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상’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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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상’들에게 바란다
  • 정지환
  • 승인 2005.09.0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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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러시아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21개 공화국 중에 ‘사하공화국’이란 나라가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4분의 1과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이 ‘보물국’(寶物國)에는 독특한 정치적 전통이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 국회의장이 차기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관례가 바로 그것이다. 현 사하공화국 국회의장의 이름은 알렉산더. 그의 할아버지는 김씨 성을 가진 고려인이다.

고려인의 후예인 ‘알렉산더 김’에게는 아픈 추억이 있다. 국회부의장 시절이던 2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문전박대’의 수모를 당한 것이다. 사하공화국의 석유와 가스를 욕심내는 일본과 중국의 발길이 잦아지자 알렉산더 김은 이왕이면 할아버지의 나라와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으로 방한했다. 그러나 큰 기대를 안고 면담을 신청했지만 산업자원부 장관은 물론이고 차관까지 바쁘다면서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꼭 1년 전 있었던 한 조찬강연에서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증언을 통해 직접 들었다. 그 날 이광규 이사장은 재외동포를 대하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너무나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당시 그는 “우리에겐 더 많은 ‘알렉산더 김’이 있다”면서 “1백73개국에서 살아가는 7백만 재외동포가 바로 그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우리가 이들을 지렛대로 삼는다면 ‘기막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텔레비전에서 1천2백년 전 해상제국을 건설하고 동북아시아를 호령했던 ‘재외동포’ 장보고 이야기를 극화한 드라마를 방영했다. 신라방(新羅坊), 신라원(新羅院), 신라소(新羅所) 신라관(新羅館)…. 청해진을 근거지로 삼고 있던 장보고의 대활약을 가능케 했던 당나라 내의 교두보였거니와, 이 공간들은 오늘날 재외동포가 모여 사는 ‘코리아 타운’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장보고 역시 서라벌로 상징되는 중앙집권 세력의 견제를 받다가 비극적 최후를 맞아야 했다.

여기서 잠시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여의도통신’을 소개한다. 2004년 6월 1일 17대 국회와 동시에 출범한 여의도통신은 옥천신문, 뉴스서천, 수원일보, 울진21, 평택시민신문, 상주시민신문, 영주시민신문, 장성군민신문, 영광21, 군포시민신문, 담양주간신문, 양산시민신문, 백제신문(공주) 등 모두 13개의 풀뿌리언론이 참여해 국회의원 모니터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재외동포신문도 회원사로 가입하면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진행되는 재외동포정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입법활동을 체크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제안하고자 한다. ‘현대판 장보고’를 꿈꾸는 한상(韓商)이 있다면 이제 ‘현대판 서라벌’에 대한 짝사랑(?)에서 벗어나 고국의 고향을 지키고 있는 ‘풀뿌리언론’과 연대하자.

그들이야말로 고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진하려는 한상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현대판 청해진’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전략과 시장의 창출이라는 전 지구적 화두와 과제의 현실적 구현이라는 의미도 갖게 될 것이다.

이번에 고향을 방문하시거든 꼭 지역언론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우리가 서로를 지렛대로 삼는다면 ‘기막힌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450개 전세계 동포언론과 300개 풀뿌리 언론 간 네트워크도 제안한다. 동포 언론과 풀뿌리 언론간 연대를 만들어 가는 일에 한상들이 그 주인공으로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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