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시비 휩싸인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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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시비 휩싸인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 러시아 다바이 닷컴
  • 승인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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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이 난데없이 ‘알바’ 시비에 휩싸였습니다.

최근 모스크바의 한 교민 사이트 게시판에 대사관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그 후 광고성 글을 포함한 다른 글 10여개가 계속 올라와 이 글을 뒤로 밀어냈습니다. 그런데 한 교민 네티즌이 IP주소를 추적한 결과 서로 다른 작성자의 이름으로 올라온 많은 글들이 대사관에서 발송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결국 대사관에 부정적인 글의 순서를 뒤로 밀어내기 위해 대사관 직원 혹은 ‘알바생’들이 조직적으로 ID를 바꿔가며 이런저런 글들을 대량으로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심지어는 ‘유학생’이라는 ID로 게시판에 올라온, 대사관을 옹호하는 글의 IP주소도 대사관 서버였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 교민 사이트(koru.org)와 대사관 홈페이지(www.koreaemb.ru)의 게시판인 ‘대화의 장’에는 대사관을 비난하는 원색적인 글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koru.org 운영자는 문제가 된 광고성 글들을 삭제했습니다. 이 소동으로 정작 외교관들의 근무 행태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글의 내용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 돼 버렸습니다. 주객전도(主客顚倒)라고나 할까요.

당초 강 모씨가 올린 글의 내용은 대사관 영사과가 점심시간이면 아예 출입문 셔터를 내리고 있어 혹시 근무시간을 못 맞춰 도착한 민원인들은 추위에 떨면서 길거리에서 기다려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대사관측은 억울하다는 표정입니다. ‘알바생’을 고용해 비난글에 물타기를 했다는 식의 억측은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얘기라는 겁니다. 대사관 영사과 민원실 안에도 민원인을 위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그 컴퓨터를 이용해 외부인이 올린 글도 대사관 IP주소로 나온다는 겁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황당한 논란이 해외에서 재외공관과 교민들 간에 팽배해 있는 불신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래는 발단이 된 글과 그 후 대사관의 대응을 문제 삼은 글, 대사관의 해명 글 중 일부입니다. 일부 철자법이 틀린 게 있지만 원문을 존중해 그대로 소개합니다.

:대사관의 개선을 촉구한다!:
…점심시간에 일 안한다고 셔터내리는 것 어디서 배웠는가? 심지어 한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도 그러지는 않더라. 지난번에 비자하러 갔더니...점심시간이지만 추울테니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하더라…

:정중한 사과를 요구합니다:
…그날 당직 서신 분 가운데 한 분이거나 여하튼 대사관과 관련된 분께서 대사관에 대한 비방의 글을 뒤페이지로 밀려나게 하기 위해 다량의 스팸 매일을 코루 게시판에 남기신 모양인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퍽이나 유치해 보입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공법으로 나가셔야지 그렇게 해결하시면 되겠습니까? 자체적으로 조사하시고(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아이피 조사해 보시면 누구 컴퓨터인지 알 수 있으니까) 꼭 교민들에게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쓴 소리 듣기 싫다고 그렇게 하셔서야 되겠습니까? 그런 분 때문에 열심히 일하시는 대사관 직원들 모두가 비난을 받는 게 아닙니까? 일의 특성상 다수의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 점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을 해결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시고 어떤 형식이든 사과문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koru 게시판을 보면서:
안녕하세요? 법무관입니다. 또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대사관 아이피로 광고성글을 올려 대사관을 비난하는 글에 물타기를 하였다는 질책을 받고 있어 요좀 답답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여야 할지 난감합니다. 나름대로 확인하고 싶어 글이 올랐다는 3월5일, 직원들의 행적과 민원실 상황을 조사하여 보았습니다. 당일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휴무일에 마추어 공지를 하고 민원실을 열었습니다. 휴일에 문을 열어 민원실이 한가하겠지 하는 예상을 깨고 평소의 두배가 넘는 민원인들이 왔어요. 비자발급, 여권재교부, 영사확인등 공증업무로 모두들 하루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변명을 하고 싶지 않고, 오해나 질책은 두렵지 않아요. 다만 교민들로 부터 외면 당하는 대사관..., 비참한 생각이 듭니다…

모스크바= 도깨비뉴스 리포터 스텐카라친 stenkarazin@dk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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