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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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한국어
  • "뉴질랜드타임즈"
  • 승인 2005.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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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기업의 한국인 임원들은 이런 불만을 종종 드러낸다고 한다. 재외동포를 채용하면 영어는 잘하는데 한국어가 서툴러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 자녀를 둔 우리 교민 모두가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몇해 전 이야긴데 미국에서 열린 세계 한인회장단 회의에서 교민출신 미국 변호사의 고백이 떠오른다.

그는 미국에 이민 온 후 부모의 권유에 따라 한국인과는 철저히 담을 쌓고 완전한 미국 이민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얼마간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이 40이 넘으면서 자신의 업무가 서서히 한국인 상대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이상하게도 50을 눈앞에 둔 지금은 거의 업무 전부가 한국인 상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몹시 서툴고, 한국의 역사에 관해서도 거의 백지상태이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가 없게 됐다는 것. 그래서 그는 늦은 나이에 새롭게 한국.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술회했다.

그는 회한이 서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정말이지 미국에서 제가 한국인을 상대로 이렇게 먹고 살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요즘 젊은이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에 살고 있거나 뉴질랜드에 살고 있거나 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지난해 8월 KBS 신입사원 공채 응시자의 절반 정도갖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초 한국의 온라인 리크루팅업체인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7백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신입사원에게 가장 부족한 업무 능력으로 한국어 관련 능력을 꼽은 응답자가 5.6%로 외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 5.1%보다 많았다는 것.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한국어 능력 가운데 가장 부족한 부문으로는 쓰기나 말하기 등 표현능력을 지적한 응답이 39.7%로 가장 많았고, 창의적 언어능력(20.6%), 논리력(17.7), 문법능력(13.0%), 이해능력(6.6%) 등이 뒤를 이었다.

아마도 영어 광풍에 휩쓸려 한국어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되다 보니 독서의 중요성이 무시된데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마구잡이 글쓰기로 인해 문법과 맞춤법이 사라진 국적 불명의 언어가 생겨난 탓일 것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니 우리 교민자녀들에게 까닭 모를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어만 열심히 교육을 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영어는 어차피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니까.

교민자녀 가운데 한국으로의 취업을 희망하는 숫자가 적잖다는 말을 들었다. 굳이 한인 미국 변호사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중국어는 우리의 숙명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이 이민자 자녀의 교육이 절반의 성공이 아닌 완전한 성공을 할 수 있다.

이성우 발행인/ john@nzkoreatim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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