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참정권이 민족정체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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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참정권이 민족정체성 높인다”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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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한인회장 좌담회 '동포참정권과 재외동포법'

한민족공동체와 동포사회의 발전을 논의하는 ‘2005 세계한인회장대회’ 개최를 하루 앞둔 11일 재외한인회장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재외한인회장들은 재외동포에 대한 참정권을 부여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동북아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 재외동포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서 재외동포정책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글 교육은 민족정체성 교육과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편집자주>

   
 

참석자

이 형 모  재외동포신문 대표 (사회) 
김 다 현  재유럽한인회총연합회 회장
김 재 숙  재일민단 단장
김 영 만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
백 금 식  재중국한인회 회장

사회(이형모 재외동포신문 대표, 사회자)=세계 한인회장대회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재외한인회장들이 서울에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반갑다. 먼저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재외동포법에 관한 논의도 이어서 진행하자.


김다현(재유럽한인회총연합회 회장)=1960년대 독일로 간 광부나 간호사가 있다. 당시 정부가 강요해서 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광부나 간호사들의 몸값을 담보로 해서 한국은 돈을 벌어 경부고속도로를 닦고, 벤츠고속버스까지 들여왔던 것이다.

나의 경우 1976년도에 국적을 네덜란드로 바꿨다. 피는 한국 사람이지만, 서류상으로는 네덜란드 사람이다. 나같은 경우는 투표할 자격이 없으니까 상관없다. 하지만 순수하게 40년 동안 한국국적을 가진 사람인 동포에게는 왜 참정권을 안주는 것인가. 옛날 박정희 대통령 때는 적어도 해외동포에게 투표권을 줬다. 그당시 34시간이나 걸려서 한국에 투표하러 왔다.

김재숙(재일민단 단장)=본국의 참정권을 갖는 것은 본국과 일체감을 갖는 것이다. 참정권은 민족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오랫동안 한국국적을 가지고 살려고 애를 썼다.

일본에서 10여 년 동안 지역주민으로서 지방선거투표권을 달라는 운동을 해왔지만 잘 안됐다. 최근 한국에서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주는 법이 국회법사위를 통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시 투표권을 주면 아시아에서 재외동포정책이 일본보다 더 앞서게 된다.


사회=우리정부가 그동안 재외동포들에 대해 기민(棄民)정책을 썼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형편이 나아졌는데 재외동포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아직도 부족하다. 미국동포를 대변해서 참정권 문제 등 말씀을 부탁한다.


김영만(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어제라는 세대에 고착하는 것이 아닌 미래세대가 더 중요하다. 동북아시대에 중심 국가가 되겠다는 야망이 있어야한다. 이제는 재외동포들이 마지막 자산이다. 우리가 모국에 기여하는 일은 엄청나다. 매년 송금돼 오는 액수만 해도 굉장하다. 따라서 해외동포정책에 적극성을 가져야한다.
특히 참정권을 보장해 줘야한다. 영주권을 가진 사람, 넓게 보면 국외 장기체류자에게까지 참정권을 부여해야한다.

백금식(재중국한인회 회장)=중국의 경우 2백 만명의 조선족 동포와 해외동포 50만명이 있다. 정부차원서 조선족에게 배려를 해서 국내 불법 체류자 문제 등 여러 가지 풀어야할 사안이 많다.

사회=우리 동포들이 많이 사는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다. 재외동포의 교육, 민족정체성 확립 등이 고민인 것으로 알고 있다.

김재숙 단장=일본의 이민 1세들은 거의 없어지고 있다. 일본의 3세, 4세들의 교육, 민족정체성 문제는 심각하다. 민단에서 연간 3~4백 명씩 초등학교, 중학교 1학년 교육을 실시한다. 우리 민단의 약 3백 개의 지방 본부가 있는데 그곳에 한글 강습소가 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민족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정권을 갖고 있다, 나도 본국에 가면 선거권이 있다’라는 생각을 해야한다.

김다현 회장=유럽도 일본과 대동소이하다. 1세대는 돌아가신 분들도 많고, 2, 3세까지 후손들이 많이 나왔다. 제일 큰 문제가 민족정체성에 대한 교육이다. 모국의 연수교육, 교류사업을 통해 언어, 문화, 정체성 교육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심적.물적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아니라, 내 조상이 한국인이라는 뿌리 깊은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사회=이 문제를 침착하게 돌아봐야한다. 세계 180여 개국에 나가 있는 교포들이 현지사람이 돼야한다. 그러나 나의 정신과 문화는 한국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계기는 파독간호사가 독일아이에게 된장찌개를 맛보게 하고, 한글과 한국춤을 가르치는 것을 본 것이다. 눈이 파랗고 키가 큰 독일인 특유의 외모를 가진 그 아이가 바로 한국인이 아니겠는가.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국적은 독일인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나는 한국말을 잘하고, 나는 한국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백금식 회장=정체성 형성에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에서도 천진, 상해, 대련 등 교민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곳은 한글학교 등 정체성 교육을 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으로 온 분들은 교육보험혜택을 지원해주니까 외국인학교에 보내도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일반 중소기업에서 온 분들은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교육문제다. 그래서 공관 대사관과 의논해서 함께 만든 것이 북경 한국국제학교 같은 것이다.

김재숙 단장=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일본에 살게 된 동기는 다른 나라하고 다르다. 일본은 식민지 시기 동화정책을 폈다. 그렇기 때문에 재일교포들이 저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일본국적을 취득하면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일본에 갔으니 일본사람이 되라고 하는 것은 일본의 경우는 맞지 않다.

김다현 회장=해외 입양인 23만명중에 유럽에만 8만명에 이른다. 유럽의 순수 교민은 약 12만명인데, 이를 합쳐 어림잡아 20만명이다. 교민숫자가 어느 나라가 더 많냐는 식으로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도 처음 독일에 광부로 갔었다. 당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독일인들은 맵고 짜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먹었다. 이제는 자주 먹다보니까 손수 농장에서 배추를 재배해서 김치를 먹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삼양라면과 진로소주가 어떻게 수출됐겠는가. 그런 면에서 해외동포들이 본국에 큰 보탬이 된다.

사회=재중동포 문제에 있어서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법무부가 이들에 대해 자진 귀국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백금식 회장=2백 만명이 사는 중국동포들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살아왔는데, 우리나라 정부에서 큰 틀을 가지고 풀어줬으면 한다. 중국동포들은 브로커를 통해서 합법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 오고 싶어서 상상 못할 비용을 내면서 한국으로 들어와 일한다. 불법체류해서 노동하면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까. 한국 정부가 중국동포 불법체류자에 대해 합법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

사회=일본은 가까운 나라지만 교과서, 독도, 사할린 문제, 민단, 조총련 문제 등 현안이 많다. 회장님 생각하기에 최대 현안은 무엇이고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한일간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말해 달라.

김재숙 단장=올해가 한일국교 40주년을 기념한 한일 우정의 해라고 했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독도, 역사교과서 문제 등 저희 민단에서 왜곡저지 운동을 했다. 한일관계에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독도문제에 관해서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국토문제라기 보다는 ‘어업’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시마네현에 관련된 사람들만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여론이 커지니까 그동안 일본 내에서 이것을 모르던 사람들도 한국이 불법점령하고 있다고 알게 된 셈이다.

사회=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다. 차분히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 미래사회는 열린사회다. 향후 중국에 거주할 한국인이 곧 1백만까지 간다고 했는데. 재중 한국인, 조선족, 중국인 제3자가 중국 땅에서 관계를 맺게 될 텐데, 3자간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인가.

백금식 회장=우리 교민들도 중국 내 사업을 하고,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다. 한국인, 조선족, 중국인 등 세민족이 앞으로 함께 뿌리내리고 살려면 지금부터 관계정립을 잘 해야한다. 그리고 탈북자도 우리대사관에 하루 150명 정도 나오는데 탈북자 문제도 해결해야한다. 중국지방정부 관계자, 한인회, 대사관 관계자들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이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덧붙일 말이 있다면.

백금식 회장=한중관계가 정치.경제.문화 등 교류가 많다. 국내 정치인들의 중국방문이 빈번해지고 있는데 교민들이 사는 곳을 방문해 달라. 그러면 교민사회는 국내 정치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김다현 회장=우리는 누가 뭐래도 한민족이다. 국적여하를 떠나서 한민족이 뭉쳐야 한다.
소위 유럽에 사는 반체제 인사는 한국에 못 들어온다. 한국의 대통령도 평양에 가고 장관도 평양에 가는데, 왜 그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못 들어오나. 그래서 우리 유럽 한인회는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 반체제를 했고, 친일을 했고 친미를 했다는 것 등으로 한민족을 구분하면 안 된다.

김영만 회장=후세들에 대한 민족정체성 교육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불안해하는 것은 한국의 정치상황이다. 한미관계가 신문지상에서 두드러지면 불안감을 느낀다. 미국, 북한 등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재외국민과 모국이 동반자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한다.

사회=지난해 우리나라는 2천5백억 달러 수출을 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해외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마음을 열고 대문을 열지 않을수 없다. 4천5백만 인구 중 1천만 명 이상 더 해외로 나가야한다.

앞으로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며, 국내사회경영과 국외사회경영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전세계의 한인회장들과 재외동포사회이다.

정리=장성순기자 / 사진=김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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