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의 한인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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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의 한인타운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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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하는 궁녀 왕소군의 심사를 대신한 것이다. 보통 앞의 문자는 생략하고 '춘래불사춘'만 사용한다.
지금 한인타운이 바로 그렇다. 4월이라 분명 봄이 왔고 꽃망울도 터지고 곳곳에 꽃 잔치가 벌어지고 있으나 자바 시장을 위시한 각 업소가 전쟁으로 인한 불경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혀 봄을 만끽하지 못할 만큼 으스스하다. 개론당 $2을 넘는 개스 값은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게 하지만 식구들 많은 가정은 그 부담도 예사가 아니다.
또한 한인 자녀들을 전장으로 보낸 부모들은 걱정과 근심 때문에 밤잠도 이루지 못하고 비즈니스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오직 무사 귀환만 바라는 것이다. 온 신경은 뉴스에만 집중한 체 말이다

◎ 왜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을까
'춘래불사춘' 이란 말에도 슬픈 사연이 있다. 기원 전 33년께 라고 한다. 한나라 원제는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미인계로 궁녀를 하나 보내기로 했는데 원제는 당시 지금의 사진첩과 같은 초상화첩을 보고 가장 못난 여인으로 보이는 왕소군을 뽑아 보냈다. 그런데 실제로 왕소군은 절세 미인이었다. 당시엔 궁녀들이 왕에게 잘 보이려고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에게 뇌물을 바치거나 하면서 실제보다 잘 그려줄 것을 요구하곤 했다. 당연 얻어먹었으니 붓질을 잘해주었으리라.
그러나 왕소군은 자신의 미모에 자신이 있어 화가에게 아무 것도 갖다 주지 않고 도도하게 지냈다. 그러니 이 화가는 '네가 얼마나 잘났냐. 그래 혼 좀 나봐라' 하며 대충 그리고 말았다.
원제(元帝)는 바로 이 그림이 실제인 줄 알고 왕소군을 뽑았고 나중엔 실물을 보고 후회를 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리고 흉노족에게 미인계로 바쳐진 왕소군은 세상 살 맛이 아니 나 눈물로 지새니 이런 심사를 누가 대신 노래해 준 것이다. 결국 너무 잘나도 겸손해야 하며 세상살이가 자신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교훈도 담겨 있는 셈이다.

◎ 하여간 무사하기를
이번 봄이 이렇게 썰렁하지만 그래도 타운에 벌어지고 있는 〈노란 리본〉달기 캠페인은 참으로 흐뭇하다. 경제는 봄을 못 느끼지만 훈훈한 인정은 다른 어떤 봄날보다 더 따뜻하기 때문이다. 노란색 리본이 흩날리는 한인타운은 마치 개나리꽃이 활짝 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전쟁은 소신에 따라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전쟁이 나면 승리가 최선의 목적이요 의미이다. 그리고 후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참가한 장병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인 장병이 약 1천명이 파견되었다고 한다. 일단 한인들은 한인장병들이 우선이겠지만 모든 장병들이 다 무사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인종을 초월해서 말이다. 이런 〈노란 리본〉달기 캠페인은 한인에게도 무척 어울리는 봉사라고 여겨지며 전시효과도 있을 것 같다. 북한이 핵 문제로 계속 말썽을 피우며 미국과 다투고 있으니 일반 시민들은 한인들이 호전적인 민족이 아닌가하고 의심할 수도 있다. 그렇게 잘못 인식되면 이곳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은 여러모로 불편해 진다.
역사적으로 사실 한인만큼 평화를 사랑하고 실천해 온 민족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이번 캠페인은 그런 의미에서도 더욱 돋보인다. 전쟁이 종식될 때까지 한인타운은 너와 나 모두의 손으로 노란 색상으로 물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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