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파업이 남긴 것 - 6억불의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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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파업이 남긴 것 - 6억불의 손해?
  • 김원희
  • 승인 2003.05.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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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을 떠난지 어언 10년이 되어가는데, 최근 한국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한가지를 확인한다. 노동자의 기본권인 파업이 아직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남긴 것, 직접 손해가 얼마에  결국 이러저러해서 손해가 6억불에 달하며, 국가신용도 하락은 금전적으로 헤아릴 수도 없다고 언론은 떠들어댔다. 다행히 군부대를 집결시켜놓고 진행한 막바지 새벽협상이 타결되어 그 정도에서 멈추었단다.

그러나 과연 파업은 국가에 손해만 야기하는가? 파업 때문에 물류가 잠시 적체되었다고 그것이 국가신용도의 하락으로 이어지는가? 오히려 노동자의 기본권이 무시되는 것이 국가신용도의 하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한 일시적인 정체는 오히려 민주화된 국가의 특성으로서 이해되어야 하지 않을까?

왜 노동자는 파업만 하면 구박을 당해야 하는가? 한 인터뷰 노동자의 말. 미안합니다. 왜 대한민국에선 항상 파업노동자의 인터뷰는 미안합니다가 되어야 하는가? 왜 대한민국에서 그것은 당연한 노동자의 기본권이 될 수 없는가? 왜 매번 파업이 나면, 그들의 노동자됨을 의심받는 해괴한 논리들이 등장하는가? 왜 그들의 행위는 매번 범죄시되어야 하는가?

그래도 한국언론보도에서 과거보다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이 있다면 나름대로 중립을 가장하려고 한다는 점이다.(조중동 제외) 그러나 결국 그들의 보도의 촛점은 이번 파업으로 얼마나 대한민국이 손해를 입고 있는가에 있고, 그들은 이 견적을 부풀리기에 바쁘다.

이번 파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물류시스템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비생산적이며 불안정한가가 드러났다. 파업을 통해 그 물류시스템을 효율화하는데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보다 분명해졌다. 그렇다. 파업은 파괴적인 것만이 아니라 생산적인 역할도 한다.

화물연대와 정부간 합의는 소위 중간착취를 인정했으며, 다단계와 지입제를 폐지하기로 했고, 화물노동자의 노동자됨을 확인했다. 물류시스템이 후져서 직거래가 되지 못하고 중간에 끼어들어 차 떼가고 포 떼가고, 정작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많지 않다. 왜 그들은 발주자와 직거래를 할 수 없는가? 그 중간에 낀 집단들이 얼마나 국가에 비생산적인가? 이것을 수술하지 않고 국가경쟁력이 재고될 수 있을까? 이것을 수술하기 위한 비용으로 6억불은 비싼 것만은 아니다. 또한 부산항으로 물류가 몰리는 과도한 집중현상은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다. 개발된 광양만을 더 활용하고 또 더 많은 항구를 개발해 물류를 분산시키고 안정화시켜야 한다. 화물연대파업이 가져온 물류대란은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경제에 내재된 자기모순이며, 이번 파업은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파업은 생산적인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

주말에 운행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만 운행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샤워도 하고 편히 쉴 수 있는 독일과 유럽은 차 세울 데가 없어, 졸음운전을 참으며 교통체증에 장시간을 운전해야 하고 그런데도 한달에 70여만원의 박봉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한국의 화물노동자와 천지차이이다.

이번 파업을 물류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으로 삼자. 그리고 파업은 그것을 위한 반성의 기회를 우리에게 던져준 생산적인 계기이다. 6억불 손해? 국가 신용도 하락? 웃기지 마라.

환경기준치를 높이면 이에 적응하려는 기업의 몸부림은 결국 생산공정의 합리화와 생산성의 강화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다. 화물노동자에게 투자하자. 그것이 곧 우리나라 물류에 대한 투자이다. 화물노동자의 소리를 경청하라. 그리고 그들에게 그들이 일한 만큼의 실제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우리나라 물류시스템을 뜯어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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