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40년만의 약속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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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40년만의 약속 지켜라
  • 강경주
  • 승인 2005.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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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한반도를 벗어나 해외로 첫 이주한 곳이 러시아 연해주다.
우리는 그들을 고려인이라 부른다.

1860년대 기아와 폭정에서 벗어나고자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 땅에 첫발을 내딛은 것을 시작으로 고려인들은 세 번에 걸친 피와 눈물, 고난의 이주 역사가 있다.

1864년 연해주로 첫 이주를 시작한 이후,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것이 두 번째 이주이며, 1989년 구 소련의 해체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또다시 제2의 고향, 연해주로 돌아오는 것이 세 번째 이주다.

그러나 연해주로 건너온 4만여 명의 고려인들 중 러시아 국적도, 취업권도, 사회보장도 없이 무국적자의 멍에를 안고 외국인의 지위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고려인들이 수없이 많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 재외동포들과는 달리 고려인들을 단 한차례도 도와줄 수 없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모국의 이름으로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기념관」은 바로 이러한 고려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며, 실질적 도움의 장이다.
우리 역사의 아픔인 고려인을 껴안고, 독립운동의 산실인 연해주의 의미를 간직하여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역사적인 사업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타민족들에게 사회·문화·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민족ㆍ다문화 공생의 장’으로서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러시아는 고려인이주140주년을 맞이하여 2003년 12월 정부령으로 「러시아연방고려인이주140주년위원회」(위원장, 연방정부부총리)를 구성하고 고려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려인이주기념관(이하 기념관)’과 ‘민족학교’를 공식사업으로 채택하였다.

한국에서도 2004년 6월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민간차원에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기념관 건립은 한국의 민간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수 없어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한 결과, 지난 해 12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2005년도분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함으로써 기념관 건립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2005년, 국제교류기금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던 예산이 사소한 이유로 지원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오는 8월 말까지 기념관 건물 구입 잔금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 기념관 건립 자체가 무산된다는 사실이다. 연해주 동포사회에서는 기념관 건립 사업을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고려인 동포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 큰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

특히 러시아정부는 정부령을 통해 한인이주 기념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였던바 지난 해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를 방문하였을 때 러시아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기본적인 예산 지원조차 거부함으로서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피와 눈물과 고통의 역사 고려인, 우리는 또다시 그들을 상실과 고통 속에 내버려둘 수는 없다. 정부는 기념관 건립 예산을 조속히 집행해야 한다. 

한국의 기념관 건립 지원단체들은 오는 9월 세계 한상대회에서 전 세계 동포들을 향해 고려인 사회의 어려움과 기념관 건립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동포들의 힘으로 동포를 돕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도움 한번 받은 적이 없는 그들에게 모국 국민들과 동포사회의 도움으로 고려인 동포사회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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