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은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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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인은 외국인!
  • 장혜진
  • 승인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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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호텔문화, 한국인 매니저들에게 들었다.

이민국에서 나온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약 4,800여명의 관광객들이 입국했으며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혀진 가운데 한편 각 관광지, 골프장, 호텔 등에서 보이는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의 추태는 한국인의 이미지를 떨어뜨려 외국인으로서의 망신 등 필리핀에 살고 있는 교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혀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에 마닐라서울은 한 예로 지난 8월 4일 마닐라 소재인 다이아몬드 호텔 일본식 원두커피 코이칸 (KoHiKan)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숙하는 3개의 호텔 한국담당자들을 만나 그들이 보는 한국인과 호텔에서 지켜야 할 예의와 품위 또한 삼가해야할 행동해 대해 인터뷰를 가져보았다.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주어 인터뷰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왼쪽부터 필리핀 마닐라에 자리잡은 센츄리 팍 호텔 강진경, 웨스턴 필리핀 프라자 백송화, 마닐라 다이아몬드 호텔 이미은


♣ 현재 한국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추세인데 보통 호텔에 투숙하는 한국인 수가 어느정도 됩니까?

- 각 호텔마다 투숙객 특성이 있어요. 크게 나누자면 일본 마켓, 유럽 마켓, 한국 마켓으로 나눠 집니다. 허나 보통 한국 투숙객들이 1~2위로 가장 많은 편입니다. 현재 객실이 없을 정도로 단체손님을 포함해 굉장히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오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많이 한국 관광객들이 오는데 호텔측에서 보는 한국인 이미지는 어떠합니까? 당연히 많이들 오시니까 좋게 보지 않나요?
- (잠시 침묵) 솔직히 말하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유럽손님이나 서양손님들에 비해 요청 사항도 많으시고 해서 이러한 점은 고쳤으면 좋겠다, 바꿔졌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는 편이지요. 전체적인 이미지로는 결코 좋지 않습니다.

♣ 왜 그러한가요?
- 아무래도 목소리가 다른 외국분들 보다 커서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단체손님들은 체크인 하는 순간부터 엘리베이터 이동하실 때, 객실로 들어가실 때 한꺼번에 모여서 말씀을 하십니다. 물론 필리핀에 오셨다는것에 좀 들떠 계시기 때문이죠. 상황은 이해가 가나 웃고 떠드시고 애들은 뛰어다니고.. 그렇다고 누가 뭐라고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남들 보기에 좋은 인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저희호텔의 마켓 1위는 사실 일본인입니다. 요점부터 말씀을 들이자면 일본 손님의 이미지에 비해 한국인 이미지는 많이 떨어집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던가 에티켓은 찾아볼수가 없기 때문이죠. 필리핀이 물론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지라 아무래도 패키지가 싸고 그러다 보니 어떤 손님들의 경우 ‘계(契)’ 같은것을 해서 (웃음) 오시는 분들이거나 해외여행을 처음 하시는 분들 경우 호텔에서의 예의를 잘 모르시기 때문도 있습니다.
한 예로 호텔객실 청소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를 국적으로 보자면 일본인들은 30분이면 청소가 끝나고, 미국인들은 1시간, 한국인들은 3시간이 걸리며, 중국인들은 좀 더 하다고 합니다. 단적인 예이긴 하오나 사소한 팁이라던가 이런것들을 볼 때 다른 외국인들과 비교가 많이 됩니다.


- (다른 담당자) 저도 앞에 말씀드린 분과 같은 의견입니다. 저의 경우, 일본과 한국 마켓을 같이 하다보니 비교가 될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저도 예를 들자면 일본손님들에게 부탁을 드리거나 저희 호텔은 이러하오니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설명을 하면 대개 이해하고 담당자의 말을 잘 받아 줍니다. 반면 한국분들은 그렇지 않죠. “내가 다른 전세계 호텔들을 많이 돌아 다녔는데 이런 호텔은 처음이다..” 라던가 “필리핀은 뭐 유난히 그러냐..”라며 억지 쓰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한번 설명 해야 할것이 열번이 설명이 되고 실갱이가 벌어질수 있거나 계속 거듭되는 상황이 발생되죠.

♣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 합니까? 한국 손님이 막무가내나 억지 부리실 때..
- 최대한 친절하게 웃으면서 설명을 다 해드려야죠. 그래도 안 들으실 경우 데스크에서 설명을 들이지 않고 다른 매니져 데스크로 안내합니다. 심각한 상황인 경우, 먼저 진정을 시켜 드려야 합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결론을 내린다면 손님들과 오래 싸워서 좋을게 없을 뿐더러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드려야 사태가 어느정도 제지가 됩니다.

- 한국 손님들은 대개 용감하지 않으신 것 같애요.(웃음) 언어적 차이 때문에 그러한것도 있는 것 같고 아무래도 가이드 분들이 항상 옆에 있기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면 그분들께 요청을 하셔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한국 투숙객 중 추태를 부리거나 꼴불견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 몇시간동안 인터뷰 되나요? 너무 많아서..
에피소드를 들자면,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투숙하실 경우 아침마다 부페식 레스토랑을 도는데 어느날 전형적인 한국 관광객 한분이 샴페인 넣는 통 있잖아요, 얼음 넣는 통이요, 그걸 들고 들어오시길래 ‘저 손님은 저걸 왜 들고 계시는 걸까’ 생각했죠. 아니나 다를까.. 그분은 친구들이 앉은 자리로 가서 그 통을 중간에 두고 뚜껑을 딱 여니 포기 김치가 나오는 거예요. (웃음) 그 포기김치를 들고 쭉쭉 찢으시며 친구분들께 나눠 드리더라구요. 저는 잠시 어떻게 하면 창피하지 않게 설명을 드리나 하고 무척 난감했습니다.

아무래도 냄새가 배일것이고 얼룩이 질것이고 안봐도 뻔한 상황이잖아요. 저는 가서 이 호텔 용품은 원래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이며 외국손님이 계시므로 그분들에게는 김치가 아무래도 비위가 상할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것으로 인해 데미지(damage)가 크게 갈 경우, 거기에 대한 페이도 하셔야 합니다 하고 나름대로 충분히 설명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이건 꺼낸 것이니까 이것만 먹겠다..며 끝까지 먹어야 된다고 하시는 바람에 정말 힘이 들게 수습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인 담당자로써 제가 있었을 경우도 이러한데 만일 제가 없는 상태에서 여기 있는 다른 필리핀 직원이 설명 드렸다면, 눈이 선해요. 막 소리 지르고 너가 뭔데 그러냐 하고 이야기 할것이고..

- (다른 담당자분) 김치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대부분 호텔 레스토랑 안에도 김치가 있어요. 물론 냄새가 강하지 않게 심플하게 만들었긴 합니다만은.. 만들게 된 계기가 한 신사적인 한국 교수님께서 호텔에서 투숙하신 후 한국에 돌아가 영어로 아주 교양있게 써 주셨는데.. 내용으로는 호텔에 있으면서 편안하고 너무 즐겁게 보내어 고맙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몇가지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면..하면서 그중 하나가 한국인을 위해 김치를 샐러드 옆에 둔다면 한국 손님에게는 더할것이 없을 것 같다며 부탁하셨어요. 이에 저와 호텔측과 상의 끝에 결국 놓게 되었답니다.

- 저희 호텔에도 있어요.. 물론 한국에서 가져온 그 맛은 나지 않으나 최대한 배려를 하려고 노력한것이죠. 그런대도 불구하고, 내가 가지고 왔으니 먹어야겠다..라고 하는 것은 정말 남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건 조금 재미있는 에피소드인데요, (웃음) 가끔은 한국에서 오신 단체 손님들이 많아서 한층을 다 한국분들이 쓰신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날은 신고가 들어왔어요. 필리핀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복도에서 무슨 게임을 하고 계신데.. 아무리 말씀을 들여도 듣지를 않으신다고 해서 올라갔더니.. (웃음) 글쎄..복도에서 담요를 깔고 고스톱을 치고 계시지 않겠어요..(모두들 대폭소) 고스톱에 집중을 하고 계시니 당연히 직원이 설명을 드려도 영어인데다가 안들릴수 밖에요. 자주 그런 일이 있는건 아닌데.. 대부분 방에서 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날따라 유난히 왜 밖에서 그러셨는지.. 저또한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답니다.

- 호텔에서 저희는 손님과 눈이 마주칠 경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합니다. 대부분 한국손님들은 그런 행동이 낯설게 느껴져 왜 저러나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 말씀드리는 에피소드는 성희롱적 추태였습니다.

가이드분을 통해 제주도에서 오신 남자그룹 손님들이 있었어요.. 일명 골프 치시러 왔다는 분들.. 아침에 부폐레스토랑에서 그 그룹 손님들중 한분이 눈웃음을 치시면서 저와 눈이 마주 쳤습니다. 저는 제 직업의식을 갖고, “손님, 안녕하세요, 음식은 맞으십니까?”하고 인사를 드렸죠.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손을 들어 제 엉덩이를 탁 치시는 거예요. (모두 놀람) 저는 굉장히 당황했죠. 만약 밤에 스카이라운지나 바에서 술을 마시고 그랬더라도 따귀맞을 일이지만 그것도 아침식사에 손님이 그러셨으니.. “손님 왜 제 엉덩이를 만지세요?”하고 딱딱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옆에 있는 친구분들이 민망해 하시면서, “이해해 주세요. 얘가 아직 술이 덜 깨서 그래요..” 그러는데 정작 그분은 눈치 없이 “아냐, 나 술 안취했어..”그러는 겁니다. 너무 황당해서.. 그런 경우는 정말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모두 침묵)


- 그외에 아주 많죠. 객실문 다 열어 놓고 “어이, 이씨, 누구 엄마”하고 서로 부르고.. 그 가운데 껴있는 외국분들은 굉장히 힘드시죠. (쓴 웃음)
- 베란더에 속옷 널어놓아 날라가는 경우도 있구요.

♣ 한국인으로써 이런 행동은 삼가 했으면..하는 예의 사항을 말씀해 주십시오.
-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지 맙시다. (예를 들어 저쪽 먼곳에 있는 분에게 “거기 누구
누구 엄마”하고 큰소리로 부른다.)

- 프론트 데스크에서 줄을 서 주시기 바랍니다.

- 아침식사 및 호텔 내 레스토랑 안에서 음식 반입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김치, 컵라면 등등)

- 부페레스토랑에서 안내원들이 자리를 안내해 줄 때 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무턱대고 들어가서 예약석 자리에 턱하고 앉아 “여긴 제자린대요” 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 음식을 포함한 호텔내 물품들을 가져가지 맙시다. (음식물로는 요플레, 바나나 등. 타월, 슬리퍼, 옷걸이, 베개, 재털이, 컵 등. 어떤 분들은 호텔물품을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

- 객실에서 문 열어 놓은 채로 각 방끼리 서로 이야기 하지 마십시오.

- 현지인들을 비하는 말이나 욕설은 삼가해 주십시오.

- 음주는 적당해 해주십시오. (과음하여 같은 방 쓰는 이와 싸우거나 새벽에 소리지르는 등의 추태가 많이 발생된다.)

♣ 호텔안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예의 사항 혹은 알아두면 좋은 에티켓이 있다면? (한국인 이미지를 살릴수 있는 매너)

- 첫마디를 “헤이” 또는 “아가씨” 보다는 “Excuse me”하고 조심스레 이야기 해주면 좀더 신사적으로 보입니다.

- 큰 소리로 말씀하시기 보다 조용히 말씀해 주시면 필리핀 직원들이 모욕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 호텔 욕실은 대부분 마른 바닥이 기본이므로 샤워시 샤워커텐을 욕조 안으로 넣어 사용하면 카페트에 물이 잘 젖지 않습니다.

- 스카이 라운지에서는 반바지, 슬리퍼 등의 복장은 입장이 불가 합니다.

- 객실 안 전력은 모두 220V이며 화장실에 있는 면도기만 110V 사용 가능하오니 “어댑터”를 요청하시어 불편한 상황을 신속히 처리하실수 있습니다.

- 그 외 각 호텔에 한국어로 되어 있는 안내서가 있다면 꼭 참조 후 행동해주시십오. 안내서가 곧 좋은 에티켓을 가르쳐 줍니다.


마지막으로 호텔 안에서의 한국인은 이러한 점은 자랑스러웠다 혹은 본받을 만한 일이 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가? 에 대한 질문에 장황하게 설명하던 그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이미지보다는 실추된 이미지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 그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으며 한번쯤 생각해볼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 다녀왔다고 자랑하기 보다 국제적 수준에 맞는 매너를 기본적으로 갖추는게 바로 먼저 우리들의 할일이 아닐까 싶다.

[마닐라서울: 장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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