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한인 이민100주년 기념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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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 한인 이민100주년 기념에 즈음하여>
  • 임용위
  • 승인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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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주동안 멕시코의 주인은 우리입니다.
대한민국 인으로서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자신 있게 보여줍시다.

친애하는 재 멕시코 한인동포 여러분!
2005년 올해는 우리 한인들에게 매우 뜻 깊은 해입니다. 100년 전인 1905년 5월, 우리 대한인 1033명은 영국 선박에 실려서 멕시코의 최남단 항구인 실리나 크루스에 첫 발을 내디뎠으며, 그것은 곧 한국과 멕시코의 최초의 이민역사가 되었습니다.
황금의 땅에서 큰 돈 벌어 고국으로 금의환양 하겠다는 애초의 꿈은 메리다 애니깽 농장에 도착하는 즉시 물거품이 되었고, 그 후로도 조선이 일제치하로 들어가는 바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꿈도 접어야 했던 우리의 선조들은 결국 멕시코 각 지역과 쿠바 하와이 등지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100년 동안을 이방인으로서 살아와야 했습니다.
멕시코의 이민역사는 이민이 아닌 기민(棄民)의 역사로 남은 채, 초기 이민자들의 후손들은 수많은 멕시코 혼혈인으로 남아서 그 숱한 세월들을 고국과는 단절된 삶을 지내왔던 것입니다. 그런 망각의 단절기간 동안에도 우리 고유의 민족성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한 평생을 이국 만리에서 보내고 간 초기민자들의 한스러운 염원이 있었기에, 기민은 비로소 ‘이민(移民)’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우리는 하나의 과제로 삼기에 이르렀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영토에 살고 있는 대한만국 국민들이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면서, 지구촌 곳곳에 산재해 있는 700만 재외동포들의 한결같은 염원이기도 한 것입니다.

재 멕시코 한인동포 여러분!
우리는 이러한 과제와 염원이 서린 각별한 역사적인 사건을 민족적 화합의 역사로 승화시키고자 5월의 큰 행사를 준비해 왔습니다. 멕시코에서 행하는 ‘한인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는 이렇게 숭고하고도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며, 대한민국과 멕시코 정부 및 각 문화예술 단체, 개개의 공인기관, 공관 등이 합심해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단체들이 협력해 후원하고 주관하는 5월의 ‘한인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 대행사’이지만, 두말할 나위가 없이 주최자의 가장 우위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 멕시코 한인동포들입니다. 재 멕시코 한인동포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없으면 이러한 숭고하고도 특별한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으며, 한인동포 여러분들의 배려와 손길이 모아져서 한인멕시코 이민역사는 비로소 ‘희망과 화합의 대 역사’로 거듭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멕시코와 외교관계를 수립한지도 어언 4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들의 수레바퀴 속을 동고동락해 온 우리 멕시코 한인동포들은 더러는 성공적인 이민생활을 해 오신 분들도 계시고, 또 더러는 아직까지 원활하게 안정된 정착을 못하고 힘든 이민생활을 겪고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더욱이 멕시코가 여러 가지 악조건의 격동기를 보내면서 멕시코 한인경제마저 침울한 침제 상태에 빠져 버리고 만 상황인지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멕시코에서 동고동락해야 할 우리 한인동포들 모두에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화합을 위한 과제와 염원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재 멕시코한인동포 여러분!
5월의 ‘한국인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에 우리 모두가 진정한 주최자가 되어 우리의 뼈아픈 기민 역사를 의미심장한 이민 역사로 바로 잡고, 더 나아가 한-멕간 우정과 신뢰의 화합마당으로 이끌어 가는 일에 주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원합니다. 이는 100년 전에, 속아서 배를 타고 이 땅에 왔다가 고국으로 돌아가기만을 학수고대하며 눈물겨운 생을 마감했던 우리 선조들의 혼령을 진정으로 달래는 일이며, 대한민국이 멕시코와 한결 성숙해진 우호관계를 도모해 나가는 계기로 작용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5월의 민족적인 대행사에 주인으로 참여하는 우리 멕시코 한인동포들의 저마다의 가슴 속에 알알이 베어있는 대한민국 인으로서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멕시코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 지구촌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 있게 보여줍시다. 우리의 얼과 혼이 살아있는 우리의 몸짓과 가락을 이 땅에 선보이면서 우리 민족이 얼마나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왔는지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줍시다.

사랑하는 재 멕시코 한인동포 여러분!
지나온 100년의 대계를 되돌아보며 앞으로 우리 후손들과 함께 할 앞으로의 100년을 그려봅시다. 우리 모두가 주최가 되는 5월의 백년제 행사는 특히 우리 멕시코 한인동포들에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최고의 기회이며 최대의 효과로서 발휘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국인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 대 행사’가 치러지는 멕시코에서 5월 한주동안은 바로 우리가 주인입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시선들 속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실체를 보여 줍시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멕시코시티 한인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 대회장 이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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