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학자의 길 스타의 길
상태바
[편집위원칼럼] 학자의 길 스타의 길
  • 안동일 논설위원장
  • 승인 2005.06.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우석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연일 그에 관한 보도가 언론을 장식하면서 가는 곳마다 황 교수는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러 의미에서  황 교수는 국민적 영웅으로, 사랑받는 스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황 교수는 며칠 전에도 직접 텔레비전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를 총괄하는 ‘줄기세포은행’을 건립하겠다”고 밝혀 매스컴의 각광을 또 한번 받았고 어제는 한국의 노벨상이라는 최고 과학자상이 확정적이라는 기사가 도하 언론을 장식했다.

회견에서 황 교수는 “내년 가을이나 내후년에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1막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연극의 용어를 사용해 과연 그 1막이 무엇인지 세인을 궁금케 하고 있다.
회견하는 그의 모습은 누구 표현대로 라면 그가 만들었다는 소 이름처럼 영롱하기까지한 미남 귀공자의 모습 그것이다.

어제 황우석 교수의 자전 에세이집 ‘나의 생명이야기’를 구해 읽고 다시 그를 보게 되었다. 그 잘생기고 깨끗한 모습 뒤의 각고면려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황 교수가 생각보다는 정치적이고, 저돌적으로 몰아붙이는 측면이 너무 강하고 자기를 내세우는 성향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약간은 부정적인 선입견이 일거에 무너지면서 오히려 그런 성정들이 그의 오늘을 있게 했고 그 같은 저돌성, 추진력, 리더십, 그리고 적당한 쇼맨십이 없다면 어찌 큰일을 이뤄내 영웅이나 스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싶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그는 홀어머니 누님들과 남의 집 소를 키워주는 일을 집안의 생업으로 삼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고교 시절에는 차비가 없어 고향에 한번 제대로 내려가지 못했고, 성당에도 연보 돈이 없는 게 부끄러워 다니지 못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수의대에 진학해서 열심히 공부해 학위까지 마쳤음에도 전임교수 임용에 탈락하는 좌절을 맛 봤는데 그 좌절의 시기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가산을 모두 정리해 시골에 소 농장을 세워 3년 가까이 그곳에서 목부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던 것이 오늘의 원천이라고 고백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잔잔한 감동이 거기 있었다.

드라마의 말초성 대사 때문에 흐른 눈물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에 대한 감동 그것이었다. 진실과 진정이 배어있는 공감 가는 고백이었기에 그랬다. 그리고 약자의 푸념이 아닌 성과를 이뤄낸 성공자의 과정이었기에 더 그랬다. 영웅은 태어난다지만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것 아닐까? 황 교수는 우리에게 오늘 큰 바위의 얼굴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