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화가 꿈이룬 美동포, 소호 첼시 공모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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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화가 꿈이룬 美동포, 소호 첼시 공모전 입상
  • 연합뉴스
  • 승인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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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9 11:09 송고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김연숙(58.여)
씨는 최근 1천 명의 작가들이 1인당 5점 이내의 작품을 출품해 경쟁을 펼치는 2005
소호.첼시 국제 공모전에서 당당히 입상했다.

김 씨의 입상작 `스피리트(Sprit) Ⅰ'은 지난 7월16일부터 8월6일까지 뉴욕 맨
해튼 첼시의 아고라 갤러리에서 전시됐다. 스피리트Ⅰ은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 본성
의 아름다움에 대한 영혼의 몸짓을 형상화한 수채화, 유화, 아크릴화가 혼합된 추상
회화이다.

워싱턴 조지메이슨대 아트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마치고 아들(강태욱.26)과 함께
9월초 귀국한 김 씨는 29일 "3남매와 남편의 끊임없는 사랑과 후원으로 계속 그림을
그릴 수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월간 `모던 아트 스펙트럼' 11월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사실 화가로서 유명세를 치르기 전 김 씨는 촉망받는 연주자 딸을 둔 어머니로
더 주목을 받았다. 강원선(30.피아노). 문선(27.첼로) 씨가 그의 딸이다.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원선 씨는 6세 때 미취학 어린이 대상 콩쿠르 1위를 시
작으로 이화, 경향, 한국 등 국내 콩쿠르는 모두 석권해 `영재 피아니스트'로 이름
을 날렸다.

예원중 3학년 때인 1989년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명예장학생으로 입학한 원선 씨
는 KBS 초청연주회를 비롯해 줄리아드 독주회, 링컨센터 앨리스 탤리 홀 챔버 연주
등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쌓아갔다.

그러나 줄리아드를 졸업하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연주활동을 하던 그는 갑자기
진로를 바꿔 결혼했다. 어머니 김씨는 "딸이 연주를 하면서 행복하길 바랐는데 그렇
지 않아 행복한 길을 선택하도록 했다"며 "유명한 연주가보다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출신인 사위를 맞은 뒤 원선 씨가 행복한 가정을 꾸
려가는 것을 보면서 김씨는 중학교 때 이후 놓았던 붓을 다시 잡았다.

6세 때 첼로를 시작한 문선 씨 역시 언니와 똑같은 과정을 걸었다. 국내 콩쿠르
를 전부 석권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뒤 유학을 간 그는 카네기홀 100주년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해 `장한나' 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선 씨도 줄리아드를 다니다 진로를 바꿔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전
공해 국제금융회사인 래디언스클럽 애널리스트로 변신했다. 얼마 전 문선 씨는 하버
드대와 스탠퍼드대를 나와 골드만삭스에 근무하는 피앙세를 만나 결혼했다.

아들 강태욱(26) 씨는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 월가에서 애널리스
트로 활약하고 있다.

김 씨는 "강원선.문선 엄마에서 벗어나 서양화가 김연숙으로 자리잡는 데 20여
년이 걸렸다"며 "조기 유학한 3남매가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나도 화가의 꿈을 이
룰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 믿음으로 묵묵히 지원해 준 남편(강정환.59) 덕분"이라
고 고마워했다.

그는 "두 딸이 유명한 연주자가 돼 고국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기를 기대했던
주변 분들에게는 미안한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두 딸이 행복하게 살고 있어 뿌듯하
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씨는 "앞으로 하느님을 향한 신앙고백을 그림으로 형상
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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