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가정의 과학적 연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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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가정의 과학적 연구를 위하여
  • 김성수
  • 승인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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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나라 한민족이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생활토대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히 국제결혼, 혼합가정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지구의 생활권이 지구촌화하고 사람들이 복합문화에 익숙해지면서 국제결혼의 추세는 더욱 확대되는 현상이다. 독일의 경우 교포가 3만5천명인데 한독가정 내지 국제결혼의 숫자가 약 3천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2세들의 국제결혼은 더욱 확산될 추세이다. 이처럼 확산되는 국제결혼으로 이룬 혼합가정의 일상에는 늘 이중문화의 빛과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흔히 알려진 이중문화의 그림자는, 외국인 남편에게 우리 나라의 가족범절을 강요하고, 자녀교육 문제에서 의견이 달라 부딪히고, 모국어가 달라 이해부족이란 느낌이 들기도 하여 적지 않은 경우 부부간 또는 부모와 2세간의 불화를 야기시켜 가정이 파괴에 이르기도 한다는 사실 등인데, 이는 자연발생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물론, 이중문화의 마찰과 갈등을 잘 극복한 가정은 다양한 문화에 마음이 열려 생활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해지는 사례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이중문화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는 일차적으로는 마찰과 갈등의 존재 여부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 개인이 어떻게 극복했느냐의 문제로 보인다. 이중문화의 양면성은 독일 뿐 아니라 교포들의 혼합가정이 있는 지구상의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동포사회의 적지 않은 구성원이 겪는 이중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단지 개인의 역량이라든가 우연에 맡겨두기만 할 수는 없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우를 반복하며, 비슷한 실수로 실패를 하고, 비슷한 지혜로 성공을 하기도 한다. 혼합가정에서는 이중문화의 마찰과 갈등을 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능력으로만 해결하려다 보니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개인의 경험이 회자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동포사회에 산재하는 혼합가정의 경험을 자연발생적으로 되풀이되는 문제로 내버려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정립할 때가 아닌가 한다. 여러 가지 사례의 연구를 통해 파악하는 일반적인 경험을 배울 수 있다면 다른 가정의 실수를 극복하고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독한 문화원”이 독한 가정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정립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필요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은 독일 뿐 아니라, 교포들의 혼합가정이 많은 일본, 중국, 미국, 카나다, 러시아 등에서도 활발히 전개하여 연구성과를 교환할 수 있다면, 타문화 속에 사는 한민족들의 삶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실지 삶에 도움을 줄 만한 자료로 축적될 수 있을 것이다.

혼합가정 연구를 통해 이중문화의 상승적인 결합이 가져온 긍정적인 사례들을 많이 찾아내어 일반화하는 일은 혼합가정의 생산적이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이는 또한 단순히 개인의 가정 사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혼합가정은 다문화 사회인 오늘날 지구촌의 소모형이며, 혼합가정 연구를 통한 이중문화 결합요인들의 과학적 연구는 사회문화발전의 계기, 형식, 내용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민족의 문화와 다른 민족의 문화가 만나서 이루는 사회발전의 계기, 형식, 내용에 대한 인식은 학문이나 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문화, 학문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재정립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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