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관계, 이제는 냉정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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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관계, 이제는 냉정해져야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5.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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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세상 일이라지만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양국간  미래지향적인 상호 발전의 큰 걸음을 함께 떼자는 주장을 담은 본란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런 글을 써야 하는 현실은 그만큼 한일 관계가 변화를 부르는 가변적 요소로 점철돼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일본에 대해서 우리는 치욕과 우월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지니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독도 사태로 촉발된 한일관계의 험난상은 경색국면을 넘어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일본측에 있다. 엄연한 우리 땅을 놓고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번 일이 일본의 일개 지방자치단체나 일부 몰지각한 국수주의자의 일과성행위가 아니라 집권세력과 중앙정부의 방조아래 이루어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는 일본이 지금까지 한 반성과 사과를 백지화하는 것이기에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감정적 반발이나 비난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일 관계의 현실성과 이중성을 고려하면 명분과 감정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심정과 충정은 이해되지만 일본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야유, 일본차에 대한 방화, 식당에서의 일본인 사절 표찰 게시, 무조건적 일본제품 불매운동 할복시도 등은 결코 현명한 대응이 될 수 없다.

반일이나 극일에도 절도와 품위가 필요한 법이다. 더욱이 일본에는 1백만 가까운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서 일장기를 찢고 허수아비를 태우며 일본인에게 돌팔매를 던진다면 그 결과는 즉시 부메랑이 되어 우리 동포들에게 돌아 갈 공산이 너무도 크다.

패전 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지만 이번 일로 확연히 나타났듯이 오늘의 일본은 패망한 일본제국의 밑그림위에 덧칠된 그림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의 배경과 본질이 따지고 보면 여기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침략 전쟁이란 엄청난 죄과에 대한  청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까지 진출하겠다는 일본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복원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식민 지배에 대한 치욕과 역사적 문화적 우월감이라는 이중성 안에 가려져 있는 이성의 잣대로 일본을 바라봐야 한다.

그들에게 잘못된 과거의 청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기 위해서는 냉정해져야만 한다. 들끓는 감정과 맹목적 분노로는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양국 모두에게 불행했던 군국주의 일본제국의 잘못된 역사를 교훈삼아 합리적인 한일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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