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재외국민 선거권이 있다! 다만 행사할 길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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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재외국민 선거권이 있다! 다만 행사할 길이 없을 뿐이다!
  • 정지석
  • 승인 2005.09.27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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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을 보고

지난 14일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보고 정지석변호사가 원고를 보내왔다. 정변호사는 2001년 11월 결성된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을 위한 한겨레네트워크(준)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편집자>

정지석(변호사, 법무법인 남강)

며칠 전 일본 최고재판소가 외국 거주 일본인에게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선거에만 투표권을 주고 지역구 선거에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공직선거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판결은 더 나아가 지난 선거에서 투표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참정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면서 원고 1인당 5,000엔의 국가배상까지 명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 회원국 모두가 이와 같이 자국의 재외국민에게 대통령, 국회의원 등의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요지부동이다.

우리나라는 원래부터 이렇게 재외국민 선거권에 관한 한 후진국이었는가? 그렇지 않다. 그 동기야 어쨌든 1967년부터 1971년 사이에 2번의 대통령 선거와 2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파병 군인 등을 부재자투표가 실시된 적이 있다. 프랑스가 1945년 외국 거주 군인·공무원부터, 영국이 1949년 재외공관 직원부터, 미국이 1955년 국외 파견 군인·공무원부터, 독일이 1985년부터 외국 거주 공무원·군인부터 선거권을 인정하기 시작하여 영주권자까지 확대되어간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1967년부터 시작한 것은 오히려 빠른 편이었는데, 그것이 모든 재외국민에게로 확대되지 못하고 ‘10월유신’과 함께 폐지되고 말았다는 점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면 현행법상 재외국민은 선거권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공직선거법 15조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다.”고 하므로, 성인인 국민은 그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있는 한 국내에 살든, 외국에 살든, 단기체류자이든, 영주권자이든 선거권이 있다.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에게만 지방자치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것은 더욱 명백하다(15조 2항 1호).

그런데 선거인명부 작성에 관한 규정이 생뚱맞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지방자치든 구별 없이 모든 선거에서 선거인명부 작성 대상을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으로 한정함으로써(37조 1항),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국민,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국민에게서 드닷없이 선거권을 빼앗아가버렸다. 말하자면 절차규정이 권리규정 위에 올라간 꼴이다.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말이다(6조 1항).

우리에게는 ‘주민등록’ 제도만 있는가? 아니다. 90일 이상 거주 또는 체류할 의사로 외국에 체재하는 국민은 공관에 ‘재외국민등록’을 할 의무가 있고(재외국민등록법 2조), 또 국내에서 재외동포법에 따라 은행거래나 인터넷 가입, 의료보험 가입 등을 하고자 하는 ‘재외국민’은 ‘국내거소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재외동포법 6조). ‘주민등록’도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주소를 정했을 때 신고하는 제도일 뿐이다(주민등록법 6조). 이러한 세 가지 등록제도는 그 취지도 동일하고 또 등록사항도 거의 동일하고 또 그 증명서를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동일하다.

그런데 왜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에게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캄를 취해주고, ‘재외국민등록’이나 ‘국내거소신고’를 한 국민에게는 그러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 것인가? 세 가지 중 하나에 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에게는 선거권을 행사하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차별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보아도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우리나라 헌법 제11조를 들먹일 필요까지도 없을 것이다.

이제 국내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은 외국인보다도 못한 신세가 되었다. 작년부터 시행된 주민투표법은 일정한 조건이 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주민투표권을 주더니(5조 2항), 올해 8월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우리나라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자치 선거권도 주었다(15조 2항 2호).

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하였거나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인 ‘재외국민’은 국내에서 30일 이상 주거할 목적으로 주소를 정해도 ‘주민등록’을 할 수 없고(주민등록법 6조 3항), 또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외국인등록도 할 수 없으니, 예컨대 조국을 배워서 조국에 봉사하고 싶어서 유학을 온 재일동포 2세인 ‘재외국민’은 국내에서 몇 년을 살아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외국인도 할 수 있는 주민투표나 지방자치 선거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한다(6조 3항). 이렇게 선거권은 국민의 기본권이자 또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자기 본인에게 도대체 무슨 혜택이라도 있는가?

외국의 아무리 작은 나라, 아무리 작은 도시에서든 크든 작든 스포츠 경기가 열리면 동포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또 경기장에 나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한다. 경기에서 이기기라도 하면 선수든 교민이든 얼싸안고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조국’은 그들에게 반은 의무인 권리조차 주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물안 개구리도 아닐테고...... 우물밖 개구리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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