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에 일제사학자들의 해설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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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에 일제사학자들의 해설이 있다니
  • 황성봉
  • 승인 200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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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사학자들의 용어가 상식으로 통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삼웅) 부속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독립운동사 용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오는 29일 오후 2시부터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강당에서 1박 2일간 독립운동사 연구자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제국주의의 관점이 녹아 있는 용어들이 아직도 사회 각계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을 역사학계가 앞장서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필자는 몇 년 전에 독립기념관을 관람하면서 민족전시실에 기록된 설명문을 읽다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학계의 나태함과 무지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관련인사들에게 시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던 일을 새삼스럽게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 다시 이 글을 쓴다.
우리나라 전국에 산재해 있는 역사 관련 관광지의 해설자료에도 일제시대 사학자들의 식민사관에서 비롯된 역사용어들이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역사의 상식으로 통하고 있지난 우선 독립기념관 민족전시실에 있는 '각저총 고분벽화'에 대한 설명문에 대해 시비를 가리고자 한다.
각저총은 만주집안현 통구에 있는 고구려시대(4세기 무렵)의 고분으로서, 일제의 만주침략 준비작업의 일환인 만주지역에 대한 문화유적 조사작업에 의해 1905년에 발견되었다. 장년의 두 남자가 씨름을 하는 벽화가 있다고 해서 일본역사학계에 의해 '각저총(角塚)'이라고 이름지어진 데에는 우리 한겨레의 상고사에 대한 일본인의 무지(無知)가 작용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국인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한국고대사를 왜곡한 일제식민사학자들의 흉계가 여기에도 숨어 있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의 고대사를 제대로 인식하고있는 사람이라면 이 벽화를 보는 순간 "이것은 환웅천황의 개천설화(開天說話)에 나오는 신단수(神檀樹)와 아사달 제천의식(祭天儀式)의 주인공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라는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의 설명문은 그런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덩치가 큰 사내 둘이 씨름을 하고 있고 씨름판의 이기고 짐을 가름하는 듯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씨름하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큰 나무 밑에서 개 두 마리가 놀고 있다는 의미 없는 말을 늘어놓으면서, 노인의 머리 위에 있는 이상한 무늬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실은 이런 내용의 설명은 이 벽화에 나타나는 한웅의 개천설화를 설명할 경우 한국인들의 민족정기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을 염려한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단순한 씨름벽화로 격하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식민사학자들이 단순히 큰나무라고만 설명한 벽화 속의 나무는 우리 선조들이 국중제사를 드렸던 거룩한 제단의 상징이요 제사장과 하늘이 영적으로 교감하는 매체로서, 단군설화에 환웅천황이 하늘로부터 땅으로 처음 내려오신 곳으로 표현되는 '신단수' 바로 그 거룩한 나무이다. 나무 밑에서 놀고 있는 짐승 두 마리는 그림에 나타나는 동물의 특성으로 보아 개가 아니라 곰이 확실하다. 중국이나 일본의 고대사 기록에서 우리 겨레 상고사에 나오는 신단수를 가리켜 '웅상(熊常)'이라고 한 것만 보아도 신단수와 곰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또 노인의 머리 위에 있는 뜻 모를 무늬그림은 각저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용총의 사냥그림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나라 안의 무사들이 모이는 국중제사의 무예겨루기 그림에는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무늬구름은 아사달 제천의식의 현장에 거룩한 삼신(三神:한인.한웅.한검)이 임재하고 있음을 암호로서 표현한 것이다. 마치 기독교나 불교에서 성인들의 초상화에 광배(光背)가 그려지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사학의 한계가 만들어 낸 무식한 '각저총 벽화 해설'이 우리나라 독립기념관 민족전시실의 민족 역사 설명문으로 그대로 쓰여지고 있는 모순의 사회 속에서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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