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럽한글학교 여성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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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럽한글학교 여성파워
  • 강성봉 편집위원장
  • 승인 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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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달 17일부터 20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유럽한글학교교사세미나에 참가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위촉한 강사 네 분과 재단의 이사 한분을 모시고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와 있던 한글학교 교사 20여분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분들 대부분이 여성들이었다는 점이다.

독일지역의 한글학교 교사들은 18일부터 참가하는 것으로 돼 있어서 다음날 오전 비독일지역에서 온 교사들과 함부르크 시내관광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우연히 스위스에서 참가한 여선생님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위스의 동포 가정은 대부분 국제 결혼한 한국-스위스 커플로 구성돼 있고, 부부가 다 한국인인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그 얘기를 해준 여선생은 스위스에서 한-한 가정이 거의 ‘문화재’ 수준이라는 표현을 쓰며 우리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한 커플인 여선생에게 ‘문화재’라고 농담을 했다.

함부르크 한인여성회가 준비한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행사장으로 돌아와 개회식을 시작하게 됐다. 참가자들의 성비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독일지역에서 참가한 교사들도 역시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참가자의 90% 이상이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유럽한글학교의 여성파워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필자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스위스만이 아니고 독일을 포함해 유럽 지역의 대부분의 한글학교가 국제결혼한 여성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본 재외동포교육과 관련된 자료 중에는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예가 단 하나도 없었다.

유럽한글학교에 왜 이런 특색이 형성되었을까? 아마도 유학을 왔던 한국의 여성이 현지의 남성을 만나 결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달리 유럽에서 국제결혼한 한국여성 중에는 지적 수준이 높은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 그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한국의 경제적 발전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후손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 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앞으로 국제결혼한 동포들의 숫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결혼한 여성들에 의해 주도되는 유럽의 한글학교는 재외동포교육의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역만리 먼 곳에서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유럽 한글학교의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함께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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