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원고3 모스크바 한인들.. 장태한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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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원고3 모스크바 한인들.. 장태한저서
  • 김제완
  • 승인 2005.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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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동포들은 눈물을 믿지 않는다
모스크바 동포사회 탐방

IMF 두번 겪고 '독종'들만 살아남아
최근 유가상승으로 러시아 경기 급상승


오늘은 모스크바 한인사회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마디로 모스크바 한인사회는 IMF를 두번 겪고 독종들만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장학정 모스크바 한인회장이 한말인데 정확한 비유인 것같습니다.

97년11월의 한국의 IMF사태와 98년9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을 연이어서 겪어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를 겪으며 교민의 숫자도 8천명에서 2천명으로 줄었다가 요즘 경기가 좋아지면서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유가가 나날이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모스크바 시내가 흥성거리는 듯하다. 2010년까지 GDP를 두배로 늘리겠다는 푸친대통령의 공약에 모스코비치들은 큰 기대를 안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경제적 변동이 심한 곳에서 한국동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최근에 직접 가봤습니다만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놀라운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단적으로 모스크바 거주 한인사회를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시내에 있는 아를르뇩 호텔 지하상가이다. 22층의 고층호텔 지하에 미로같은 골목이 있고 이곳에 한인식당 5개를 비롯해서 한국식품점 빵가게 까페 룸살롱 술집등 30여개의 업소가 들어서있습니다. 외부인에 눈에는 마치 숨어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겪인데요. 참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 모스크바 동포사회의 비밀이 있습니다.

이곳 지하의 한인타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호텔 1층에 위치한 카지노를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카지노 기계사이의 통로를 거쳐서 지하로 내려가도록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왜 이런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요. 바로 불안한 치안문제때문입니다.

카지노 입장을 하려면 카지노 운영회사에서 자체 경비인력을 동원해서 무기검색대등을 만들어놓는등 수상한 사람을 통제합니다. 이같은 검색을 통과해야하므로 불량배들을 자연히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그 비밀이란 한마디로 불안한 치안 즉 안전입니다. 모스크바는 모든 문제가 이 안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10여개의 한인식당도 한길에 나와잇는 식당은 신리식당 하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호텔등 건물내에 위치해잇습니다. 신라식당도 몽골대사관 건물 아래층을 임대해서 사용하기때문에 가능합니다. 대사관 건물이어서 경찰이 경비를 해주기때문에 이 대사관 건물에 세들어 있는 식당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지요. 이런 경우외에는 마피아 때문에 길가에서 영업하기가 어렵다.

한인회가 다른지역에 비해서 잘 모이는 것이나 유학생들이 유학생회를 중심으로 잘 단합되는 것도 서로 연대하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같이 동포들의 자리잡기에 척박한 곳이지만 리스크가 많은 사회에서 기회도 많다는 것을 이곳동포들은 잘 알고 있다. 요즘 모스크바 경기는 과열양상을 보일정도로 달아오르고 있어 모스크바 동포들의 주머니에 달라가 불룩하다고 장학정 회장은 말합니다.

모스크바에는 3500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인이 운영하느 15개의 여행사 7개 호텔 5개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장사하는 30명과 제조업을 하는 사람도 7명이 있다.

이외에 선교사들이 가족까지 150명, 상사주재원 가족까지 700여명, 엘지 삼성만 100명에 이른다. 세계4대공관중 하나이므로 러시아 대사관 직원도 다른 곳보다 많다. 보따리장사 가족포함 500명 유학생 700여명등이다. 이외에 프리랜서 기술헌터가 50여명있으며 기타 민박집도 여럿이 있다.

공항에서 모스크바 시내로 들어오면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눈에 크게 띄는 것은 삼성 엘지 프로퍼갠더들이다. 시내 거리를 온통 도배해놓은 듯해서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을 사지 않을지 슬그머니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기업들이 모스크바를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

모스크바 시민들의 대졸초임이 5-600불에 불과해 값비싼 가전제품을 살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들은 소비에트에서 러시아로 이전하면서 국가소유의 아파트를 거주자 명의로 바뀌어 다들 집을 소유하고 있다. 지금도 결혼하면 국가에서 아파트를 내어준다고 한다. 이외에 다차라는 교외의 별장도 가지고 있다. 월급은 적어도 생활은 궁핍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장 잠재력이 한국기업을 불러모으고 있다. 삼성 엘지만해도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이 100명에 이른다. 한인들이 이같이 험한 곳에자리를 잡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진다. 장학정 한인회장은 리스크가 많은 곳에 기회도 더 많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한때는 돈을 긁어 모았다는 사람 찾기도 어렵지 않다. 100달러를 1만원 쓰듯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모스크바에는 겨레일보 매일신보 우리신문등 새개의 동포신문이 있다. 그런데 이 신문들이 모두 일간지인 것도 특이하다. 가장 오래된 겨레일보는 10년전에 팩스신문부터 시작했다. 왜냐면 당시에도 시내전화요금이 무료여서 팩스요금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뒤 종이신문도 A4크기의 일간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각신문 마다 약 3백부씩을 찍어서 매일 고려인 러시아 여인들이 배달을 한다. 월 20불인 신문의 구독비는 배달사원들이 인건비로 나눠 갖고 신문사는 광고비로 운영한다.




러시아는 외국인에게 혹독한 나라이다. 모스크바의 관문인 공항에서부터 황당한 일을 겪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공항 직원들의 불친절은 차치하더라도 관광객에까지 일종의 체류증을 발급하고 지참하지 않으면 경찰에 단속을 받는 시스템은 여간해서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한 자유롭게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적당한 곳이 아니다.

자동차 번호판도 자국인은 흰색 외교관은 붉은색인데 외국인에게는 노란색을 달도록해서 드러내놓고 차별을 하고 있다. 교통위반시에도 경찰은 외국인에게는 더 많은 뇌물을 요구한다.

이민제도가 없는 나라여서 국제결혼 외에는 영주권 받기도 어렵다. 이때문에 오랫동안 거주한 동포들도 일년에 두 번 리투아니아등과같은 러시아 인근국가에 나갔다가 새 비자를 받아서 들어와야 한다. 전에는 한번 나가서 일년치 비자를 받았는데 지금은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 두 번 발걸음을 해야 한다. 동포들은 러시아정부를 탓할 수도 없다면서 한국에서 러시아인들이 비자 받기는 여기보다 더 어렵지 않느냐고 말한다.

비자를 받고 체류하면서도 체류허가증 같은 것을 별도로 받아서 여권과 함께 들고 다녀야 한다. 여권을 일상중에 반드시 소지해야하기 때문에 다들 여권이 상하지 않도록 와이셔츠 윗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이와 관련해서 겨레일보 박종권 사장은 이런 우스개 말을 해준다. 공동묘지에서 유령 다섯이 산책을 나왔다. 그런데 그중 한 유령이 다른 유령에게 말했다. 이봐, 패스포트 가지고 나왔어? 그랬더니 다른 유령은 되돌아가서 비석을 뽑아서 어깨에 매고 다시 나왔다는 이야기다.


이외에 타블로이드 크기의 재러한인신문은 고려인신문으로 러시아어로 펴내며 1페이지만 한글 소식이 들어있다. 이 신문의 최발렌찐 편집장은 58세로 타스통신 기자 출신이다. 2만부를 발행해 모스크바뿐 아니라 인근 도시들에까지 배포한다. 이외에도 고려인 전문 주간지인 아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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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을 알아야 미국이 보인다
장태한교수 저 <아시안아메리칸-백인도 흑인도 아닌 사람들의 역사>서평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 평등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나라로 알려진 미국의 상징물이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엘리스섬을 방문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물론 미국인들조차도 에인젤섬과 설리번섬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에인젤섬에는 아시아인 이민자들이 거쳐야 하는 검문소가 설치돼 있었다. 1910년 문을 연 에인젤섬 검문소는 아시아인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이민자수용소였다. 중국계 이민자들은 에인절섬에 내린 후, 합법적으로 미국에 왔다는 것이 증명될 때까지 최소 3일에서 최고 3년까지 이곳에 갇혀있어야 했다.

흑인들을 맞이한 곳은 설리번섬이었다. 동물처럼 쇠사슬에 묶인 채 노예선에 실려 온 흑인 노예들은 굶어죽거나 학대에 못이겨 죽어갔고, 병들면 헌신짝처럼 바다에 버려졌다. 혹독한 노예선의 여정에서 겨우 살아남은 흑인들이 도착한 곳이 바로 설리번섬이었다.

엘리스섬과 대비되는 에인절섬과 설리번섬, 미국 교과서에는 이 두 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엘리스섬이 미국의 관문이었다고 나와있을 뿐이다. 엘리스섬이 자유를 상징한다면 에인절섬과 설리번섬은 창살과 억압, 그리고 노예제도를 의미한다.

인종학 연구자인 미국 리버사아드 캘리포니아 대학 장태한교수(48)가 지난 8월말 서울에서 한글판 저서 <아시안아메리칸-백인도 흑인도 아닌 사람들의 역사>를 펴냈다. 장교수는 이 책에서 인종문제는 미국이 고민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고 동시에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의 본질이 '인종'이며 인종문제를 모르면 미국을 알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만큼 인종문제는 미국사회의 모든 분야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이며, 미국을 분열시키는 요인인 동시에 미국건설의 원동력이다. 한마디로 인종문제가 미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것이다. 이 책의 첫장을 상징적인 세개의 섬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이런 때문이다.

장교수가 인종문제에 천착하게 된 동기도 흥미롭다. 인천고 3학년때인 74년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후 한국에서 교련 시간을 유난히 싫어했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미군에 입대한다.

서독에서 나토군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미국사회의 인종문제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장교수가 인종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미군 복무당시 백인은 백인끼리, 흑인은 흑인끼리 패가 나뉘어 있었고 그는 중간에서 이쪽저쪽 왔다갔다 하면서 인종의 벽을 실감했다.

그뒤로 지금까지 세개의 섬에 도착한 이민자의 후예들은 여전히 맞서고 대립하며 미국사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세개의 섬은 그러므로 미국내 인종문제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준다.

책세상 간 164쪽. 신46판 (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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