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현 정권의 최대 위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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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현 정권의 최대 위기 상황
  • 김상진
  • 승인 2005.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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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EU가입을 가로막는 민족문제
가장 안정되고 지지도 높은 정부

터키는 그 동안 지도층의 부정부패 및 정치 불안정 등으로 인하여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실업 그리고 국민들의 불신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었으나, 3년 전 타입 엘도안 현 수상이 이끄는 AKP가 단독 집권한 이후 정치와 경제 면에서 대단한 성과를 보이며 안정 성장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특별히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상황임에도 물가와 환율의 안정을 이뤄냈고, 수십 년간 계속된 고 인플레이션의 결과로 미화 1불당 1,500,000 TL(화폐단위:터키쉬리라) 까지 절상되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낮은 화폐라는 불명예를 받아온 TL의 화폐개혁 (사실 화폐단위 변경) 까지 실행 하는 등 다방면에서 강력한 변화와 개혁을 자신 있게 추진하며 대중적인 인기와 지지를 받고 있다..

현 정부의 태생적 문제

그러나 현 정권 집권당의 구성상 본질적인 태생의 문제는 현 수상이 과거 이스탄불 시장 재직 시 종교(이슬람)적인 발언과 소신을 표명한 것을 이유로 현직에서 물러나고 정치 활동 중단 등의 탄압을 받았던 경력이 말해 주듯이 이슬람 종교성향의 정치인들과 중도 우파 출신의 구 정치인들이 상호 이익에 의해 모여 조합된 정당이라는 점에서 여차하면 분당이 될 소지를 늘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군부와의 대립 요소를 늘 안고 있는 관계로 국민을 직접 상대하여 여론 몰이를 통한 대중 포퓰리즘 방식의 정치를 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현 정권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헤어지면 모두에게 치명적이라는 공동의 이해가 맞물려 오히려 당권이 분열되지 않고 결속되는 아이러니칼한 관계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현 정권이 대중 포풀리즘 정치를 위해 제일 중요한 시책으로 내 건 정책목표가 EU 가입이며 터키의 개혁과 민주화 인데, 역대 수상 중 가장 많은 해외 방문을 기록하며 그 동안 많은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는 EU 가입이 최근 들어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타나면서 실제적으로 EU 가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터키의 EU 가입은 사실상 어려움

필자의 개인적 견해는 터키의 EU 가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이전부터 수차 지적해 왔고, EU는 물론이고, 터키 자신의 장래와 입지를 위해서도 EU 가입은 스스로 철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터키에게 유익 할 것임을 강조해 왔었으나, 현 정권의 태생적 한계 및 정책 방향이 EU 가입 추진이 아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단기적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터키가 EU에 가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는 크게 아래와 같은 국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해결이 선결 되어야 하는데, 사실상 터키로써는 이 부분에 대한 양보가 쉽지 않을 것이며, 설사 모두 양보한 다고 하면 그 터키는 지금의 터키의 모습이 아닌 작고 힘 없는 동유럽의 한 민족국가로써 의 모습으로 쇠약해 져 있을 것이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 EU에 가입하는 굴욕적인 모습이 될 것이 염려가 되는 것이다.

1. 사이프러스 통일에 대한 그리스 측의 입장을 수용 하는 등 그리스와의 쟁점 사항에 대한 양보

2. 아르메니아인 대 학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수용하고 사과하는 일

3. 쿠르드 인들에 대한 자치권을 인정하고 일부 영토를 쿠르드 인 들에게 영토를 제공하는 일

제시된 3가지 사항은 터키의 실세인 터키 군부가 수용할 수 없는 사안들이며, 현 정권이 내부적으로 군부와의 헤게모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한 실현이 어려운 사안들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을 위한 거론이나 문제의 공론화 조차도 금기 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EU 가입이 아니라 그 어떤 정책 목표를 위하는 명분이라 해도 국론의 분열 및 국가 위기 상황으로 까지 발전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난제들이 아닐 수 없다.

생각보다 빨리 제기되는 문제점들

현 정부는 EU 가입의 지지를 얻는다는 이유로 터키령 북사이프러스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일부에서는 사이프러스를 팔아먹었다는 극단적인 반항도 있었지만 EU 가입을 위한다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현 정부로써는 군부와 사이프러스 전쟁 참전용사들과 일부 국민들의 반응을 애써 외면하면서 사이프러스 문제 해결을 통한 터키의 EU 가입 의지를 확실히 보여 주고자 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제기 했던 아르메니안 대학살 문제는 외교적 학문적 수단을 동원해서 반박하는 한편 의회 및 대통령의 결재를 통해 터키의 아르메니안 학살을 공인한 프랑스에 대하여 직/간접적인 항의와 유감을 표했지만, 이 역시 유럽 연합의 맹주인 프랑스와 정면 대결을 피해야 하는 입장을 감안하여 그대로 덮고 넘어가는 분위기로 넘기고 있다. 그러나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아르메니안 대학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유럽 국가에서는 이 문제를 그냥 덮고 갈 것 같지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터키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쿠르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백 년을 함께 살아 왔지만 동화되지 않았고, 터키 해방을 위한 독립전쟁에 함께 참여하면서 터키로 부터 분리 독립을 기대했던 쿠르드인 들이 서방 열국들의 이해관계와 터키 측의 책략으로 인해 또다시 독립의 꿈은 사라지고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 없는 대규모 민족으로 중동의 몇 나라에 걸쳐 소수민족으로 유랑의 서러운 세월을 보내고 있던 중 십 수년 전부터 독립을 외치는 강경파들이 PKK 등의 무장 단체를 결성하여 이라크, 이란, 시리아 및 터키의 국경지대를 무대로 독립을 위한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라크 전쟁의 결과로 미국을 등에 업고 중동에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가로 자신들의 독립 내지는 자치 국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마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터키로써는 가장 긴장되고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 5년 전에 구속 수감된 쿠르드 해방전선 (PKK)의 지도자인 압둘라 외잘란의 경우, 사형이 선고 되었으나 유럽 측의 항의에 의하여 무기로 감형 된 채 수감 중이지만, 지금도 옥중에서 PKK를 비롯한 쿠르드 강경파들을 지도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터키 정부측이 기존에 약속한 쿠르드 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이 미흡하다는 판단 하에 또다시 테러를 통한 강경 투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쿠르드인 들은 압둘라 외잘란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여기고 있으며, 그와의 자유로운 면회는 물론 그의 석방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쿠르드 문제들

지난 8월부터 에게 해 지역의 휴양도시를 중심으로 서너 차례의 폭탄 폭발 사건이 발생했으며, 9월 5일 불사 BURSA 지역에서 쿠르드 인들의 집단 시위와 터키 극우파 들과의 충돌로 인해 경찰 1명과 시위대 9명이 부상 했으며, 실트SIIRT 지역에서의 시위에서는 시위대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 했고, 쿠르드 인들의 반 정부 시위는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자제 호소에도 불구하고 동부지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전국적인 확산을 염려하고 있다.

7일 하카리 HAKARI 에서는 PKK 와 압둘라 오잘란을 지지하는 시위에 5천여명이 가담했고 경찰과 충돌하여 공포탄과 최루탄, 돌과 각목으로 맞서는 과격한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으며, 실트에서의 시위도중 사망한 압둘라 아이든의 장례식은 시위로 발전하여 5천여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고 다수의 공공건물이 투석으로 파손 되기도 했다.

터키 치안군은 툰젤리 외곽지역에서 PKK 소탕작전을 벌여 동계 게릴라 작전을 준비중이던 PKK 조직원 7명을 사살 하였다고 발표했으며, 8일 툰젤리 지역에서는 쿠르드 정당인 DEHAP 당원들과 민간단체 회원 300여명은 터키군의 작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고 터키군은 코브라 무장헬기 2대를 동원하여 저공 위협 비행을 하기도 했다.

터키 수상은 9월 8일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시위의 양상에 따라 경찰의 강경대응 시사 했으며, 최근처럼 시위가 계속 과격해 진다면 경찰을 물론 군도 그에 상응하는 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상의 인터뷰 내용 중 주의를 끄는 내용은 현재의 쿠르드 인들의 과격 시위로 인해 10월 3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터키의 EU 가입협상 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언급한 내용이다.

실제로 이스탄불 공항에는 적색 경계경보가 내려져 있다. EU가입 협상을 시작하는 10월 3일까지 이스탄불에 테러가 있을 수 있다는 첩보가 있었다고 하여, 공항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경비를 강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의 과제는 쿠르드계 터키인들과 공생 하는 것

현 정부가 제1의 정책 공약으로 내 세운 EU 가입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워 지고 있는 상황을 현재와 같은 쿠르드 인들의 시위 사태로 책임을 전가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 낸다.

그렇다면 그것은 쿠르드 인들과 터키인 들 사이에 또 다른 장벽과 갈등의 소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유럽 국가들은 터키의 발전과 성장을 원하지 않고 있는데, 그로 인해 터키가 EU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자꾸 내세우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내부적인 아킬레스건인 쿠르드 문제와 EU 가입 문제를 직접 연결하는 발언이나 정책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단초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EU에 가입을 못하는 한이 있어도 터키는 쿠르드계 터키인들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수백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터키 정부의 대응 – 군부와의 동반협력

이제 터키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터키권력의 헤게모니를 놓고 줄 곳 군부 측과 대립과 갈등을 보여왔던 현 AKP 정권이 쿠르드인들의 문제를 놓고 군부와 힘을 합하여 강경 진압으로 나간다면 유럽 연합 국가들의 반발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실제적으로 EU 가입의 추진 및 실현은 대단히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 들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일 터키를 방문한 유럽 주둔군 사령관 James Jones대장과 중부군 부사령관 Lance Smith 중장이 터키를 방문하여 엘도안 총리와 힐미 외즈콕 총사령관을 예방하고 테러와 PKK 문제를 논의 하였으나 이번 방문에서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및 유럽 측의 입장과 반응이 어떻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터키는 EU 가입을 위해 쿠르드 문제를 양보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나갈 것인지, 포률리즘을 통해 국민들의 여론 지지를 통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정책을 추진해 오던 AKP 정권이 정치권력의 헤게모니 경쟁을 포기하고 군부와 협력하여 강경 대응 및 독자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 된다.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기 총선론 까지 등장하고 있어, 2007년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대통령직을 노리고 있는 현 타입 엘도안 수상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판단과 결단이 요구되는 싯점이며 현 정부 들어 가장 어려운 정치적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지켜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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