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구한 濠동포, "아기 다치지 않아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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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구한 濠동포, "아기 다치지 않아 기뻐"
  • 연합뉴스
  • 승인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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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7 14:23 송고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호주인 아기와 엄마를 보호하려다 개에게 물려
두 차례 수술을 받았던 호주 시드니 동포 이형섭(60) 씨는 "개들의 공격을 받을 때
제 정신이 아니어서 몰랐으나 나중에 아기가 다치지 않은 것을 보고 참 감사하고 기
뻤다"고 17일 호주온라인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씨는 "개들의 공격을 받는 동안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으나 누구 하나 나와
보지 않았으며 담을 넘어 20년 정도 알고 지내온 한 중국인 집으로 가 도움을 청했
으나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며 각박한 인심에 서운해 했다.

지난 13일 저녁 봉변을 당한 후 병원에서 퇴원한 이 씨는 "거리에서 유모차를
밀고 앞서가던 아기 엄마(17) 일행이 걸음을 멈추더니 `앞에 개들이 있다'며 `도와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이씨는 캄캄한 저녁이라 개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생후 5개월 된 아기와 엄
마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급하게 유모차 앞에 서며 걸음을 떼어놓는 순간 개들
이 덤벼들었다는 것.

이씨는 "먼저 엄지손가락을 크게 물려 길바닥에 쓰러지자 그때부터 두 마리가 1
0-20분 가량 공격을 했다"면서 "한 마리는 계속 아기 쪽을 향해 가려고 해서 개를
막느라고 양쪽 팔다리를 많이 물려 피범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들의 공격을 피해 어떻게 사고 현장 앞집의 담을 넘어들어 갔는지 기억
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년 정도 알고 지낸 중국인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했으나 문도
열어주지 않아 한인동포가 사는 그 다음 집으로 가서 어린 두 학생의 도움을 받고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5분쯤 지나 경찰이 도착,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건경위 등을 조사할 때 이
중국인은 "겁이 나서 문을 열어주지 못했다"며 사과했다는 것.

이씨는 "당시 아기 엄마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옆집에 새
로 이사 온 이웃이었다"며 "병원에 있는 동안 아기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찾
아와 고마워했다고 아내(이기조씨)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아내는 "아기 엄마가 찾아왔을 때 아기가 하나도 다친 데 없이 방긋방긋
웃는 것을 보고 참 기쁘고 감사했다"며 "남편에게 아마 흉터가 남겠지만 아기가 다
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또 "이민생활이 힘들어 남을 돌보기가 어렵지만 항상 남을 도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남의 어려운 일을 못 본 체하지 말고 관
심을 갖고 도와 서로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팔다리, 허벅지뿐 아니라 얼굴과 볼 아래쪽 입술 근처를 물려 세 군데
깊숙한 이빨 자국이 나기도 해 봉합수술과 함께 성형수술도 받았으며 당분간 통원치
료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이씨가 콩코드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동안 그의 거주지인 홈부시를 포함하
는 스트라스필드 지역구 출신의 뉴사우스웨일스주 하원의원인 버지니아 저지 의원이
병원을 방문, 도움이 필요하면 무엇이든 돕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가는 등 호주사회
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씨는 "데일리 텔레그라프지 등 호주언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오
고 있다"고 말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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