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60주년기념 하바로브스크의 아리랑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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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60주년기념 하바로브스크의 아리랑콘서트
  • 탁계석(음악평론가)
  • 승인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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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을 맞아 국내외적으로 이를 기념한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은 물론이고 교포들이 사는 지구촌 여러 곳에서도 크고 작은 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진 것이다. 

어찌 보면 해마다 찾아오는 광복절의 의미가 그다지 새로운 것일까 마는 이번 광복절은 '60년' 이란 세월의 무게를 놓고 그간 근대화의 숨가빴던 과정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역사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아무튼 격세지감이라 할 만큼 전에 없이  활발해진 남북 교류는 올해의 달리진 광복절을 한층 피부로 느끼게 했다.
지난 8월 15일 러시아 하바로브스크에서  있었던 아리랑 콘서트 역시 한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행사로 제 6회를 맞이하면서 서서히 뿌리 내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16여 나라의 소수 민족이 모여 살고 있으면서 매년 이 같은 행사를 벌이는 것은 우리가 유일하고 연중 가장 큰 행사여서 한국인의 위상과 교포 사회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다.

극동 및 시베리아 고려인 단체연합이 주최하고 국제문화교류회(이사장:양평수)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처음으로 국가보훈처가 관심을 가지고 김정복 차장이 직접 행사에 참석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현지의 한국 총영사, 북한 영사, 하바로브스크 한국교육원장과 한승원 전 감사원장 등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행사를 빛냈다.

8월 13일 개막 행사에서 서울예술단이 부채춤 등의 공연을 선보였고 이 기념식에는 마포구어린이합창단이 초청되었다.

8월 14일 오전 11시에는 레닌 광장에서 시가 퍼레이드가 벌어졌는데 나나이, 아르메니아 족 등 소수 민족들이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고 러시아극동군사령부의 군악대를 앞세우고 행진을 했다. 광장에는 색색의 의상들이 조화를 이루었고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레닌광장에서 우리의 미래라 할 어린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달라진 세상을 살고 있는가를 피부로 느껴졌다.

사실 레닌의 광장에서 해방 60년 행사를 민간주도로 펼친다는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연코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아리랑 콘서트'로 마포구 소년소녀합창단이 김상호 작곡의 '칠천만의 소원', 정치근 작사 조 념 곡의 '나의 조국' 등 가슴 뭉클한 통일과 애국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맑고 청순한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관객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되었다.

중국동포 소프라노 남영희는 '신 아리랑'을, 소프라노 어(魚)윤주는 정치근 시 박상중 곡 '나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네'를 통해 전쟁으로 두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노래해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용마예술단의 부채춤, 기생춤 등 다양한 전통 춤들이 이곳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북청사자놀음이 무대에 올려 져 폭소를 터뜨렸다.

이곳 오드라 극장은  900석 규모의 아담한 홀인데  건물의 노후와 경제 사정으로  냉방조차 되지 않는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이번 행사에서 아쉬운 것은 거리 퍼레이드 등에 정작 고려인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이 이곳에만도 한인회가 9개나 되는 등  분열과 갈등이 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씁쓸하게 느껴지는 교포사회의 분열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였다.

광활한 땅과 잠재력이 풍부한  이곳은 옛 발해의 땅이라고 한다. 형제간의 권력 다툼으로 선조들이 잃어버린 땅에서 또 다시 그 후손들이 단합하지 못하는 모습은 광복절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했다. 우리가 왜 일본에게 먹혔는가 하는 역사의 교훈을 더 뼈저리게 느끼게 한 하바로브스크의 행사였고 이를 계기로 교포사회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정책 배려가 이어야겠다.

우리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 갈수 있는 또 하나의 전략일 수 있음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예술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음은 아리랑 콘서트를 통해 결국 우리가 하나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 시켜 준 값진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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