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인학회 자료] 한민족공동체와 한국 정부의 역할(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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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한인학회 자료] 한민족공동체와 한국 정부의 역할(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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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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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공동체와 한국 정부의 역할(초고)

이 종 훈(정치학 박사, 국회 정치담당 연구관)
rheehoon@nanet.go.kr, rheehoon@hotmail.com


1. 머리말
한민족공동체 형성 주장은 역사가 오래다. 하지만 아직 구체화하진 못하고 있다. 이상과 달리 현실적 난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통일도 달성하고 세계화 과정에서 대한민국과 한민족 모두가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민족공동체 형성은 이제까지 정부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더 많이 더 자주 주장되어 왔다. 그러나 그 진원지는 정부였다. 과거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그 시초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물론 통일부의 통일방안이었으며 외교통상부의 재외동포정책은 이러한 주장과 조금 다른 방향을 취해왔다. 외교통상부의 재외동포정책 기조는 한민족공동체 형성이라는 적극적인 접근방식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이것은 너무 민족주의적이라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시각이며, 이러한 시각이 재외동포정책 기조에 배어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한민족공동체 형성 주장은 형태를 조금씩 달리하며 민간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민족공동체 형성 움직임은 정부의 의지와 달리 민간 차원에서 계속 시도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조금 더 호의적으로 접근한다면 그 과정은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그 동안 한민족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몇 가지 조치를 취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충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먼저 한민족공동체 형성의 이상과 현실에 관해 살펴본다. 다음에 한민족공동체 형성 주장과 정부, 곧 외교통상부의 재외동포정책을 이질성과 상호연관성에 주목하여 분석하기로 한다. 그 다음으로는 재외동포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는 한민족공동체 형성과 연관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재외동포정책의 향후 방향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2. 한민족공동체론의 기원과 이상

(1)한민족공동체론의 기원
한민족공동체라는 표현은 1989년 9월에 제6공화국 정부가 밝힌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그 이전인 1988년에 통일민주당이 내놓은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김학준 1989 : 26). 정부가 밝힌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요지는 통일에 이르는 중간단계로서 남북연합을 형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주, 평화, 민주의 원칙 아래에서 하나의 민주국가로 통일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당시 한민족공동체는 이처럼 남북한을 포괄한 개념, 곧 남북한공동체라는 좁은 의미로만 사용하였다.
이 통일방안은 제6공화국 정부가 집권 초기에 새로운 국제정세 곧 탈냉전 추세에 발맞추어 제시한 북방정책의 연장선에서 제안한 것이다. 북방정책의 결과 우리 정부는 1989년 헝가리를 시작으로, 1990년 소련과 수교를 하였으며,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조 하에서 1991년에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기도 하였다. 북방정책은 1988년 7월 7일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7·7선언에 그 개념과 대상범위가 제시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6개항의 정책추진과 관련하여 그 첫 번째 항에서「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종교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학자 및 학생 등 남북동포 간의 상호교류를 적극 추진하며 해외동포들이 자유로이 남북한을 왕래하도록 문호를 개방한다」고 선언한 점이다.
이것은 우리 정부로서는 과거 교류가 없던 구사회주의권 동포와 교류를 하겠다는 의지의 한 표현으로서, 이후 1989년 9월 한민족체육대회에 재소동포 선수단이 참가한데 이어 사할린 동포 모국방문단도 다녀갔다. 바로 이러한 상황은 1986년 아시아게임 이후 재중동포 1세 일부가 한국을 다녀간 것과 더불어 주변국 재외동포 사회에 관한 관심을 크게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재외동포를 매개로 한 남북한 교류협력 증대와 통일이라는 새로운 통일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한민족공동체 개념도 남북한만이 아닌 한반도 주변국에 거주하는 동포 사회, 더 나아가 전체 재외동포 사회를 포괄하는 것으로 점차 넓어졌다.
이후 10여 년, 한민족공동체를 형성하자는 논의는 무성하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진 못하고 있다.

(2)한민족공동체론의 이상
본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말한 한민족공동체는 남북으로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우리 동포가 5천년이라는 긴 역사를 통해 같은 삶의 터전 위에서 한 핏줄, 같은 말과 글, 같은 문화전통 속에서, 또 운명을 같이해 온 하나의 민족으로서 공동의 생활권을 이루며 살아왔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것으로서(국토통일부, 1990), 교류와 협력으로 사회·문화·경제 부문에서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한 다음, 이것을 바탕으로 정치부문의 통합을 이뤄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나간다는 뜻을 내포한다(장명봉 1989).
이러한 본래 의미와 관련하여 먼저 한민족공동체가 '한민족'과 '공동체'라는 두 단어의 결합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민족'에서 '민족'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지역에 장기간에 걸쳐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언어·풍습·종교·정치·경제 등 각종 문화생활을 공유하고 집단귀속 감정에 따라 결합된 인간집단의 최대단위로서 문화공동체」이다(두산세계대백과사전). '민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 지의 문제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위의 개념 정의가 담고 있는 공통의 언어, 종교, 역사, 전통, 관습 같은 문화적 요소가 가장 기본적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여기에 혈연과 지연이라는 원초적 요소를 더할 필요가 있다. 한민족도 마찬가지로서 공통의 혈연, 지연, 언어, 종교, 역사, 전통, 관습 같은 문화적 요소를 공유한 실재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공동체의 사전적 의미는 「자본주의적 생산사회에 선행하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폐쇄성이 강한 지역단체」이다. 동시에 역사적 의미를 떠나서는 「긴밀한 결합을 유지하고 나아가서는 영리추구적인 태도가 아닌 상호 연대의 기초적인 집단」이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두산세계대백과사전). 한민족공동체와 관련하여서는 아마도 후자의 개념이 더 적절할 것이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공동체는 국가 곧 단일한 정치공동체 이전의 상태 또는 단일 정치공동체 보다 느슨한 결합 상태를 의미한다.
남북한 관계에만 한정할 경우 한민족공동체의 최종 목표는 단일 정치공동체 곧 단일 국가이다. 하지만 재외동포까지 포함할 경우 한민족공동체는 이보다는 느슨한 형태의 연대 또는 결합을 말한다. 곧 위의 개념 정의에 근거할 경우 한민족공동체는 「한민족으로서 공통의 혈연, 지연, 언어, 종교, 역사, 전통, 관습을 가진 상호 연대하는 집단」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한민족공동체론의 요지는 분단으로 갈라진 남북한 동포와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를 한데 묶어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자는 것으로서, 세계화 추세 속에서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반면 민족공동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상당한 논리적 설득력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세계화의 시대에 민족공동체 형성이 이상일 수 있는가, 지역공동체나 세계공동체 또는 지구촌공동체를 설립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공동체나 세계공동체 또는 지구촌공동체는 아직 불완전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국제정치의 주된 행위자는 여전히 국가와 민족공동체이다. 특히 세계화가 국가간 민족간 불평등을 축소시키기보다는 심화시키고 있어 갈등의 골은 어떤 면에서 더 깊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처한 국가와 민족은 생존의 차원에서 방어적 의미의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강조할 수밖에 없으며, 재외국민이나 재외동포와 연대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발전 결과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크게 신장하여 더 이상 약소 국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주변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놓여 있으며, 북한 지역은 저발전 지역으로 남아 있는 것은 물론 분단으로 말미암은 대결과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강대국에 둘러 쌓인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앞으로도 변하기 어렵다. 주변 강대국에 비교할 때 대한민국은 국토 규모, 인구 규모, 자원 보유 수준, 자본, 기술 그 어떤 면에서도 비교우위 요인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조건 또한 쉽게 변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이 가진 비교우위 요인은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한 약간의 자본과 교육열에 힘입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적자원에 기초한 기술이 전부이다. 우리는 이 비교우위 요인을 가지고 21세기와 그 이후에도 주변 강대국과 한편으론 경쟁하고 한편으론 협력하며 생존해 나가야 한다. 또 남북한 통일도 해야 한다(이종훈 2001).
모두가 알다시피 한반도 주변 강대국은 과거에 제국주의 국가였다. 곧 공세적 민족주의 또는 국가주의로 약소 민족을 지배한 경험이 있는 국가들로서 우리도 그 희생양이 된 적이 있다. 분단도 어떤 면에서는 강대국의 이해관계 대립의 산물이고 보면, 상대적 열세에 놓인 국가로서 방어적 민족주의는 앞으로도 쉽게 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민족공동체론도 어떠한 면에서 이러한 방어적 민족주의의 한 표현일 수 있다.
주변 강대국 또는 강대 민족에 비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열세에 놓인 대한민국과 한민족으로서는 비록 일제시대의 아픈 역사의 결과일 망정 이들 주변 강대국에 비교적 큰 규모의 재외동포 집단을 가지고 있는 것이 또 다른 비교우위 요인일 수 있다. 이것은 주변 강대국 가운데 어느 국가도 갖지 못한 요인으로서, 이들 이중정체성을 가진, 어느 나라에서도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 구조를 가진 재외동포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국익에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들을 한민족공동체 형성 과정에 참여시키려는 열망은 바로 이 점에 근거한다.
하지만, 한민족공동체 형성의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한민족공동체는 여전히 이상에 머물러 있다. 남북한은 여전히 분단 상태를 극복하지 못한 채 대립구도를 유지하고 있고, 주변국의 재외동포도 긴밀하게 연대하지 못한 채 이질화 또는 현지동화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민족공동체 형성에는 극복해야 할 장애요인이 적지 않다.

3. 한민족공동체의 현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남북한간의 분야별 공동체 형성, 곧 사회적·문화적·경제적·정치적 측면의 네 가지 공동체 형성을 전제로 최종 단계에서 정치공동체 형성을 지향하였듯이, 한민족공동체는 사실 다차원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전세계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단위로서 한민족공동체는 정치공동체로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며, 이런 방향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민족공동체는 아마도 문화적 경제적 공동체의 양상을 띨 것이며, 이것이 바람직한 형태이기도 하다.

(1)문화공동체로서 한민족공동체의 현실
먼저 혈연, 지연, 언어, 종교, 역사, 전통, 관습에 기초한 문화공동체로서 한민족공동체의 현실을 점검해보면,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각 지역 한인공동체의 문화적 이질화이다.
각 지역 한인공동체는 거주국의 문화 그리고 현지 정부의 소수민족정책에 영향을 받으며 독자적 발전과정을 거쳐왔다. 그 결과 거주국 문화에 대한 동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한민족으로서 동질성 또는 정체성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동질성 또는 정체성 상실은 한민족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의 결여로 나타난다.
물론 상실의 정도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이것은 결정적으로 거주국 정부의 소수민족정책에 영향을 받은 결과인데, 일반적으로 거주국 정부가 강력한 동화정책을 사용하는 경우에 동질성 또는 정체성 상실 정도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 대표적 사례를 구소련 지역 동포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37년 강제이주 취한 강력한 동화 곧 러시아화 정책의 결과 강제이주 1세대 이후 세대는 모국어를 거의 상실한 상태이다. 이것은 모국어 교육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소수민족정책을 취한 중국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으로서, 재중동포의 경우에는 거의 모두 모국어를 잘 보존하고 있다.
각 지역 동포사회의 세대간 차이도 장애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먼저, 이주 1세대와 이후 세대 사이에 동질성 또는 정체성 보존과 현지동화의 정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주 2, 3세에 이르면 동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한민족으로서 동질성 또는 정체성을 상당히 상실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주국 정부의 소수민족정책이 다문화주의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주 연도에 따른 세대간 차이도 있다. 곧, 100여 년 전에 이주한 이들과 최근에 이주한 이들 간에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최근에 이주한 이들의 동질성 또는 정체성 보존 정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이주한 시기에 따라 동질성 또는 정체성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주할 당시의 모국 문화를 민족 동질성 또는 정체성의 내용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보존하려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곧 일제시대에 해외로 이주한 구소련 지역 동포와 재중동포 그리고 재일동포가 나름대로 보존해 온 민족 문화의 내용은 현대 한국의 민족 문화와 많은 차이가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조금은 다른 정서적 경향을 드러내기도 하며 서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은 거주국 내의 법적지위 문제까지 겹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만들곤 한다. 다시 말해 오래 전에 이주한 사람으로서 거주국의 시민권 곧 국적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곧 영주권만을 가진 사람간에도 이질감이 존재한다.
이러한 세대간 문화 차이는 지역단위의 한민족공동체 형성조차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1)각 지역 한인공동체의 문화적 이질화 (2)각 지역 동포 사회 내의 세대간 문화 차이는 문화공동체로서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경제공동체로서 한민족공동체의 현실
각 지역 동포 사회간의 사회경제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장애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각 지역 동포 사회는 거주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결과, 존재양태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재일동포와 재미동포가 상대적으로 부유하게 사는 반면에 재중동포와 구소련 지역 동포는 상대적으로 빈곤하게 산다. 곧 거주국의 국제적 경제 지위에 따라 동포간에 경제력 차이가 존재한다.
각 거주국 내에서 사회계층화도 달리 진행되어 직업이나 소득 분포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곧, 재미동포와 재일동포가 미국과 일본 사회 내에서 주로 종사하는 직업이나 업종 그리고 전체 국민 대비 평균 소득 수준은 재중동포와 구소련 지역동포의 그것과 차이가 난다.
예건데 재미동포의 경우 자영업의 비율이 높으며(변종수 2002), 청과상·식료품상·네일살롱·세탁소·생선가게·식당·주류판매상·주유소를 주로 경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외에 이들 자영업체 종사자, 전문직 종사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최협·박찬웅 1996).
재일동포의 경우에는 자영업으로는 식당·오락업·철공업·유리공업·비닐화학공업·잡화상·식품점을 주로 경영하며, 이외에 사무원·단순노동자·판매업 종사자·운수통신업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이문웅 1996).
재중동포의 경우 농업·임업·목축업·어업 종사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다음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외에 전문기술직 종사자가 비교적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권태환 1996, 한주성 1998). 재중동포 사회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최근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동포 사회인 까닭에 직업 구성이 계속 급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구소련 지역 곧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지역 동포 사회도 재중동포 사회 못지 않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구소련의 붕괴 이전, 중앙아시아 각국의 독립 이전, 이 지역 동포 사회의 주류가 종사한 업종은 농업이었다. 이외에 공업, 건축업 종사자가 많았으며 교육 분야 종사자나 전문직 종사자도 많았다. 하지만 구소련의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각국의 독립 이후 교육 분야 종사자와 전문직 종사자의 이직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에 상업 종사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성동기 1999). 이런 현상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이 지역 국가들이 독립 이후 자기 민족어를 국가 공용어로 채택하는 정책 곧 회교 민족주의의 부활 추세와 관련이 깊다.
여기에 더해 각 지역 동포 사회에는 내부적인 계층간 차이와 이에 따른 이질감이 존재한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1)각 지역 동포 사회간의 경제력 차이 (2)각 거주국 내의 존재양태 면의 차이 (3)각 지역 동포 사회 내의 내부적인 계층 차이 같은 변수는 경제공동체로서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3)기타 현실
이외의 변수로 분단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장애요인이다. 거주국의 국가이념, 거주국 정부의 남북한 관계, 이주 당시의 한반도 상황과 각자의 상황 인식, 이주 이후의 경험, 혈연적 연고에 따라 동포 개개인의 분단 상황에 대한 인식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들은 남북한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일의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그 방법에는 합일점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남한을 지지하는 집단과 북한을 지지하는 집단, 양쪽 모두와 관계를 갖는 집단으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총련계 동포와 민단계 동포가 나뉘어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탈냉전 추세와 남북한 교류협력 분위기 지속에 따라 분열과 대립의 정도가 덜해지고는 있으나, 완전한 해결은 통일 이전까지 어려울 전망이다.

4. 한민족공동체의 특수성과 미래 지향점

(1)한민족공동체의 특징
민족공동체로서 한민족공동체는 어떠한 특징을 지니는가? 형태 면에서 민족공동체는 (1)다국가 다국적 민족공동체 (2)단일국가 단일국적 민족공동체 (3)무국가 다국적 민족공동체 (4)단일국가 다국적 민족공동체로 구분할 수 있다.
(1)다국가 다국적 민족공동체는 하나의 민족이 여러 국가를 건설하고 또 여러 국가에 분산 거주하는 경우로서 앵글로색슨이나 게르만 민족이 여기에 해당한다. (2)단일국가 단일국적 민족공동체는 하나의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건설하고 여기에 모여 사는 경우로서 일본이 여기에 가깝지만 지구상에 이러한 형태의 민족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3)무국가 다국적 공동체는 국가가 없이 여러 나라에 분산 거주하는 민족공동체로서 쿠르드족을 포함한 국가 없는 수많은 소수민족공동체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4)단일국가 다국적 민족공동체는 하나의 국가를 건설하였지만 여러 국가에 분산 거주하는 민족공동체를 말하는데 국가를 가진 민족은 대체로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1)다국가 다국적 민족공동체에 해당하며, 여기에서도 2국가 다국적 민족공동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곧 남한과 북한이라는 2개의 국가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여러 나라 국적을 가진 동포 집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2국가 다국적 민족공동체를 가진 경우는 한민족밖에 없다.
이러한 특수한 민족공동체로서 한민족공동체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2)한민족공동체의 향후 지향점
한민족공동체의 향후 지향점을 말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한민족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이념을 밝히는 것이 순서이다. 유대인이 유대교를, 그리스인이 헬레니즘을, 인도인이 힌두교를, 중국인이 중화사상을, 앵글로색슨이 청교도 정신을, 프랑스인이 프랑스 혁명정신을 내걸고 자기 민족 구성원의 단결을 꾀하는 동시에 인류사적 사명을 강조하며 다른 민족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듯이 우리도 그러한 사상을 밝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군 사상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표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군 사상을 특정 종파의 사상으로 간주하여 견제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한편으로 향후 새로운 내용과 형태의 미래지향적 이념의 창출 필요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단군 사상의 재해석이건 전혀 새로운 이념의 재창출이건 가까운 미래에 그러한 이념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이념의 문제를 접어둘 때 남는 것은 조금은 구조 기능적 차원의 문제로서 한민족공동체의 형태에 관한 내용이다. 어떠한 형태의 한민족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여러 가지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6가지 지향을 갖는 형태의 공동체를 건설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한민족공동체는 각 지역 동포 사회의 주류 사회 내 역할을 제고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둘째, 한민족공동체는 각 지역 동포 사회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곧 공동체 구성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셋째, 한민족공동체는 각 지역 동포 사회간의 상호보완 분업체제와 이해관계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넷째, 한민족공동체는 각 지역 동포 사회간의 불균형 또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곧 공동체 구성원의 평등을 지향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다섯째, 한민족공동체는 각 지역 동포 사회의 문화적 특성 또는 고유성을 인정하는 문화다원주의에 기초한 공동체여야 한다.
여섯째, 한민족공동체는 동포 각자가 중심인 다중심적 공동체여야 한다.
일곱째, 한민족공동체는 세계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세계공동체를 주도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여덟째, 한민족공동체는 지역 차원에서 또 전세계 차원에서 타민족공동체와 연대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섯째와 여섯째, 특히 이 가운데에서도 여섯째이다. 돌이켜보면, 이제까지 제시된 한민족공동체 형성 주장은 다분히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한민족 구성원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단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하자는 말은 곧 분단을 고착화 또는 분열을 촉진할 수도 있다. 또한 이미 이중정체성을 지닌 채 독자적인 문화영역을 형성하기 시작한 각 지역 동포 사회로 하여금 소외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솔직히 이제까지 한민족공동체 형성 주장은 다분히 모국중심주의와 극단적인 혈연주의 색채를 띠고 있었다. 곧 한국을 구심점으로 재외동포가 존재하는 듯한 경향을 담고 있으며, 또 한국 중심의 동질성 추구 경향이 많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민족공동체 형성과 네트워크 구축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극단적인 혈연주의 모국중심주의일지 모른다. 재외동포는 모국 동포와 대등한 문화적 지위에 있다고 스스로를 보기 때문이다(김강일의 지적, 해외교포문제연구소 2001).
이렇게 볼 때 한민족공동체는 앞으로 대한민국 중심의 단일중심 공동체로부터 평등한 다중심 공동체 또는 다원 공동체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김형찬의 지적, 해외교포문제연구소 2001). 이 평등한 다중심 다원 공동체에서는 모든 지역 동포 공동체, 모든 개별 동포가 중심이어야 한다.

5. 한민족공동체와 재외동포정책의 상관관계

  (1)한민족공동체 형성의 정책적 의미
한민족공동체 형성은 국가적으로 어떤 이익을 있는지, 그 정책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북한과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할 경우 이익에 관해서는 이미 수많은 분석이 이뤄져 왔으므로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만일 대한민국이 재외동포 사회와 연대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성공한다면 어떤 국가적 이익이 있는가?
재외동포 특히 주변 강대국의 재외동포 사회와 연대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이익은 일종의 매개효과라고 할 수 있다. 재외동포를 매개로 주변 강대국의 앞선 문화와 기술을 수입하고 이것을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와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일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의 한류 열풍에는 재미동포 대중문화 예술인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초기 경제발전 단계에서는 재일동포 자본과 기술이 큰 역할을 수행하였고, 고도 성장 단계와 기술 고도화 단계에서는 재미동포의 자본과 기술이 크게 기여하였다. 최근 중국 특수와 관련하여서는 재중동포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선진 문화와 기술의 수입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출 경우 앞서 지적한 한반도의 불리한 위치는 더 이상 불리한 요인이 아니다. 당대 최고의 문화와 경제 강국 사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국가에 이중정체성을 지니고 현지 문화와 경제 그리고 한국 문화와 경제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재외동포 사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재외동포와 연대는 경제강국 문화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국가목표를 앞당겨 줄 수 있을 전망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한민족공동체 형성의 정책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더 생각하여야 할 점은 한민족공동체가 재외동포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외동포 사회의 거주국 내 지위는 모국의 국제적 지위에 따라 결정 지워지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가 각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의 국내 지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현지 국적을 가진 경우 법적 지위 면에서 다른 국민과 차별이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민족 국가에서 소수민족으로 사는 한 소수민족으로서 사회적 문화적 불이익은 감수하여야 한다. 재외동포 스스로 정체성을 현지 국민 또는 주요 민족과 동일시하건 안 하건, 현지 국민 또는 주요 민족은 우리의 재외동포를 한민족 곧 Korean으로 인식하며, 대한민국 또는 북한 곧 Korea와 연관 지워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모국이 있는 소수민족은 절대 모국과 떠나서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모국이 선진국이면 선진 민족으로 대우받고, 모국이 후진국이면 후진 민족으로 대접받는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현지 국민 또는 주요 민족은 한민족이면 누구나 대한민국 또는 북한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대한민국 또는 북한과 관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모국의 발전하고 거주국 내에서 모국과 관련한 사업이나 일이 많아지고 그 중요성이 높아지면 재외동포의 현지 지위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민족공동체 형성은 이처럼 재외동포의 운명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이 점은 우선 재외동포 스스로도 인식하여야 하겠지만, 우리 정부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2)한민족공동체 형성의 접근법과 주도 집단
앞장에서 제시한 한민족공동체 형성의 6가지 지향점은 결국 앞서 지적한 장애요인, 곧 (1)각 지역 한인공동체의 문화적 이질화 (2)각 지역 동포 사회 내의 세대간 문화 차이 (3)각 지역 동포 사회간의 경제력 차이 (4)각 거주국 내의 존재양태 면의 차이 (5)각 지역 동포 사회 내의 내부적인 계층 차이 (6)분단 상황의 극복을 겨냥하고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떤 접근법으로 한민족공동체를 구현할 것인가, 그 주도 집단은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 이다.
접근법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동기 부여 문제이다. 어떤 동기를 부여하여 장애요인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기 부여는 이해관계에 기초한 것일 수도 있고, 정서에 기초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더 정확하게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것이어야 한다.
생각건대, 이제까지 한민족공동체론이 다분히 정서에 더 많은 비중을 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이해관계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서를 강조해서 눈물을 자아낼 수는 있지만, 실제 생활과 무관하여서는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상 직업상 남북한과 관련을 맺는 경우엔 자연히 한민족공동체 형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업상 직업상 남북한과 관련이 없는 경우, 모국과 관계는 혈연적인 것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하고 나면 함께 할 일이 별로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민족공동체를 가능하게 하려면 이해관계 접점을 늘여야 한다. 사업상 직업상 모국과 관련을 맺고 이로써 이익창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많은 경우 거주국 정부와 기업은 현지 한인공동체가 자국과 남북한간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 형성과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남북한의 국제적 위상 제고는 이를 촉진할 수 있다. 실제로 남한의 경우 그 정치적 경제적 위상이 높아짐으로써 각 지역 한인공동체의 역할도 함께 성장한 측면이 있다.
재외동포 사회간의 이해관계 접점 증가도 늘여야 한다. 사업상 직업상 다른 지역 한인공동체와 관련을 맺고 이익을 창출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재중동포, 재러동포 사회와 재일동포, 재미동포 사회간에는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 활발한 관계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재중동포가 한국은 물론 러시아, 미국,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러한 관계 발전이 큰 기여를 했다. 이로써 한민족공동체 전체의 결속력 강화와 국제적 영향력 증가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누가 이 일을 주도할 것인가? 국내에서는 이제까지 대한민국이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그러나, 분단 상황에서 이것은 남북한간에 갈등을 증폭시키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이 재외동포를 사이에 두고 경쟁을 벌이곤 했던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 비록 남북한이 화해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요즘도 마찬가지이며, 통일 이전까지 상황의 근본적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다중심 다문화 공동체 형성이라는 지향점에도 맞지 않는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남북한으로부터 중립적인 성격을 갖는, 각 지역 동포 사회의 대표로 이루어진 전세계 한민족 대표 단체가 추진하는 형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이에 합당한 재외동포정책을 전개하며 이들 단체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3)한민족공동체와 재외동포정책의 연관성 증대 필요성
외교통상부가 설정한 재외동포정책 기본목표는 [재외동포들의 혈통, 문화 및 전통의 뿌리가 한국에 있음을 유념하면서 거주국 사회 내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고 또한 존경받는 모범적인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제법, 국내법 및 거주국의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기본목표에 따라 설정한 기본 추진방향은 ①재외동포들의 자조노력을 권장·지원하고 ②재외동포들이 거주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거주지역 사회내에서 융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며 ③재외동포들의 요구에 기초하여 언어·전통문화·예술 등의 차원에서 지원하고 ④자유·민주·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재외동포 사회의 발전 지원하고 ⑤재외동포들의 거주국내 법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⑥재외동포들의 한국 내에서의 투자 등 경제활동의 장려와 재산권 행사 등 이익보호를 위한 국내법과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재외동포정책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국가이익, 국가전략, 국정지표에 기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재외동포정책의 목표나 기본방향이 재외동포 사회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한민족공동체 형성과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로서, 그 지향점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이 정부가 아닌 전세계 한민족 대표 단체가 주도할 경우에 더 그럴 수 있다.
정부가 민간의 한민족공동체 형성 주장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면에는 바로 이런 의식이 깔려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지적하였듯이 한민족공동체 형성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는 측면이 적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 주변 강대국에 대해 비교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는 유력한 카드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재외동포정책이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6.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지향한 재외동포정책

  (1)정책 추진방향의 전환
현행 재외동포정책의 기본방향과 관련한 문제점으로는 ①국익에 기초한 전략적 접근의 부재 ②대북정책에 대한 예속 ③지역별 정책의 부적절성을 지적할 수 있다.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기본방향을 전환할 경우에 위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민족공동체 형성이 곧 국익에 합치하는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중심 다문화 공동체 형성을 촉진하는 방향일 경우에 대북정책에 예속이나 지역별 정책의 부적절성 문제도 자연히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장기 국가전략 목표는 (1)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선진화 (2)통일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 가능하며, 이것은 앞으로도 당분간 쉽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국가전략 목표와 일치하는 범위 내에서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촉진하는 재외동포정책 곧 남북한과 재외동포 사회가 상호협력하여 남북한이 발전하고 재외동포 사회도 발전하며, 재외동포 거주국 역시 동반 발전하는 방향의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2)관련 법령과 제도의 재정비

①재외동포법 개선
이러한 방향전환을 전제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는 재외동포법의 개선 문제이다. 현재 재외동포법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아 2003년 말까지 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자동 폐지될 운명에 처해 있다.
재외동포법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이유는 재외동포에 관한 개념 규정을 하면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해외이주 동포를 제외시킨 데 있다. 이로 말미암아 재중동포, 구소련 지역 동포, 미주지역 초기 이민 동포, 일본의 조선적 동포가 제외되었고 국내 출입국과 체류/취업 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것은 차별 없는 한민족공동체 형성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서 시정이 필요하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1)재외동포법을 개정하여 개념 규정을 좀더 일반적인 것으로 바꾸는 방안 (2)재외동포법을 폐지하고 개별 법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 (3)재외동포법을 폐지하고 재외국민기본법 또는 재외국민보호법을 대체입법하거나 기존의 재외국민등록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현재 논의 중이다. (2)(3)의 방안도 가능하긴 하지만, 이미 적지 않은 동포가 이 법의 혜택을 받고 있고, 폐지 시 동포 사회의 반발도 심할 전망인 만큼, 재외동포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②재외동포정책위원회 기능 강화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는 재외동포정책의 추진방향을 재정립하고 시행하는 주체로서 재외동포정책위원회의 기능 정상화이다.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설립한 재외동포정책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각 부 장관과 일부 재외동포를 위원으로 하는 최고 의사결정 조직으로서 초기에 재외동포재단 설립 건과 재중동포에 대한 지원 대책 같은 현안을 처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외동포정책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 재외동포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놓여 있다. 재외동포와 관련하여 처리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재외동포정책위원회의 사실상 기능 정지는 문제가 아닐 수 없으므로 기능 정상화와 강화가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안은 이 위원회에 집행기능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 사무국을 두어 대만이나 중국의 화교교무위원회처럼 실무조직 형태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총리실 산하 위원회에 실무조직을 설치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대통령 직속의 독립행정위원회로 격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③재외동포 관련 지원사업의 통합과 합리화
재외동포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지원사업은 아래 도표와 같다.

재외동포재단의 주요 사업과 예산


한편, 교육부는 첫째, 한국학교 설치확대와 운영 개선 : 재외국민 집중거주지에 한국학교 신설 추진, 예산지원 확대로 교육여건 개선, 교사 연수기회 확대, 민족교육 프로그램 개설 권장과 개설시 운영비 특별 지원, 국내 학교와 자매결연 권장, 둘째, 한국교육원 설치·운영 개선과 기능 강화 : 재외동포 교육 수요 증가지역과 밀집거주 지역의 한국 교육원 확대 개편, 셋째, 국제교육진흥원 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 문화관광부가 세계한민족축전, 한국어 해외보급사업, 한국어 전문가 파견 같은 사업을, 과학기술부가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 구축 운영, 세계한민족과학기술자공동협의회 운영, 세계한민족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 재외한국인과학기술자협회 지원 같은 사업을, 통일부가 세계한민족통일문제토론회, 미주지역 통일문제포럼 같은 사업을, 산업자원부가 해외한인무역협회(OKTA) 지원 사업을, 법무부가 재외동포 법적지원 정보 서비스 사업을, 여성부가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사업을, 국가보훈처가 해외독립유공자 초청 사업을 각기 수행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이외의 전체 정부 부처가 집행하는 재외동포 관련 사업과 그 예산 현황을 정리해 보면 아래 도표와 같다.


재외동포 관련 사업과 예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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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재외동포재단, {2001년도 국정감사 요구자료}(서울 : 재외동포재단,
        2001),  p. 937, 기타 자료를 기초로 재구성

이처럼 지원 사업이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시행함이 없이 이뤄지는 측면이 없지 않은데, 향후 아직 재외동포재단에 이관하지 않은 부처별 사업, 예건데 문화관광부의 세계한민족축전 사업과 한국어 교육 관련 사업, 교육인적자원부의 재외동포 교육 관련 사업을 가능한 조기에 이관하여 사업 수행의 통합성 제고할 필요가 있으며, 사업의 적절성 또한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얼마나 촉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지원 사업의 추진방향 조정도 필요한데, 전체 예산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여 몇 가지 중점 사업을 지정하여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이 경우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의 네트워크 형성 사업은 가장 우선해야 할 사업이다.

6. 맺음말
한민족공동체 형성 주장은 그야말로 주장으로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족주의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한민족공동체 형성론은 일부 민족주의자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한민족공동체는 그 실체의 존재 유무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구성원의 마음속에 자리잡아 버렸으며, 존재의 당위성에 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민족공동체가 이처럼 빠른 시간에 일반명사화 한 이면에는 무엇인가 절실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도 주변 강대국 못지 않은 영향력 있는 선진국이 되고 싶은, 통일을 하여 분단에 따른 불이익을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은, 아픈 일제 식민지 지배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싶은 욕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는 이제 이러한 욕구와 국가이익을 고려하여 한민족공동체 형성에 긍정적인 방향의 재외동포정책을 수립 시행할 의무가 있다.
한민족공동체, 꿈★은 이루어진다.

※이 논문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2002년도 연구과제로 수행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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