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승은호 회장]“커지는 국력 조국사랑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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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승은호 회장]“커지는 국력 조국사랑도 키우자”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5.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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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한인회장 발언대

나라 사랑의 길-세계시민 수범을

▲ 승은호 인도네시아 한인회장 △동화기업(주) 사장 △인니 한국국제학교 재단이사장 △평화통일 자문회의 위원 △재 인니 한인상공회의소 초대 회장 △동남아 한상연합회 회장 △코린도그룹회장
“조국은 커질수록 사랑을 못 받게 된다”사상가 볼테르의 말을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맞는 얘기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자신의 태를 묻은 나라가 약소할수록, 혹은 강대국의 핍박에 시달리거나 위기에 처한 상활일수록 모국을 향한 마음이 더욱 절실하고 애틋할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은 또 어찌 보면 다행스런 측면이 있다. 만일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초강대국의 국민들이, 누란의 위기에 처한 약소국의 국민들처럼 애국심만으로 똘똘 뭉쳐버린다면 그 모습은, 지켜보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물론 국력이 강한 나라의 국민들은 나라를 사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맹목적이고 폐쇄적인 애국심보다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수범을 보임으로써 자기 나라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것, 그것이 나라사랑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많이 컸다’는 사실은 나라 안에 있는 사람보다 바깥에 있는 사람이 더욱 자주 실감한다. 몇 년 전, 내가 경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코린도 그룹 중역이 모처럼 휴가를 받아서 그 친구 몇 쌍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체코에서 관광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슬로바키아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만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출입국 관리소 관계자가 일행 중 유독 한 사람에게만 ‘입국불갗를 통고한 것이다.
 

외국인이 경영하는 기업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현지화 정책 때문에 그 중역은 부득이 국적을 인도네시아로 바꾸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은 ‘프리패스’인데 인도네시아 여행객은 비자를 따로 받지 않으면 입국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당사자는 체코비행장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 스로바키아의 비행장에서 일행과 합류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우리 한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은 그 국경선에서 ‘부쩍 커버린 대한민국’을 실감했고,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함이 함께 솟구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밖에 나가 있는 사람에게 조국은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 같은 존재다. 외지에 나가서 역경을 이기고 성공을 거두면 돌아가서 자랑도 하고 칭찬도 받고 싶고, 서럽고 고단한 처지에 이르면 기대어 위로받고 싶은 대상이 바로 조국이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교포들에게 너무 성급하게 애국심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들에게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현지의 주류사회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지 밤낮없이 ‘조국바라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현지에서의 교포들의 입지가 나아질수록,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갈수록 조국에 대한 사랑도 작아질까? 아닐 것이다.

나는 적어도 단일민족 국가임을 자랑하는 한국인에게는 볼테르의 그 격언이 온전히 들어맞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 ‘대∼한민국’에 태를 묻은 사람들 아닌가.

인도네시아한인회 : www.innekorean.or.id
E-mail : seung@kor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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