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1일 재외동포재단 권병현이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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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 재외동포재단 권병현이사장 인터뷰
  • 강국진
  • 승인 2003.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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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란 말은 이제 하나의 단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디아스포라는 유대 디아스포라와 중국 디아스포라이다. 유대 디아스포라는 세계의 재부, 정치, 외교, 언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의 디아스포라는 사실상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인도 출신 2천만 디아스포라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도한다. 그들이 인도 경제도 견인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그들을 활용하기 위해 이중국적도 인정한다. 멕시칸 디아스포라는 주로 미국에 이주한 사람들로, 약 2천만명이 있다. 90년대 초 멕시코가 IMF위기에 빠졌을 때 이들 디아스포라의 도움으로 회생했다. 이제는 글로벌시대이고 네트워크시대이지만 또한 디아스포라시대이기도 하다."
새싹이 돋아나는 야산을 창문 너머 볼 수 있는 넓은 사무실에는 녹차를 마실 수 있는 다기를 갖췄고, 보온병에는 뜨거운 말이 가득 담겨 있다. 오랜 해외생활 때문인지 대화 중에 영어를 자주 섞어 쓰는 권병현 이사장은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자마자 "디아스포라 시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디아스포라"는 사전적으로 "대이주"를 뜻한다. 권 이사장이 쓰는 "디아스포라"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디아스포라는 1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하나의 단어로 자리잡는 추세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국제경제학회에서 나온 책자를 보여주었다. {세계 경제 속의 코리안 디아스포라(The Korean Diaspora in the World Economy)}라는 책이었다) 박선영 대리가 전에 근무했던 유엔환경계획한국위원회(UNEP)에서는 '디아스포라(이산)'이라고 표기했지만 이산은 사실 부정적인 의미이다. 내가 디아스포라시대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했는데, 이제는 디아스포라가 일반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하나의 가설을 세워보고 싶은데, 바로 "환경의 변화"이다. 지금 시대는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 있다. 초기 재외동포정책은 현지화정책이었다. 이제는 여건이 다르다. 1백여년에 걸친 변화를 거쳐 이제는 6백만에 이르는 이민자가 생겼다. 이것이 바로 환경의 변화이다."

-정부의 현지화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나.
△ "초기 현지화정책은 옳았다. 당시 상황에선 합리적이었다. 현재 정부는 재외동포정책에 눈을 못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좀더 비관적으로 보면 모택동 때의 화교정책에 비견할 수 있다. 우리는 모택동이 취했던 화교적대정책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무(無)의 상태이고, 여명상태이다. 환경은 이미 변했다. 일본 같은 실패한 정책을 펴면 안 된다. 중국이나 미국 같은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정책전환의 대안은 어떤 것이 있나. 이사장은 각론이 부족한데, 재외동포 관련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을 만나서 구체적인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보진 않는지.
△"동감이다. 앞으로 자주 만나겠다. 정책전환을 빨리 해야 하는데, 그 중 첫째가 재단이라고 본다. 재외동포법을 만들 당시 주중대사로 있었다. 중국에서 재외동포법을 반대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나는 무척 의아했다. 적어도 나는 중국에서 반대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수성씨는 재외동포재단 예산을 대략 1천억, 인원도 1백명 정도로 구상했는데 외교부에서 반대해 무산되었다. 재단은 그런 면에서 태생부터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이주자는 계속해서 생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내보내야 한다. 재외동포들은 우리에게 '지사(지점)'같은 존재이다.

-이사장의 "디아스포라시대론"에는 낙관론에 입각해 있다. 물론 거기에 동의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국내의 발전을 위해 재외동포들을 이용하는 단점이 있다. 정부의 시각과 태도는 재외동포들에게 거부감을 준다. 장밋빛 청사진만 보여주면 냉소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사실 나는 남미나 유럽 쪽 실정은 잘 모른다. 아까 한 말대로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동포들을 이용만 한다는 문제에 대해 말한다면 동포들이 피해받거나 손해볼 건 없다고 본다. 모국과 재외동포의 관계는 전체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재외동포사회에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동포사회에 커뮤니티를 만들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한상'을 조직화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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