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본 선거권 위헌판결을 보며
상태바
[시론]일본 선거권 위헌판결을 보며
  • 김제완기자
  • 승인 2005.09.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거주 일본인의 중의원 및 참의원 지역구 선거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라안팍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 전원합의체의 이같은 결정은 우리나라의 재외국민 선거권 부여논란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달 14일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하고 동시에 국가배상법에 의거해 위헌소송을 제기한 원고 13명에게 1인당 5천엔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70만명이 넘는 해외유권자가 지역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의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일본의 재외국민 선거는 지난 98년부터 비례대표에 대해서만 실시했으나 지역구 선거권은 여전히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불완전하게 실시되어온 해외선거권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 96년10월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못한 해외 8개국 거주 일본인 53명이 위헌 확인과 1인당 5만엔의 위자료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1, 2심에서 패소했으나 최고재판소에서 극적으로 역전됐다. 입법부작위에 대해서 최고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일본신문들은 전했다.

참정권 획득을 위해 해외거주 일본인들이 지난 10여년동안 조국정부를 상대로 투쟁해온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일본인들의 참정권 회복운동은 93년에 시작됐다. 이 해는 50년대 이래 집권해온 자민당이 야당에게 정권을 내주어 일본정치사에 한획을 그었던 시기다.

정권교체는 해외일본인들의 권리 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뉴욕의 법학전공 유학생이 투표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만들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파리에서도 소수의 일본인들이 서명운동을 조직했다. 본격적인 연대활동는 로스엔젤레스 거주 일본인들이 일본해외유권자협회 창설을 주도하면서 시작됐다.

이로서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브라질 페루 홍콩등지의 일본인을 연결하는 국제적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협회는 청원서명운동에 주력했고 주요 신문에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기고운동을 병행했다.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중 참의원 의원들을 상대로 선거법개정의 당위성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했다. 일본 내 정당간의 이해관계가 장애요인이었다. 특히 대도시 선거구의 국회의원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이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해외유권자 운동가들의 열정에 교민사회와 본국에서 지지 여론으로 화답해주었다.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헌법소원은 일본변호사협회에서 무료로 담당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300만에 이르는 해외유권자 문제로 눈을 돌려야한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일본도 부여하지 않았으니 우리는 멀었다고 생각해온 안이한 의식에 찬물을 끼얹은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 97년 일본과 프랑스의 재외국민들이 각각 헌법소원을 냈으나 99년 모두 기각됐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기각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는다는 것, 선거기술상의 문제와 국가 재정의 부담, 선거의 공정성 확보문제와 내국인과의 형평성등이다. 이 이유들은 선진국들도 똑같이 봉착했던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OECD 가입국가 대부분은 이같은 문제들이 자국민 주권보장보다 앞서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우리나라 사법부만은 그 반대로 판단했다.

두번의 기각판결에도 꺾이지 않고 지난해 8월 일본동포들이, 올해 4월 미국 캐나다 동포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제 안팍으로 바뀐 환경속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어떤 결정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