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지지하는 야당당수와 곤혹스런 기민당의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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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지지하는 야당당수와 곤혹스런 기민당의 분열
  • 김원희
  • 승인 2003.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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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이 단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윤곽이 점차 드러나면서 독일 정치인들간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독일 정치가중에서 이라크전쟁으로 인한 최대의 패배자는 누가 뭐래도 기민당 당수  안겔라 메어켈이다. 독미간 갈등이 한창일 때 미국을 방문해 독일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던 메어켈은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기민당 내에서도 메어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어쩌면 다음 총선때는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총리후보가 나설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 메어켈 자신의 서투른 외교노선으로 인해 점차 멀어져 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반대로 경제슬럼프로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슈뢰더와 사민당은 전쟁이 시작된 후 다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기민당/기사당의 다른 의원들이 전쟁이 빨리 종식되기를 기도한다는 희망을 피력한 반면, 메어켈은 절대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겠다는 똥고집을 부리고 있다.  몰론 속으로는 그녀도 전쟁이 빨리 종식되기를 절실히 바란다. 이라크인을 위해서라기 보다 그녀의 당을 위해서 그리고 바로 그녀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전쟁이 빨리 끝나야만 메어켈의 미국인의 편을 들었다는 사실을 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원일 뿐이다. 메어켈이 전쟁에 찬성하고 있다는 인상은 기민당의 많은 의원들을 떨게 만들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사실이며 메어켈은 계속 눈치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그동안 미국의 압력이 없이는 유엔의 평화적인 사찰도 불가능할 것인데, 한쪽에만 악역을 맡기는 이런 역할배분을 자신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일치단결을 저해하는 행동은 오히려 평화를 멀어지게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기실 국민들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그녀는 최근 몇달동안 이라크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다. 국민들은 그녀가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기민기사연합이 전쟁을 마지막 수단으로서 찬성하는지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녀는 최근 독일 제1공영방송 ARD에 나와 히틀러와 수세인을 비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라크전은 피할 수 없었으며 미영침략군을 지지한다고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 그녀의 이러한 고집스런 발언에 대해 리타 쥐스무트는 당수의 의견이 곧 기민당의 의견은 아니라고 퉁명스럽게 불만을 피력함으로서 기민당내의 불만이 만만치 않음을, 기민당이 분열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그동안 메어켈 노선을 지지했던 측 마저도 메어켈이 너무 오바하고 있다는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내놓고 있다. 적어도 정치가로서 세련되고 영리한 처신은 아니라는 것이다.

메어켈은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자기당사람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외교에 대한 불신을 그녀의 짧은 정치경력을 빗대어 "외교정책에 눈을 뜨려면 적어도 10년 15년은 필요하다"는 말로써 조심스럽게 표현한다. 좀더 세게 표현하면, 그녀는 동독출신이라는 핸디캡에 너무 나이브하다는 평가가 돈다.

슈토이버가 총선에서 패한 후 한동안 다음번 총리후보는 메어켈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제 메어켈이 대권후보감인지에 대해 회의가 일면서 당내여론은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금으로선 슈토이버는 다음번에도 총리후보로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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