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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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를 욕하지 마라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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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대통령은 무척 바쁘기도 하다.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의 5백만명에게 e 메일을 발송했다고 한다. 인구 100명당 컴퓨터 보유대수가 약26명이니 전국의 컴퓨터는 대략 1천만대가 좀 넘을 것이다. 그러니 약 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보낸 셈인데 이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록된 20만 회원과 10만명의 공무원, 인터넷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 회원 중 수신에 동의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전자우편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보내는 인건비는 몰라도 우송료는 들지 않아 경제적이기도 하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컴퓨터 세대와 인터넷의 위력을 확실히 체험한 대통령이기에 TV 토론 등에 나와서 자칫 헤매는 것보다는 자신의 심경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이런 방식이 훨씬 편할 것이다. 받은 사람은 대통령의 메일이라 고맙게도 느끼고 친근감도 가질 테니 그것도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선거는 계속 있으니까 말이다.

◎ 잡초 정치인을 뽑아내자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을 어버이로 생각한다는 점잖은 멘트와 함께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잘못된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일부 정치인, 개혁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뜻을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 하는 일부 정치인, 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 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 이렇게 국민을 바보로 알고 어린애로 아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부는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내는데 이는 선량한 곡식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며 정치개혁을 강도 높게 다짐한 것이다.  
이런 구분은 자신은 개혁파이고 또 자신을 반대하는 일부 정치세력을 잡초정치인으로 매도하는 결과가 되어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한 행위의 전초전일 수도 있고.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이런 그의 개혁정신에 많은 젊은이들과 월드컵의 응원열기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새로운 바람의 주역들이 동참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국이 용광로처럼 들끓는 자극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선거였다. 그래서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고 하는지 모른다.
그런 자신감과 변화예감의 열기 속에서 보면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고 느껴진다. 노 대통령이 강조한 잡초정치인들이 제거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철새 정치인'이니 '잡초 정치인'이니 말은 사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철새'나 '잡초'는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생물들이다. 철새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는 자연을 준수하는 새이다. 그리고 황대권 씨의 〈야생초 편지〉라는 책을 보면 야생초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렇게 척박한 풍토에서 자라는 생명력에 놀랍기만 하다. 온상에서나 가정에서 귀하게 사람의 손길을 받아 자라는 예쁘고 향기 나는 꽃들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국민들 대다수도 바로 그런 야생초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금도 꼼짝없이 다 내고 병역의무도 아!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철저히 지키
고 있다. 그렇지만 힘이 없어 때론 잡초취급을 받지만 그 놀라운 끈질긴 지탱이 오늘의 한국을 이루었을 것이다.

◎ 나훈아의 '잡초'가 정답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 데......"하고 나오는 나훈아의 히트 송 '잡초'가 바로 '잡초'의 정서이다. 그런 잡초를 정치인에 비하니까 더욱 잡초가 귀하게 여겨진다. 이제 노래방에라도 가면 가장 먼저 '잡초'부터 불러야겠다. 경건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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