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준비하는 연재는 어떤 주제인가 묻자 프랑스와 한국의 요리를 비교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느릅나물의
쓴맛은 프랑스 요리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인데 이런 맛에서 그는 무언가 의미있는 문화적 해석을 찾아낸다. 파란 느릅나물을 빨간 고추장에 찍어 먹는
색깔의 보색대비 같은 것에도 주목한다.
그리고 매운 고추를 심심한 밥과 함께 먹는 것도 음양의 조화로 설명한다. 이것이 그에게는 고차원의 웰빙으로 해석된다. 요리에 대한 생각이
많은듯 요리가 가장 좋은 문화적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인의 밥상을 잘 관찰해보면 철학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하긴 우리 일상의 식생활이 외국인에게는 새롭고 신기하게 보일 만하다. 조아노씨는 이에 머물지 않고 어떤 의미를 찾아내고 해석할 줄 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지식인이다. 동시에 식당을 두개 경영하는 사업가이다. 이런 양면성은 식당을 내고 그 경험을 책으로 펴낸 것에서 잘 드러난다.
5년전에 이태원에 낸 프랑스식당을 운영하면서 주방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프랑스 요리와 문화에 대한 책을 펴냈다. ‘두 남자, 프랑스 요리로
말을 걸어오다’라는 이 책은 지난해 발간되자마자 한국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식당 이름은 작가 생떽쥐베리의 애칭인 르 셍텍스 Le Saint-Ex로 정했다. 장사가 잘되자 길건너에 라 플란차 La Plancha라는
식당을 하나더 냈다. 코리아타운에 한국식당이 있고 차이나 타운에 중국식당이 있듯이 프랑스인들이 밀집해 사는 방배동 프랑스인타운에 식당을 낼
만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문화적 게토’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는 말 한마디로 대신한다. 그가 원한 것은 한국과 프랑스
문화가 만나고 교류하는 자리였다.
조아노씨는 서울에 와서 10년넘게 생활하면서 프랑스인회 회장과 식당 사장등의 신분을 얻었다. 그리고 한국어로 된 책을 펴내고 주요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등 서울에서 활동은 아주 왕성하다.
저술과 기고 활동때문인지 그의 한국어는 아주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그의 식당이 위치한 이태원 동네를 소개할 때는 말에 힘이 들어갔다. 이태원이 한자로 ‘異胎院’인 것도 그리고 조선시대때부터 외국인이 거주하던 곳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한국 .문화 음식에 큰 관심
셍택스가 위치한 해밀턴호텔 뒤편의 비탈진 거리에도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스 중국식당등이 몰려있다. 이 동네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조아노씨는 프랑스 와인의 주산지인 보르도지방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주저없이 자신이 술꾼이라고 말한다. 69년생이므로 서양나이로는 올해 35세나 36세이지만 그는 스스럼없이 ‘한국나이로 37세’라고 말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