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정부의 미묘한 입장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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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정부의 미묘한 입장변화
  • 김원희
  • 승인 2003.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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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독일정부에 조금씩 입장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4.3일 슈뢰더 독일총리는 의회연설을 했다. 이날 슈뢰더는 미국의 전쟁을 일방적으로 지지한 야당당수 메어켈을 궁지에 몰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슈뢰더는 메어켈을 궁지에 모는 대신, 미국이 좋아할 만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우리는 독재의 극복을 통해 이라크국민이 평화와 자유 그리고 자치의 삶에 대한 희망을 가능한 빨리 현실화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니 미국이 좋아할 발언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 발언을 전하는 기사에서 슈피겔 온라인은 "슈뢰더의 메어켈화"(Schröder merkelt)라는 익살스런 제목을 달았다. 이런 미묘한 태도변화는 전후재건과정에 대한 독일의 관심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웬걸  슈뢰더는 이라크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발언을 했다. 슈뢰더는 돈벌이가 될 전후 이라크재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못박았다.

"이라크의 대량의 기름자원과 천연자원은 이라크국민의 소유와 통제하에 머물러야 하며 이들 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며칠전에 클레멘트가 전후과정에 대한 독일의 관심을 반영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전쟁에 반대할 때도 일치감치 입장을 피력해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좁히는 배짱을 부렸던 슈뢰더는 이번에도 무슨 배짱인지 비교적 분명한 어조로 자기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리고 슈뢰더는 이라크는 좋아하지만 쿠르드족이 싫어할만한 발언도 했다. 즉 슈뢰더는 가이드라인으로서 이라크의 영토적 통합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이라크국민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자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동 전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슈뢰더는 이번 이라크전의 귀결로 유럽연합을 유럽안보방어연합으로까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슈뢰더의 진짜 속내는 조금더 두고 봐야겠지만, 슈뢰더는  어쨌든 이라크는 독일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고, 이라크 전후재건과정에서 나눠먹기보다는 미국의 입김을 견제하여 이라크를 아무도 못건드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독일에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슈뢰더는 미국에게 이라크 석유 노타치를 외친 것이다.그리고 이 말만 하면 미안하니까, 미국 듣기 좋은 소리도 한마디 해준 것인데, 그것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드뎌 독일이 본색을 드러내고 이라크에 슬슬 배신 때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는 것은 조금 오바같고 이번 발언의 핵심은 노타치에 있지 싶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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