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가 말한 '북한 스파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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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가 말한 '북한 스파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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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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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성 기자    

예씨, "분단된 민족이 겪어야 하는 아픔" 소회 밝혀

핵 문제에 대한 마찰로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2월 4일 미 언론의 대대적인 체포장면 보도와 함께 미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검거됐던 예정웅(59)씨가 28일 오후 7시(한국시간 29일 오전 11시) 보석으로 석방됐다.

  

▲ 검거 80여 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예정웅씨  

ⓒ2003 박우성
오랜 구금생활에도 불구하고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인 예정웅씨는 연방구치소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던 동포언론사 기자들을 위해 그간의 심경을 밝히는 간략한 인터뷰를 가졌다. 예씨는 체포 이후 처음으로 대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솔직하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답을 했다.

"나는 죄가 없기 때문에 어떤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분단된 민족이 겪어야 하는 아픔으로 받아들인다"하고 말한 예정웅씨는 수감생활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니 좋더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은 정말 견디기 괴로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북에 일반적인 정보들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는 예씨의 말에 기자들로부터 "북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인가", "그런 정보들을 북의 어느 곳에 보냈는가"는 질문이 쏟아지자 "그런 것은 변호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지난 주 수요일(23일)로 예정됐던 예씨의 석방은 보석금 대출 등을 위한 서류준비가 늦어지면서 계속 미뤄져왔다. 결국 예씨는 보석허가결정이 내려진 4월18일로부터 10일이 지난 28일 오후 7시 경에야 구치소를 벗어날 수 있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 북핵 문제를 위한 다자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예씨의 문제가 또 다시 북미간의 외교적 긴장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예씨측은 "보석석방이 늦어진 것은 단순한 서류문제"였다고 밝히고 "이미 심리가 끝나고 보석허가가 내려졌기 때문에 불안해 한 적 없다"면서 일부의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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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구치소 앞에서 질문을 주고 받는 예씨와 취재진  

ⓒ2003 박우성

"예씨가 수집한 정보는 공개정보에 가깝다" 연방판사 보석심리에서 밝혀

예씨에 대한 보석허가결정이 내려진 지난 4월 18일의 보석신청심리가 끝난 직후 예씨의 변호인인 윌리엄 지네고씨는 기자들에게 "연방법원이 예씨 체포 직후 요청한 보석신청을 기각했던 지난 2월의 심리를 번복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그 동안 보강 제출한 자료들과 더불어 지역 한인들의 탄원서가 주효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심리를 맡았던 빅터 켄튼 연방판사 역시 "예씨가 수집한 정보는 공개정보에 가까우며, 스파이 활동을 위해 정보요원을 포섭한 사실도 명확하지 않다"고 명시하고 "교회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보낸 편지들을 읽어봤다. 예씨가 위험인물이고 도주와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검사측의 주장엔 근거가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검사 측에서 끈질기게 예씨에 대한 보석허가를 반대한 것에 대해서 한인들은 대부분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검찰의 요식행위였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미 당국이 이 사건을 북에 대한 미국 내 여론 조성용으로 이용하려 했지만 부풀릴 만한 별다른 내용도 없고 이미 유효기간까지 지나버린 사건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에 우호적인 인사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 메모 발견

한편 변호인단이 제출한 자료 가운데 하나인 연방수사국 내부용 메모의 내용이 알려져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메모에는 "예씨를 감옥에 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예씨가 중도적 태도를 취하게 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우호적인 다른 인사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예씨사건을 담당한 NLG소속 변호사 윌리엄 제네고(오른쪽)와 마이클 나사티어  

ⓒ2003 박우성

예씨 측은 3월에 열린 인정신문에서 검찰이 제소한 혐의에 대해서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검찰측이 밝힌 예씨에 대한 혐의는 외국정부 에이전트 등록법(FARA) 위반, 연방세관에 대한 허위진술 및 공모 등이었다. 법원은 비밀서류를 입수하거나 이 정보를 넘겨줬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간첩혐의를 배제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메모는 앞으로 열릴 공판과정에서 예씨 측에 매우 유리한 자료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메모는 미국이 북미간 긴장상태와 관련해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고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그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뉴욕 자주연합,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극적인 연출" 비난 논평

LA타임즈는 예씨의 체포 당시 보도(2월 6일)에서 "FBI가 예씨를 지난 7년간이나 조사해왔다면 왜 굳이 현 시점에서 기소하려고 하는지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FBI의 진술서에 따르면, FBI 요원 제임스 창은 지난 1995년부터 예씨의 집과 사무실을 몰래 수색하고 전자장비로 통화내용을 감청해왔다. 또 진술서는 예씨의 첩보활동이 1997년 12월부터 2000년 4월까지 3년 동안 이어졌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예씨에 대한 수사가 '범죄수사단계'로 넘어간 2001년 1월 이후로 예씨의 첩보활동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즉 FBI는 이미 수사를 위한 자료를 확보한 지 2년이 지난 이후에 갑자기 각 언론사에 사건 배경과 함께 자세한 자료를 배포해 카메라에 생생한 체포장면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펼친 것이다.

연방수사국(FBI)의 언론플레이인가?

이전에도 미국에서 이러한 외국인 간첩사건이 터져 나온 때는 주로 외교적 긴장관계가 생길 때였다.

지난 로버트 김 사건이 일어났던 1996년은 미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둘러싸고 김영삼 정부와 미국 정부가 갈등을 겪던 시점이었다. FBI는 국군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던 워싱턴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로버트 김을 체포함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는 의혹을 샀다.

  

▲ 아버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리웬호의 딸 알베르타 리  

ⓒ2003 WorldWideP
인종문제로 중국과 미국이 갈등을 빚던 지난 99년에 일어났던 리웬호 사건 역시 FBI의 언론 조작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었다. 59개 혐의로 기소돼 9개월 간 독방에 갇혀 있다가 풀려난 리웬호에게 인정된 혐의는 핵 관련정보를 개인 컴퓨터에 저장했다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러나 리웬호 체포 후 FBI가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주류신문을 통해 연방정부의 허술한 정보관리를 비판하는 기사가 게재되면서 이 사건을 더욱 증폭시킨 일은 요즘도 FBI와 미 언론의 대표적인 여론조작 사례로 곧잘 인용되고 있다.

FBI가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내 한인들의 위축

일단 북미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당분간 미국에 있는 한인들의 대북교류와 정치적인 발언이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협상에서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진전하느냐를 지켜본 뒤에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나가겠다는 의견인 것이다.

그러나 FBI가 노리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 내 한인들의 위축이라면서 더욱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평화적인 대북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다. 미국인들이 한반도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평화적인 해법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예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공판을 받게 됨에 따라서 예씨 변호인단과는 별도로 예씨 구속 이후 조직된 '예씨 후원회(Yei Defense Committee)'도 예씨 사건을 부당하게 제소한 수사당국과 투쟁하며 홍보하는 지원부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씨 후원회는 앞으로 ▲법적 문제점을 홍보하고 ▲이 사건과 정치문제를 연결하여 대응책을 마련하고 ▲언론들의 왜곡보도에 법적으로 대처하고 ▲민권단체들과 연대해 인권유린 사례에 대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3/04/29 오후 3:38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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