영원에로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공원에서 만나는 할머니의 미소로부터 - 내 욕심을 내 놓았고, 연주회장의 잠깐 쉬는 의자에 찌뜨론(초콜릿이 발린 레몬사탕)의 봉지 속으로 불평을 돌돌 말아 버렸고, 비 오는 날 따뜻한 주머니 속으로부터 풍요한 빈 곳의 냄새를 맡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눈 내리는 은색 숲의 자작나무 잎새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내 심연이 영혼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을이 가고 하루가 빛나도록 꽃새들이 노래하고, 매 여름날 뜨베르스꼬이의 불바르를 거닐 때면 토플리 하얀 미소들은 어김없이 내 천국의 벤치에 함께 앉아 있어 주었다. S.예셰닌은 시를 낭송하고 주옥같은 초록의 해엽(海葉)들의 속삭임은 내 속에 쓰디쓴 고난을 기쁨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여기에서 살고 보니 - 없는 것은 있는 것이며, 부한 것은 미련한 것이며,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은 자신의 살을 썩게 하는 것이라고... . - 삶은 사시사철 붉게 웃는 '리비나'(붉은 마가목의 열매)마냥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걸 현시해 주었다. 아 - 사랑은 출렁이고 우리는 그 위에 단아한 향기로 피어오른다. 러시아에 살고 보니, - 인간에게 주어진 고난은 반드시 하늘의 은총아래,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한 인격의 눈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공원에서나, 거리에서나, 흐드러져 푸르른 러시아 특유의 자연스런 풍광 속에서, 러시아사람들은 상대방을 먼저 미소로 안아준다. 그리고 말을 들어준다. 그리고 가슴속에선 사랑을 만들어 내게 한다. 때와 장소보다 ‘나’와 ‘네’가 더 소중하며 나와 너보다 '우리'가 더 중요한 인류최고의 사랑의 원칙을 만들어 낸다. 하늘위로 인류 첫 계명인 '사랑'을 만들어내고 하늘 아래로 인류둘째도 '사랑'인 겨울의 창문을 창출한다. 이들의 눈 속에는 '슬프다', '슬프다' 하면서 기쁜 고독이 들어있다. ' 기쁘다‘, ’기쁘다' 하면서 분명한 감사가 들어있다. 감히 사람이라면 - 고통은 예술이다. - ... 라고 말할 줄 아는...사람과 사람을 사랑하며 뜨겁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으로 이름하여 밤의 별을 헤아린다. 그 '사랑' 한번의 生 때문에 어머니 뱃속에서 오래 기다렸다. 사랑하기 위하여 나 자신으로부터 타인으로부터 개체의 세계가 주어졌다.

곧 겨울이 오고 눈이 올 테지. 또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폭풍이 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눈 잎은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내고 또 하나의 바람은 또 하나의 따뜻한 차 한 잔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 .

비는 아무 바램 없이 만져보지 못한 무지개를 만들어 내듯 -, 내 영혼에도 이제 영혼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밤바람이 차면 찰수록 나는 언제나,.언제까지라도,.이 천국의 벤치에 앉아 쉴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designtimesp=2986>=시인, 이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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