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와서 너무 기뻐요"<심훈선생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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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와서 너무 기뻐요"<심훈선생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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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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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5.07.06 15:03:11]
''상록수'' 작가 심훈선생 제적 86년만에 졸업장 소설 ''상록수''의 작가인 고 심훈(본명 심대섭.1901년생) 선생의 손녀 손영주씨가 6일 경기고교에서 받은 명예졸업장을 보여주고 있다. 고 심훈선생의 명예졸업은 3ㆍ1 독립운동에 앞장섰다가 일본 헌병대에 체포되어 학교에서 제적된지 86년만이다./최영수/사회/2005.7.6 (서울=연합뉴스) youngsoo@yna.co.kr
`상록수'' 심훈 선생 86년만에 경기고서 명예졸업장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6일 오전 서울 경기고등학교 교장실에선 조촐하지만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소설 ''상록수''의 작가인 고(故) 심훈(沈薰ㆍ본명 沈大燮) 선생의 유족이 선생 대신 명예졸업장을 받게 된 것.

유족 대표로 명예졸업장을 받은 선생의 친손녀 영주(46)씨는 할아버지가 이 학교에서 제적된 지 86년만에 받게 된 명예졸업장을 안고 감격에 찬 듯 눈물을 글썽였다.

영주씨는 "할아버지는 진정한 독립투사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는 정열적이셨던 분"이라고 떠올리며 "당시 할아버지께서 받지 못하신 졸업장을 이제라도 받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1974년 미국으로 이민간 영주씨는 지난달 24일 보름간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고국을 방문했다가 할아버지의 명예졸업장을 받게 됐다.

영주씨는 졸업장을 품에 안은 채 "사실 이 졸업장은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받으셔야 한다"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아버지와 함께 오는 건데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시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심훈 선생의 셋째 아들이자 영주씨의 아버지인 재호씨는 선친이 고교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쉽게 생각해오다 경기고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해 달라는 희망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만약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통일을 위해 노력하셨을 텐데…"라며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선생을 떠올린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영주씨는 이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작품이 시(時) `그날이 오면''"이라며 "비록 할아버지가 원하는 해방은 됐지만 아직 통일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 "고향인 당진 뿐 아니라 미국에도 할아버지 작품 원본이 많이 보관되어 있어 종종 그걸 보며 할아버지를 떠올린다"며 "소설 `상록수''의 원본이 검안을 받으면서 지워진 부분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를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씨는 현재 남편 서혁교(46)씨와 함께 `미주 동포 전국 연합''에서 활동하며 한인의 권익 보호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고 심훈 선생의 처제 안영옥(84)씨도 `형부''인 심훈 선생과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렸다.

안씨는 "형부는 유머도 많고 자상했다"며 "형부를 기다리다 지쳐 잠을 들면 밤 늦게 들어와 자고 있는 내 입에 `누가사탕''을 넣어주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한번은 형부가 친구와 함께 길을 가는데 앞에 가는 순경의 모자를 장난삼아 벗겨 도망치다 붙잡혀 파출소에 가서 하룻밤 지내다 오기도 했다"며 "어린 시절이었지만 아직도 형부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옛추억에 젖기도 했다.

이날 명예졸업장 수여식에는 영주씨 등 유족과 경기고 동창회, 학교 임직원 등 16명이 참석해 선생의 뒤늦은 졸업식을 축하했다.

이 학교 이영만 교장은 "진작 심훈 선생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며 "심훈 선생의 삶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설 `상록수''로 널리 알려진 작가 심훈 선생은 이 학교 4학년에 재학하던 중인 1919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3ㆍ1 독립운동에 참가, 시위에 앞장섰다가 일본 헌병대에 체포됐고 4개월간 투옥생활을 하다 결국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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