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언어 습득은 즐거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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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 습득은 즐거움이에요”
  • 뉴질랜드 타임즈
  • 승인 2005.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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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라틴어, 러시아어.

세계 주요 언어에 대한 의미 없는 단순 열거가 아니다. 바로 앞으로 우리 교민사회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차세대 교민 자녀 유망주를 소개하기 위한 단어들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근 오클랜드 프랑스 문화원(Alliance Francaise D’Auckland)이 주최한 프랑스어 말하기 대회‘Conours Oral 2005’에서 오클랜드 전역의 약 1백명에 가까운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 Year 11 부문 우승을 차지한 임지현양(16·Marist College Year 11).

“프랑스어는 학교 제2외국어 과정으로 약 2년 반 정도 공부했어요. 마지막 최종 결선에 오른 경쟁자 4명이 모두 쟁쟁한 사립 학교 출신의 학생들이어서인지 우승 소식에 더 기쁘더라구요”

그러나 임양의 천부적 언어 재능은 단지 프랑스어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듯 했다. 이미 중학교때 스페인어 말하기 대회에서의 우승 경력을 비롯, 지난해에는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merit)으로 입상을 하는 등 임양의 언어적 재질은 앞서 열거한 무려 8개국어 의사 소통에 달한다.

임양에게는 7살때 책장에서 꺼내든 아빠의 일본어책을 스스로 공부해가며 옆집 일본 아줌마와의 첫 일본어 대화를 시작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기만 하다.“물론 8개 언어를 모두 완벽하게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데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일단, 각기 다른 나라의 언어로 말하다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습성과 문화가 보여요. 예를 들면 프랑스어는 우아하고 예뻐요. 그들의 풍부한 문화적 역사가 언어에서 느껴지죠. 스페인어 속에는 스페인 사람들의 밝고 경쾌한 인생이 숨어 있어요. 또 사성 (四聲)이 있는 중국어를 하다 보면 음악적으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중국 사람들의 능력에 이해가 가죠”

이렇듯 언어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임양이 말하는 자기 자신만의 언어 습득 다섯 계명은 그야말로 독특하다.

첫째, 무조건 말을 많이 한다. 누구든 언어를 활용할 상대가 있으면 자신의 표현이 문법적으로 정확하든 그렇지 않든 개의치 않고 말을 한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발음이나 문법이 틀리는 것은 전혀 창피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할까 염려하는 두려움의 극복이다.

둘째, 매일 글을 쓴다. 시도 좋고 동화도 좋다. 매일 같이 다른 언어로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모르는 것은 담당교사 등을 통해 반드시 확인한다. 담당교사를 귀찮게 하면 할수록 내 언어 능력은 향상된다.

셋째, 언어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힌다. 그저 말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공부한다. 언어를 통해 그 나라 문화의 특징을 발견해 낼 수 있을 때 그 나라 언어와 나는 하나가 된다. 오클랜드가 완벽한 세계 문화의 집합소라는 사실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넷째, 배우고 있는 언어 모두를 끊임없이 사용한다. 만약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매주 요일별로 언어 활용 계획표를 만들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계속적으로 연습한다. 때로는 기분에 따라 다른 언어를 활용해 보며 언어 학습을 즐긴다.

다섯째, 자신만의 언어 게임을 만든다. 예를 들어 집안의 모든 출입구에 매일 같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붙여놓고 하루 종일 들락거리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 답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방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물론 방안에서 나올 수도 없다. 화장실이라 해서 예외는 없다.

“모두가 말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관리인 것 같아요. 모든 시간을 그저 헛되이 보내지 않는 거죠. 그 달, 그 주의 할 일은 물론 그날의 할 일 역시 시간별로 기록해 지키려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게 되거든요. 뭐, 물론 그렇다고 제가 매사에 완벽할 정도로 꼼꼼한 건 아니에요. 의외로 덜렁거리는 성격에 잃어버린 물건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단지 학업에 관련된 일만은 꼼꼼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한편 임양은 학교에서의 만족스러운 생활도 자신이 언어 공부에 보다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부모님은 제가 좋은 사립학교에서 공부하기를 바라셨어요. 하지만 제게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주고 싶지 않으셨는지 결국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Marist College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소위 유명한 학교가 아니거든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중요한건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의 학교를 그리고 학교에서의 교육 방식을 사랑하고 있거든요”

임양은 앞으로 College를 졸업한 뒤 오클랜드 법대를 거쳐 미국의 하버드 대학으로의 진학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조만간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에도 도전해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언어를 접하는 것은 제게 즐거움이에요. 아직은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서 언어를 배우면서 무궁무진한 꿈을 펼쳐요. 프랑스어를 공부할 때면 프랑스에서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를 꿈꿔요. 프랑스 거리에서 신나게 쇼핑하는 꿈도 꾸죠”

정한진 기자/ collins@nzkoreatim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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