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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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다 됐어!’
  • 홍근수 기자
  • 승인 200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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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통일을 위한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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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도 보게 된다’는 말이 있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너무나 당연시 되는 일도 그런 것과 인연이 먼 것 같은 사회에 살다보면 당연한 것이 실현이 될 때 그것이 신기하게도 느껴진다. 분단이 오래 지속되었다 하더라도 민족통일이 된다면 이는 당연한 것인 데도 참으로 좋은 민족통일을 이루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감사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민족통일은 모든 자주.독립된 민족에게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분단된 지 60여년 동안 비 자주적으로 살아오다 보면 민족분단에 익숙하고 민족통일에 낯설게 살다 보면 오히려 민죡통일이 별 것 같아진다. 그래서 오래 살다 보면 불가사이하게 여겨지던 민족이 통일될 날도 보게 되고 이렇게 ‘좋은 꼴’을 보게 된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금 서울에서는 이번 8.15 60주년을 맞아 남.북.해외 손님들을 청하여 “민족자주.평화.통일 민족대축전”을 개최하였다. 이북에서는 100 여명의 대표들이 이남의 서울을 방문하고 이남의 400 여명의 대표들을 만났다. 그동안 민은 원했지만, 정권 당국은 나라를 어지럽힐 염려가 있다느니 민주적 기본질서를 뒤집게 될 행위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느니 하면서 이를 저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번에 눈에 띄는 것은 그 동안 범민련과 한총련을 불법시하여 모든 공식적인, 특히 정부에서 관계하는 행사에 이들을 제외한지 오래다. 그러나 금년에는 그것이 허용되어 오늘 8.15 60주년을 맞아 비표가 그들의 이름으로 주어졌다. 내가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 사실은 이렇게 해도 나라가 무너지거나 민주적 기본질서가 결코 위협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번에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친북인사’라는 딱지가 붙어 귀국하지 못하던 분들이 대거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응로 화백의 조카이고 불란서 거주하는 이희세씨, 일찍 북을 방문해 북의 개방을 도운 바 있는 카나다 거주의 정순영씨. 그리고 범민련 일을 하던 독일 거주의 이영빈 목사 내외 등이다.

그러나 지금 이 서울 하늘 아래 오랫동안 계속된 군사독재에서 문민정부로 들어오면서 ‘불가사이’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나라가 분단되었을지라도 왕래나 소식정도는 충분히 교환할 수 있었거늘 이 놈의 나라 백성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반공의 선생 나라인 미국은 반공을 하지 않는 데도 한국은 그냥 ‘충성스럽게도’ 반공을 계속하여 지금 반공의 ‘고도’(孤島)로 살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분단된지 이제 ‘환갑’도 맞이하면서도 이 놈의 나라의 정치인이란 자들은 천하의 악법 중 악법이고 국제공동체로부터 지적을 당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하나 폐지하지 못하는 한심한 작태들을 연출하고 있다. 이들은 억수로 큰 돈을 먹을 줄 아는 부패한 정치인들이고 이들은 마치도 성적으로 ‘새디즘’(sadism)에 걸린 자들 같이 보인다. 이들은 미국인들에게 그렇게 얻어맞고 있건 만 제발 더 힘껏 때려 달라며 더 튼튼한 매를 그들의 손에 들려주는 지경이라고나 할까?

어떤 ‘골빈 대통령’이 발설한 이래로 ‘정신 나간 정치인’들 가운데 ‘통일된 다음에도 주한 미군은 이 땅에 주둔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지껄이고 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말은 논리적으로도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해서는 결코 민족이 통일될 수 없기 때문이고 평화적인 통일은 더욱 더 거리가 멀다. 그들이 공연히 주둔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민족의 통일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고 전혀 남의 처지에서 ‘제사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오늘 국민소득 2 만 불 가까이로 올라서 그렇겠지만, 불평등하기 그지 없는 한.미 관계를 발견하고 새삼 놀라고 있다. 한편 시민들은 당국과는 달리 늘 남.북 간에 대화와 화해를 원하고 있고 이를 당국에 촉구하기도 하며 이제 민족공조를 강조한지도 오래 되었다. 벌써 오래 전에 온갖 탄압을 받으며 ‘범민족대회’라는 것을 개최하면서 북과 화해의 길을 모색한지 한 세대가 다 되어 가고 있지만 당국은 이제야 겨우 그 흉내를 내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15일 날에 워커 힐에서 있었던 환영만찬회 석상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준비위원회 남측준비위원회 상임고문)은 북한 대표들이 서울을 방문하고 있는 동안 다섯 가지 ‘역사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북에서 온 손님들의 공로인양 그들을 환영했다. 그것들은 첫째, 비무장지대상 서로에 대한 악선전물 철거가 완성된 것; 둘째, 남북간 서해 교전 같은 비극을 방지 할 수 있는 군사직통전화를 개통한 것; 셋째, 어제 자정 가까운 시간에 북 민간선박 2척이 제주해협을 통과하여 다시 원산으로 항해 시작하게 한 것; 넷째, 오늘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이산가족 화상상봉 시작된 것; 다섯째, 북측대표단의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것, 등을 들었다.

참으로 좋은 때에 그들이 왔고 그들이 오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위의 여러 변화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이것들이 결국 통일의 절차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남.북 ‘민족공조’를 통해서 비로소 민족통일이 실현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 북 대표들이 현충원을 찾는다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나 간단한 일이 결코 아니지만 이들은 이를 실시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왜냐하면 어느 일방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북 대표들의 현충원 방문을 두고 벌써 이남의 극우파 인사들은 이는 정작 그렇게 한 이북 측의 의사와 관계없이 ‘6.25 남침에 대한 북의 사죄’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이는 이남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을 보더라도 남.북이 서로에 대해 얼마나 불신이 큰가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정세현씨는 “5 가지 모두 통일운동사에 신기원으로 기록될 사변적 사건”이지만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를 특기하게 꼽으며 “그런 중대 결단을 내려 사변적 사건의 주역이 되신 북측대표단에게 우렁찬 박수를 보내자”고 말해 연회 참가자들로부터 일제히 우렁찬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어 건배를 선창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자주의 나라, 평화의 나라, 통일의 나라를 위하여”라고 축배사를 하자 참가자들은 전원 잔을 높이 들고 “위하여”를 외쳤다.

나는 이것이 통일이 다 된 것 아닌가 하는 착각에 잠시 빠졌다.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현수막에 이제는 ‘통일은 다 됐어!’라는 문익환 목사의 말이 붉은 글씨로 쓰여져 붙어 있었다.

결국 6.15의 정신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북의 김기남 조평통 부위원장은 ‘우물 물을 마실 때 그 우물을 판 사람들 기억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사실 우물 물을 마실 때 그 우물을 판 사람이 누군가를 묻는 대신에 시원한 우물 물에 감사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6.15가 누구의 작품인가? 하는 것 보다 국제공조나 한.미 공조를 통해서는 평화가 아닌 전쟁이 오겠지만, 민족공조를 통해서는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민족통일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6.15 남.북 공동 선언의 요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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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통사의 상임대표이다.
* 이 글은, 필자가 『크리스챤 신문』(2005년 8월호)에 정치논설로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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