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 새내기 세라 & 세실
상태바
할리웃 새내기 세라 & 세실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3.05.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디어 할리웃에서도 한인들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내 유명 영화평론가인 에버트와 루퍼가 한인 1.5세들이 감독하고 주연을 맡은 'Better Luck Tomorrow'를 감상한 뒤 엄지손가락(Two thumbs up)을 치켜세우며 극찬을 했는가 하면, 한인 배우 윌리엄 윤 리 (한국명 이상원)씨는 미국의
'People' 잡지에서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미국 안방극장을 사로잡는 UPN의 최장기 TV 시리즈 '스타트렉'의 최신작 '엔터프라이즈'에 출연하고 있는 한국계 배우 린다 박 씨가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인 2세인 현세라(28세)와 현세실(30세) 자매가 공동제작하고 감독한 영화 '스코어(Score)'가 제10회 뉴욕독립영화제(New York International Independent Film and Video Festival)에 우수작으로 선정돼 지난 4월 6일 일반관객에게 선보임으로써 할리웃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4월 2일 개막돼 4월 12일까지 계속된 뉴욕독립영화제에 호주, 카나다,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접수돼 본선에 오른 300여편의 작품가운데 단연 빛나는 작품으로 떠올라 일반은 물론 영화관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는 백인 남성 감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헐리웃에서 아시안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빗장을 열어제친 참으로 귀한 출발이다.

■ 유쾌하고 신랄한 코미디 영화 '스코어(Score)'  
텍사스에서 태어나 워싱턴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들기 위해 영화의 메카인 할리웃으로 이주했다고 하는 세라와 세실 씨. 이들 자매가 꼬박 2년 6개월간에 걸쳐 제작한 첫 독립영화 '스코어(Score)'는 볼링장을 배경으로 남녀간의 성문제를 유쾌하면서도 신랄한 풍자로 엮은 80분짜리 코미디 영화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반에서 활동, 워싱턴의 케네디홀 무대에 선 바 있으며 포모나 칼리지에서 본격적으로 연극을 전공한 후 다수의 세익스피어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한 동생 세라 씨가 직접 대본을 쓰고 주연으로 열연했으며, 언니인 세실 씨는 감독과 편집을 맡았다
일반 상업영화들이 기획 및 제작, 유통, 상영 단계에서 상당히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감독의 창작물이 투자자의 선호도에 의해 변형될 소지를 갖는데 반해 독립영화들은 부족한 자본일 수밖에 없으나 그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자가 자유롭게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 유통, 상영함으로써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이들 자매가 세상에 내놓은 '스코어' 역시 주머니 돈을 털고, 친구와 지인들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그녀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마음껏 풀어낸 '독립'적인 영상언어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고 장소도 LA 인근인 까닭에 제작비가 그리 많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스코어'는 있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 자매에게서 조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귀한 사람들'을 재산으로 가졌음을 알 수 있다.

■ 할리웃 진출의 교두보 독립영화제
독립영화는 헐리웃 영화로 대변되는 대규모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대항해서 만들어진 소규모 자본의 작가 영화를 말한다.
이러한 독립 영화제작자들을 위한 영화제가운데 미국내에서는 선댄스 영화제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선댄스 영화제는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지난 81년 자신이 출연한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이름붙인 선댄스 재단(Sundance Institute)이 지난 1985년 미국 영화제(US Film Festival)라는 소규모의 영화제를 흡수하면서 출발하였다.
이 영화제를 통해 화려하게 할리웃에 진입하게 된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urgh)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s)'와 퀀틴 타란티노(Quentine Tarantino)의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을 예로 들 수 있다.
한 영화제에 출품돼 상영 혹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됨은 곧 베를린이나 깐느를 비롯한 다른 영화제에 초대되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고, 배급사를 찾게 되기도 하며, 재능과 아이디어를 찾는 할리웃 관계자들을 만나게도 된다.
이는 곧 뉴욕독립영화제에 이어 5월 1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Visual Communication Film Festival에도 선정돼 오는 5월 3일(토)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되는 '스코어'(상영관: Directors Guild of America 7920 Sunset Blvd)가 그 열린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서는 것임을 말한다.
굳이 '와호장룡'으로 할리웃을 강타한 대만계 감독인 앙 리를 발굴해 낸 영화제임을 말하지 않더라도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VC영화제는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인들의 최대의 축제마당으로 그 권위와 명성을 널리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 추진력과 세심함이 만나 이룬 환상의 콤비
LA옥시덴탈 칼리지 재학시절 인턴쉽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NBC 방송에서 영상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을 익히게 되었다고 하는 세실 씨. 졸업 후 바로 NBC측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았고 그녀에게 맡겨진 Production Assistance와 스크립 수퍼바이저의 역할을 예의 그 세심함으로 빈틈없이 해냄으로써 신뢰를 얻기 시작, 영화인들과의 교류를 넓혀갔다는 그녀와의 관계를 동생 세라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한번 마음먹었다 하면 곧바로 밀어부치는 성격인 반면 언니는 인내심이 아주 많아요. 언뜻 생각하면 반대되는 성격으로 서로 부딪힐 것 같은데 오히려 완벽한 콤비를 이루어내는 것 같아요. 제가 이것저것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두서없이 꺼내놓으면 가만히 듣고만 있는 줄 알았던 언니가 어느새 다 순서를 맞추어 놓더라구요."  
그동안 탐 크루즈가 주연한 '바닐라 스카이'를 비롯 '8 마일', '올머스트 페이머스',  '데인저러스 뷰티' 등의 편집에 참여하여 그 실력을 인정받은 어엿한 베테랑이 된 언니 세실 씨. 언니로부터 전수받은 편집 실력을 키워 틈틈이 몇몇 영화의 편집 일에 참여하기도 하며 배우와 작가로서의 역량을 펼쳐보이고 있는 동생 세라 씨. 이들 자매의 교감이 참으로 특별함을 알 수 있다.  
한편 현재 버지니아주 멕클린에 거주하는 부모 현운종 박사와 현미나 씨는 그동안 두 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늠하지 못한 채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 말없는 지지를 보내왔을 뿐이라고 한다. 때론 "교사가 되지 그러니?"라는 말로 딸들의 꿈을 돌이키려 하기도 했으나 흔들림없이 나아가는 두 딸의 모습을 보며 "뭘 하는 건지 모르지만 잘 하겠지"라는 믿음만으로 묵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세실 씨가 내민 '바닐라 스카이' 촬영 사진속에 탐 크루즈가 있는 모습을 보고나서 "내 딸이 진짜 영화를 하긴 하는가 보구나"라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는 현 박사 부부.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화끈한 딸들의 팬이자 후원자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앞에 두고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세라와 세실 씨에게서 새싹이 터지는 눈부심을 본다.
<윤정의 기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