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드레스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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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드레스 코드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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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코미디도 아니고 그냥 웃어넘기기엔 뭔가 찜찜하게 남아있는 그런 사건이다. 다름 아닌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 국회에 등단한 신참 유시민 후보가 정장을 하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나타나 의원들로부터 호된 욕을 먹고 선서도 못한 사건이다.
한나라당의 신영국, 홍준표 의원 등은 "저게 뭐야, 당장 밖으로 나가라"고 고함을 질렀고 민주당에서도 김경재 의원은 "여기 탁구 치러 왔느냐?"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의원 일부는 퇴장하며 '선서 보이콧'을 선언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유시민 의원은 이날 "내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나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므로 여러분도 나의 것도 이해해주고 존중해달라"고 말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작심을 한 모양이다. 그것도 인기전술의 한 방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튀지 않으면 죽는 세상인데 뭔가를 보여줘야 하니까 말이다.

◎ 유시민은 누구인가?
유시민 의원은 1959년 생으로 서울대학 경제학과와 독일 마인쯔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실력파이다. 평소 개혁적 글쓰기로 유명하고 TV 등에서도 토론진행의 사회를 보며 나름대로 독특한 개성을 나타낸 사람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업고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당시 후보를 적극 지원하였다. 아이디어도 많아 노무현 후보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용기를 불어넣고 인터넷에서 네티즌을 상대로 설득을 벌여나갔다. 그리고 그의 개혁적 성향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동감을 얻어내었고 그가 정치권에 진입하려고 생각한 것도 바로 이런 동감이 표로 연결될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이번 경기 고양 덕양 갑 보선에선 그동안의 은혜(?)를 고려하여서인지 민주당에선 아예 후보조차 내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은 자신의 이미지와 인기로 유시민 개혁정당의 선대본부장까지 맡는 보기에 좀 이상한 지원까지 한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모두 참패하였는데도 유시민 후보만 당선이 되었다. 군소 정당으로 말이다. 이제 개혁국민정당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원웅 의원과 2석이 된 셈이다.

◎ 확실한 복장규정이 있는가?
국회에 의원복장에 관한 명문규정이 있고 유시민 의원이 이를 어겼다면 할 말은 없다. 소크라테스도 "악법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고 또 마땅치 않으면 규정을 먼저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오거스타 골프장은 아직도 여성의 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다. 이도 여성차별이지만 하여간 현재 그렇다.
그리고 유명 골프장에도 복장규정이 있어 여성이 바지차림으로 골프를 치는 것을 금하고 남성도 반바지 차림이나 청바지는 허용을 하지 않는다. 옷이란 편의성도 물론이지만 예의를 나타내는 격식의 요건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상가(喪家)집에 빨간 원색의 옷을 입고 나타나거나 캐주얼 차림이라면 이는 예의에 어긋난다. 결혼식장에도 그렇다. 아무리 남의 잔치이지만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다.
유시민 의원 측에서 말하는 "국회의 권위와 국민들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데 국회에서 서로 막말하고 몸싸움 벌이는 것은 국회의 권위와 예의를 제대로 지키는 행동이었나"하는 반문도 얼른 들으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일을 하다가 서로 다투는 것과 작심한 복장파괴는 분명 다르다.
개혁도 좋고 변화도 좋지만 예의를 지키는 것도 우선 일 것 같다. 이러다간 나중에 티 셔츠에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 신고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법원도 법복을 벗어 던지고 판사가 청바지나 캐주얼 차림으로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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