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포들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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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포들 손잡다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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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이념 대립 역사는 길고도 뿌리 깊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남북한의 대립도 대립이지만 국내 정치에서도 이념 대립, 색깔 논쟁은 거의 일상생활이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것이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치열하게 총구를 겨눴던 그 세대들도 이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아직 한반도의 이념 대립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이쯤 했으면 그칠 만도 한데 삿대질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즐거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좌우로 갈렸던 독일의 동포들이 38년 만에, 남북한 관계자도 참석한 가운데, ‘6.15 남북 공동선언 5주년 기념 유럽동포 축전’을 열었다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 만큼이나 높았다던 불신의 마음과 미움을 아리랑 가락 속에 흘려보냈다는 소식이다.

동포 사회의 분열상이 한반도의 재판이었음은 비밀이 아니다. 세대 갈등에 이념 갈등이 더해진 까닭에, 동포 사회의 고통이 더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재일동포 사회가 민단과 조총련의 갈등으로 점철된 것은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동포 사회 일각에서는 이념 대립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반면에, 동포 사회에서만이라도 먼저 통합을 이뤄내려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재일동포 사회에서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남북한에 중립적이면서 통합을 지향하는 운동을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최근 지방 차원에서는 민단과 조총련이 행사를 함께 추진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반도기를 흔드는 응원단 모습도 이젠 익숙하다. 이번에 독일 베를린에서 치러진 행사도 이러한 일련의 흐름 가운데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동포 사회는 남북한 사회에 비해 통일운동을 전개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남북한 교차 방문이 비교적 자유롭고, 남북한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처럼 직접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 않기 때문에 치열하게 싸울 이유도 별로 없다. 이런 지위를 잘 활용한다면, 통일에 기여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동포 사회에서도 이념 대립이 끊이지 않았던 데에는 남북한 당국의 책임이 크다. 체제경쟁에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에서, 동포 사회의 편 가르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지금, 체제경쟁은 무의미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서로 화해할 것인가인데, 이런 일에 동포 사회가 앞장서 준다면 통일은 더 훨씬 더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념을 떠나 한민족이면 하나가 될 수 있는 행사는 많다. 삼일절도 있고, 광복절도 있다. 설과 추석도 있다. 이제, 이런 행사는 진정으로 한민족이 하나 되는 자리였으면 한다. 북핵 문제로 꽁꽁 얼어붙은 지금, 통일의 훈풍이 동포사회에서 남북한으로 도도하게 밀어닥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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